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IN충청-⑫] 도시 형성과 발달의 근원 '대전역'
시민들의 추억과 애환 함께 하며 성장

대전·세종·충남 지역 곳곳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촬영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속 명대사와 인상깊은 장면들을 회상하며 지역 관광 명소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방문객들의 오감만족은 물론 추억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촬영지 명소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목척교, 대전역, 엑스포 다리,정림동·둔산동·은행동 등 대전으로 가득한 97분이다. '대전의, 대전에 의한, 대전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4월 개봉한 '대전블루스'. 2018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작지원 작품으로 박철웅 목원대 TV·영화학부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호스피스 병동을 배경으로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 주변인들이 죽음을 대하는 다양한 모습을 대전 전 지역에서 촬영했다.  

그 가운데 '대전역' 이미지가 강하게 남는 것은 아마도 지역 대표 원로 배우인 이종국 씨가 열연한 민 목사 때문일 것이다. 

사진=(왼쪽부터)'대전발 0시 50분' 포스터, '대전부루스' 수록 앨범 표지, '대전블루스' 영화 표지(네이버 자료사진)
사진=(왼쪽부터)'대전발 0시 50분' 포스터, '대전부루스' 수록 앨범 표지, '대전블루스' 영화 표지(네이버 자료사진)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0시 50분
세상은 잠이 들어 고요한 이 밤 
나만이 소리치며 울 줄이야
아~붙잡아도  뿌리치는 목포행 완행열차

영화 속 민 목사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불안하지만 살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 하느님한테 잊혀지는 것이 더 지옥이라며 '대전 부루스'의 한 소절을 울먹울먹 부른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형성과 발전에 있어 제외할 수 없으며, 대전 시민들의 추억과 애환을 자양분으로 성장해 온 대전역. 

일본 철도공사 종사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만들어졌고 승객운송은 1904년 11월부터, 정식 개통은 1905년 1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1940년대 대전역 모습(출처:대전시청)
사진=1940년대 대전역 모습(출처:대전시청)

지난 2018년 12월 대전시가 개최한 기획전시 ‘1905, 대전역을 만나다’에 따르면 최초의 대전역사는 1918년 일본 목조양식과 서양의 고전양식을 결합한 혼합형으로 지어졌다. 한국전쟁 당시 소실 된 후에는 1959년 3층 콘크리트 건물로 새롭게 건설되기도 했으며 지난 2015년 증축 공사를 시작, 2017년에 마무리돼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전시회 자료에 의하면 역사 속 대전역의 모습은 1909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방문지였고, 한국전쟁 당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전쟁의 상흔을 피할 수 없는 곳이었다. 

사진=대전역 동광장에 설치된 김재현 기관사 등의 동상 모습
사진=대전역 동광장에 설치된 김재현 기관사 등의 동상 모습

이를 증명하듯 대전역 동광장에는 대전 전투에서 행방불명된 미군을 구출하기 위해 사선을 뚫고 달려간 김재현 기관사와 황남호 보조기관사, 현재영 보조기관사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이 제작돼, 한국전쟁 당시 순직한 철도인들을 기리고 있다. 

대전발 0시 50분 기차와 가락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다. 호남선으로 선로를 바꾸기 위해 잠시 정차하는 동안 플랫폼에서 가락국수를 먹다가 기차를 놓친 이야기는 끊임없이 재생된다.  

지금은 목포행 완행열차도, 대전부루스 노랫말 비도 사라진지 오래고, 가락국수의 유명세도 성심당이 대신하고 있다. “이제는 빵을 사다가 기차를 놓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전문식당가, 꽃집, 약국, 화장품 로드샵은 물론 무인휴대폰 충전함, 코레일멤버십 라운지 등의 편의시설까지 갖춘 역사 내부와 쉴 새 없이 오가는 이동객들의 모습은 대도시의 관문답다.

쉼 없이 변모해 온 대전역은 또 한번의 성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남진근 대전시 의원이 '시민들의 공간 대전역광장 기능 회복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고 대전세종연구원도 대전역 서광장 광장기능 회복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공간 회복을 기대하며 한발짝만 더 내딛어 보자. 기차 모형을 한 대전도시철도 역사 입구와, 없을 것 빼고 있을 것은 다 있다는 중앙시장, 목척교, 으능정이 거리를 지나 옛 충남도청까지 다다를 수 있다. 사이사이 옛 대전여중 강당과, 대흥동 성당, 옛 관사촌 등의 근대문화유산을 둘러보다 보면 대전역부터 시작된 대전의 과거와 현재, 수많은 사연과 정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사진=대전역 서광장 열차 모양의 지하철 입구
사진=대전역 서광장 열차 모양의 지하철 입구
사진=대전역 인근 중앙시장 모습(대전시청)
사진=대전역 인근 중앙시장 모습(대전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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