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남과 첫 유료관중 입장 경기...2-3 역전패
황 감독 "홈 팬들에게 죄송"..팬들 "황 감독 전술 이해안돼"

황선홍 감독은 대전 팬들에게 선 보인 첫번째 대결에서 역전패하면서 실망을 주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전하나시티즌이 2020 시즌 처음으로 8일 저녁 유료 관중이 입장한 가운데 경기를 펼쳤다. 구단은 이번 경기를 사실상의 시즌 개막전이라고 생각한 듯 미디어데이를 개최하는 등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팬들도 지난주부터 시작된 온라인 예매에 동참했고 시즌권 구매자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예매 행렬에 동참할 정도로 유료 관중이 입장하는 첫 경기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특히 대전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이 올 시즌을 앞두고 하나금융그룹에 매각되면서 기업구단으로 새롭게 태어났고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개막이 늦었지만 시즌 내내 상위권을 머무르며 1부 리그 승격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면서 팬들의 관심은 높아졌다.

그렇게 8일 저녁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대전과 경남FC간 경기가 진행됐다. 이 경기는 대전 입장에서 첫 유료관중 입장경기라는 것 이외에도 감독들의 인연으로 인해 화제가 됐었다. 대전을 이끄는 황 감독과 경남을 진두지휘하는 설기현 감독은 2002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이자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레전드들이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들은 지난 5월 첫번째 맞대결을 펼쳤지만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러면서 이날 경기에서 과연 선배인 황 감독이 후배인 설 감독을 이길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 대상이었다. 객관적인 실력에서 대전이 앞선다는 예상이 많았지만 비로 인해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어떤 팀도 안심할 수 없는 가운데 경기는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는 전반과 후반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반은 홈팀인 대전의 우세였고, 후반은 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대전은 전반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부쳤다. 그 중심에는 브라질 듀오인 바이오와 안드레가 있었다.

선취점은 이지솔의 몫이었다. 이지솔은 전반 20분 코너킥에서 올라온 공을 머리로 밀었고 이 공은 경남 수비수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아쉽게도 공식 기록은 이지솔의 시즌 첫골이 아닌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추가골은 안드레가 전반 32분에 기록했다. 안드레는 김승섭의 땅볼 코로스를 침착하게 골문 오른쪽으로 집착하게 밀어넣어 시즌 11호골을 성공했다. 이렇게 전반은 흐름이 좋았다.

문제는 후반이었다. 후반 20분 대전 수비의 보이지 않은 실책으로 백성동에게 실점한 뒤 35분과 45분 잇따라 실점을 허용했다. 경기 후 황 감독이 분석한 패인은 교체 실패였다. 대전은 후반 17분 바이오를 빼고 이호빈을 투입시켰으며, 5분 뒤에는 김승섭 대신 에디뉴를 교체했다. 또 후반 31분에는 박진섭 대신 박용지를 넣었지만 실점을 막지는 못했다.

후반 17분 공격수인 바이오를 빼고 미드필더인 이호빈을 교체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분석됐다. 이날 경기에서 바이오의 움직움은 그 어느 경기보다 좋았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입장한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싶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그대로 경기력에 녹아 들었다. 바이오도 전반부터 공격과 수비를 오가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었다.

이날 경기에는 대전 팬 1444명이 직접 경기장에 입장해서 선수들의 경기를 눈으로 확인했다.

그럼에도 황 감독은 바이오를 빼고 지키기에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바이오가 교체된 뒤 3분만에 상대에게 첫 실점했고, 실점과 함께 선수들이 흔들리며 잇따라 실수를 범하며 역전패로 끝을 맺고 말았다. 팬들은 황 감독의 경기 운영 전술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날 경기에서 패함에 따라 황 감독은 두가지를 잃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바로 선두 탈환과 홈 팬들의 믿음에 따른 흥행이다. 사실 경남과의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대전은 수원FC를 제치로 선두를 탈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1위는 커녕 2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선두 탈환 실패보다 더 뼈 아픈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는 것이다. 대전 팬들은 올 시즌 기업구단으로 전환된 뒤 성적이 좋아지자 적잖은 기대를 갖고 있었게 사실이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경쟁력있는 선수들을 잇따라 영입했으며 현재 40명 선수들 중에는 국가대표급도 여러명이 몸담고 있을 정도로 K리그2에서 우승 후보 중 한팀으로 급성장했다.

비록 이날 경기에 당초 예매한 2100명보다 적은 1444명이 입장했지만, 비가 오는 와중에도 경기장을 찾은 1444명은 그만큼 대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팬들임이 입증됐다. 만약 승리했다면 더 많은 대전 팬들은 다음 경기에도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황 감독은 그런 팬들 앞에서 보이지 말아야 할 전술의 실패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고 다음 경기에 얼마나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황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전술 실패를 인정했지만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에는 부족했다. 경기장을 찾은 한 팬들은 "실력있는 선수들을 갖고도 이해할 수 없는 전술로 팬들에게 실망스런 결과를 보여줬다"면서 "비 맞으며 승리에 대한 희망을 품고 끝까지 경기장을 지켰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오는 17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이랜드를 상대로 다시한번 선두 탈환을 시도하는 데 두번의 실수가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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