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서른 두 번 째 이야기]인적 청산‧정체성 변화 없이 정권교체 '요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4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통합당 홈페이지.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4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통합당 홈페이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6일 비대위 산하 정강정책개정 특위에서 논의 중인 ‘국회의원 연임 제한안’에 반대했다. 이 안은 한 지역구에서 연속 3번 당선된 의원은 다음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선을 하려면 험지로 가라는 얘기다.

원외와 초선 의원들은 반색했지만, 다선 의원들은 반발했다. 당 쇄신을 위한 정강정책 개정 작업이 당내 분란을 키운다는 지적에 김종인 위원장이 정리한 셈이다. 모처럼 지지율을 올릴 기회를 또 날렸다. 21대 국회 첫 임시국회도 민생법안 처리에 소홀했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비판하며 모든 표결에 불참했다. 

통합당은 최근 10년 사이 8번째 비대위 체제를 맞고 있다. 2010년 6월 김무성 비대위를 비롯해 정의화(11년 5월), 박근혜(11년 12월), 이완구(14년 5월), 김희옥(16년 6월), 인명진(16년 12월), 김병준(18년 7월), 김종인(20년 5월) 비대위에 이르렀다.

역대 보수정당 비대위는 쇄신이나 개혁과 거리가 멀었다. 자생능력이 없어 외부 인사를 데려다 놓고 허수아비처럼 부렸기 때문이다. 비대위 뿐만이 아니다. 이정현, 홍준표, 황교안 대표체제는 성공했나. 그들 또한 실패했다. 겸손하지 않고, 반성할 의지가 없는데 무슨 변화를 할 수 있겠나.

국정농단과 촛불혁명, 대통령 탄핵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뒤부터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참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김종인 비대위도 눈에 띄는 쇄신은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친박(親 박근혜)이 여전히 건재하다는데 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과정에도 ‘친박의 힘’이 작용했다. 2007년 대선에 패한 친노(親盧‧친 노무현)세력은 폐족(廢族)을 선언했다. 그들은 재보선 연전연패와 2006년 지방선거 참패에도 정신을 못 차리다 정권까지 내주고서야 폐족을 선언했다.

통합당 쇄신을 가로막는 다른 하나는 뿌리 깊은 ‘철밥통’ 근성이다.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진 밥그릇이라도 뺏기지 않겠다는 권위주의와 기득권 옹호가 보수정당의 앞날을 막고 있다.

‘무소불위’ 권력과 ‘대체불가’ 논리야말로 본인들이 정부 여당을 향해 입버릇처럼 말하는 ‘독재’ 아닌가. 변하지 않는 보수는 보수가 아니라 수구(守舊)다. 지금 통합당은 민주당보다 더 민주적이고 진보적이어야 한다.

영국의 보수당을 보라. 1997년 토니 블레어에게 정권을 빼앗긴 뒤 2005년 정권교체를 위해 30대(38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수로 추대했다. 캐머런은 2010년 보수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면서 43세 나이로 총리에 올랐다. 당시 캐머런을 영입한 이들은 보수당 중진 원로들이었다.

김종인 위원장이 4선 연임 제한 반대 입장을 밝힌 날, 민주당의 한 의원은 그걸 법안으로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이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 4연임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이른바 ‘국회의원 신뢰회복법’을 발의했다. 그는 “국회의원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대표적 친노 인사다.

민주당은 떨어질 걸 알면서도 초선인 문재인 의원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고, 5년을 준비했다. 이후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을 거치면서 대세가 됐다. 통합당은 지금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가. 10년 전 폐족을 선언한 친노와 야당시절 민주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당의 정권교체는 요원하다.

최근 통합당과 민주당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다. 통합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소속 단체장들의 잇따른 성추문과 부동산 정책 등 민주당 헛발질로 얻은 ‘불로소득’이다. 통합당은 조만간 당명을 바꾼다고 한다. 주인과 메뉴는 그대로인데, 식당 간판만 바꾼다고 ‘맛집’이 되는 게 아니다. ‘친박 청산’과 기득권 타파에 소극적인 한 ‘미래’든, ‘통합’이든 어느 것 하나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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