찬반 논란을 겪어온 대전시 선화동 성산교회 보존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공식 요구됐다. 옛 성산교회활용추진위원회는 지난주 기자회견을 갖고 이 건물의 보존 활용에 찬성하는 주민 485명의 서명을 받아 대전시에 숙의 의제 공론화를 요구했다. 대전시 조례는 선거권이 있는 300명 이상의 시민 연서로 의제 제안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진위의 제안은 이 요건을 갖춘 만큼 성산교회 문제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성산교회는 지난 2007년 건축된 것으로, 2012년 선화 용두 재정비촉진 지구에 포함되면서 대전시가 16억 7300만원에 매입했다. 철거될 운명이던 교회 건물은 2014년 문화회관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으로 계획이 변경되었다가 2016년에 다시 철거안이 도시공원위원회에 올려졌으나 부결됐다.

대전시는 지난 7월 용두동과 선화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찬성 84%, 반대 11%의 결과가 나오자 철거계획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시의회에서조차 의견이 갈리면서 철거 관련 예산이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는 철거용역 예산을 다시 의회에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다.

보존 활용 불가능한 이유 없다면 존치 마땅 

교회를 보존해서 활용하자고 주장하는 주민들은 “건물 상태가 양호한 만큼 1층에는 마을어린도서관, 2층에는 노인을 위한 여가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인근 주민들 입장에서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으로 들린다. 보존에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대전시는 주민들의 바람을 들어 주는 게 맞다. 꼭 철거가 필요할 경우 그 이유를 밝히고 설득한다면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대전시는 이렇다 할 철거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럴 만한 사정이 따로 있는데 밝히지 못하는 것도 아닌 듯하다. 

오히려 대전시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원도심 주민 공간 확보의 필요성까지 주문하는 상황이어서 성산교회 보존이 대전시정 방향과도 맞는다. 시는 오직 철거 찬성이 높은 여론조사에 따라 철거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렵다. 정책 결정에서 여론조사는 참고용일 뿐 그것이 결정의 기준일 수는 없다. 다수의 뜻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반대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도 꼭 해야 하는 일이 있고 찬성자가 많더라도 하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여론조사로만 결정한다면 시민들이 대전시장을 뽑을 이유가 없다. 여론조사 업체를 시장에 앉히면 훨씬 정확하고 빠른 행정이 가능할 것이다.

대전시가 철거방침을 정했다는 여론조사(찬성 84%)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그 전에 대전시와 중구가 따로 실시된 조사에선 서로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한쪽으로 편중된 결과는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의 방식과 과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가 이런 문제들을 확인했는지 의문이다. 믿기도 어려운 여론조사를 가지고 결정했다면 더 황당한 일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찬성이든 반대든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시장이 그 결과를 받아들일 의무는 없으나, 어느 쪽으로 결론 나든 ‘시민의 뜻을 존중한다’는 취지와 함께 공론화의 결과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방자치와 숙의민주주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무책임 행정 탓에 빚어지는 촌극이다. 인구 150만의 도시에서 작은 교회건물의 존치 하나를 결정하지 못해 시민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면 민주주의가 아니라 행정 무능이다. 대전시장은 지금이라도 대전시의 입장을 정해서 시민들을 설득하는 ‘정상적인 행정’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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