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성산교회 활용 추진위 인터뷰 "철거 대 활용? 숙의 과정으로 결정해야"

(왼쪽부터) 옛 성산교회 활용 추진위원회 김소연 위원장과 김양옥 사무장이 7일 중구 선화동 '공간 소이헌' 카페에서 <디트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방치돼 있는 공간을 특별한 장소로 만들어 내는 것. 대전 중구 선화동 주민 김소연 씨는 양지근린공원을 산책할 때마다 '옛 성산교회' 건물에서 특별함을 느낀다고 했다.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건물을 추억이 깃든 특별한 장소로 만든다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리, 살고 싶은 동네가 될 것 같아요."

선화동 주민자치위원인 김 씨는 7일 기자와 만나 "주민공청회에서 수년간 방치된 '옛 성산교회'의 사연을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이후 수차례 옛 성산교회를 방문한 그는 "이 아름다운 곳을 왜 철거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중구 선화동 양지근린공원 내 위치한 옛 성산교회 건물은 2007년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으나, 2012년 선화용두재정비촉진지구 공원조성계획 당시 철거하기로 결정된 후 현재까지도 '철거 대 존치' 여부를 두고 공전을 거듭해왔다.

시는 2014년 이 곳을 문화회관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으나, 공원 내 방치된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현재까지도 활용 여부를 매듭짓지 못했다. 

시 도시재생본부는 옛 성산교회 철거를 위한 용역비 4000만 원을 올해 예산에 포함시켰다. 현재 추정되는 건물 철거 비용은 약 4억 5000만 원이다. 시가 2015년 건물 매입을 위해 보상비로 16억 7300만 원을 집행했지만, 단 한 번도 활용하지 못한 채 철거 비용으로 수억 원의 혈세를 쓰는 셈이다. 

중구 선화동 양지공원 내 위치한 옛 성산교회

그동안 제대로 된 주민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 김 씨는 "지난해 관 주도의 여론조사가 실시됐지만, 자세한 설명 없이 존치와 철거 여부만 묻는 설문 방식이 아쉬웠다"며 "설문지는 일부 주민들에게만 우편 발송됐고, 조사 결과는 우편 회신으로만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디트뉴스>는 대전시가 지난해 6월 26일부터 7월 2일까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양지근린공원 내 옛 성산교회 존치·철거에 관한 설문지'를 입수해 살펴봤다. '귀하를 포함한 귀 세대께서는 양지근린공원 내 옛 성산교회 건물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존치'와 '철거' 중 하나를 답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설문 결과 철거 84.78%, 존치 14.12%, 무효 1.1%로 집계됐다. 

김 씨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존치'를 '방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활용'에 초점이 맞춰질 수 없다. 이런 민의 수렴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대안을 고심하다가 숙의민주주의 제도를 찾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지근린공원 내 옛 성산교회 존치·철거에 관한 설문지'

옛 성산교회 활용 추진위, 시에 '숙의' 제안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공론화 요구"

김 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옛 성산교회 활용 추진위원회'는 지난 6일 "옛 성산교회 활용 여부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숙의'를 제안한다"며 중구 선화동, 용두동, 대흥동 등에 거주하는 485명의 주민 서명을 시 도시재생본부에 전달했다. 

지난해 말 제정된 '대전광역시 숙의민주주의 실현 조례' 제11조에 따르면 숙의의제 제안은 선거권이 있는 300명 이상의 시민 연서가 있어야 가능하다. 옛 성산교회 활용 방안이 공론화 의제로 선정된다면, 조례 제정 후 대전시 첫 숙의의제 사례가 된다. 

선화동 주민 김양옥 씨 "민주주의? 소통 과정이 중요"
김소연 추진위원장 "옛 성산교회, 주민문화 공간으로"

김양옥 추진위 사무장은 "존치와 철거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심사숙고 할 수 있는 첫 발을 딛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민·관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상호 이해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좋은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이어 "제대로 된 공론화를 위해 양지공원 등에서 한 달 동안 주민들에게 동의 서명을 받았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께 일일이 우리가 무엇을 위해, 어떤 의미로 이 일을 하는지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또 "공론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갈등은 숙의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주의가 한 층 더 발전하는 과정이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위원장은 "옛 성산교회를 무작정 철거하기 보다는 어린이 도서관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하고, 예술적 공간으로 탄생시킨다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중구를 개발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호재라고 생각한다. 둔산동처럼 개발하지 말고, 이 지역 골목을 살리고 이야기가 있는 건물을 추억이 깃든 특별한 장소로 만들어 문화와 역사, 예술이 살아있는 곳으로 가꿔주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중구 선화동 양지공원 내 위치한 옛 성산교회(1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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