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 전국 10개 혁신도시 평가 결과 발표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 지역 성장거점 역할 ‘한계’

국토연구원이 지난 5일 혁신도시 1기 평가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1기 혁신도시 성과평가 주요내용. 국토연구원 홈페이지 국토정책 브리프 참고.
국토연구원이 지난 5일 혁신도시 1기 평가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1기 혁신도시 성과평가 주요내용. 국토연구원 홈페이지.

국토연구원이 지난 5일 혁신도시 1기 평가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혁신도시 시즌2’를 준비 중인 대전‧충남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1기 혁신도시가 인구 분산에 효과적이라는 평가에 따라 국가 균형발전론에 힘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혁신도시가 지역 거점 역할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와 지자체간 과열 유치경쟁을 의식해 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늦출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가적으로 이전을 검토 중인 수도권 공공기관은 120여 곳에 이른다.

정부는 ‘혁신도시 시즌2’ 서두를까, 늦출까
‘성과와 과제’ 동시 던진 1기 혁신도시 평가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혁신도시 15년의 성과 평가와 미래발전 전략’에 따르면 10개 혁신도시로 공공기관 이전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역전 시점을 8년가량 늦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한 2013~2017년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순유입이 계속되는 등 인구 분산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0개 혁신도시 인구는 20만4000명으로 오는 2030년 계획인구의 76.4% 수준이며, 1704개 기업이 혁신도시로 입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되면서 다시 수도권 인구 순증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기 혁신도시는 지역 산업구조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나타냈으나, 신(新)지역성장거점으로 기능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혁신도시에 이전대상 공공기관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형평성’을 우선 적용한 것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 취지에 부합했던 반면, ‘효율성’ 적용은 상대적으로 미약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규모경제, 지역산업과 연계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밖에 1기 혁신도시는 주로 신도시 형과 신시가지형 위주로 개발해 인프라 공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예산이 투입됐고, 정주여건 성숙에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연구원은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효과 제고를 위해 전향적인 기업 인센티브 등 민간기업 입주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혁신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기반 확충 ▲혁신역량의 주변지역 확산 ▲혁신도시 발전 전략의 안정적 추진기반 구축 등을 혁신도시 미래발전 전략으로 제안했다.

국토교통부 발주로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당초 4‧15 총선 전인 지난 3월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차일피일 발표가 미뤄져 왔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이후 대책 필요
공공기관 유치 ‘차별화 전략’ 마련해야

1기 혁신도시 인구 및 산업경제 현황표. 국토연구원 홈페이지.
1기 혁신도시 인구 및 산업경제 현황표. 국토연구원 홈페이지.

지난 7월 국토부에 혁신도시 지정을 신청한 대전시와 충남도는 이번 평가 결과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대전시는 역세권과 연축지구를, 충남도는 홍성·예산 내포신도시를 혁신도시 후보지로 정했다. 대전의 경우 원도심을, 충남은 신도시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토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두 곳에 대한 혁신도시 지정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는 혁신도시 1기 평가가 수도권 인구 분산 등 균형발전에 효과적이었다는 결과를 토대로 혁신도시 지정에 긍정적이다.

다만, 연구원이 신도시 위주 혁신도시에 부정적 평가를 내린 부분과 교통망을 비롯한 제반 여건, 지속가능한 발전기반 확충 등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의 한 인사는 “1기 혁신도시는 인구 분산 효과는 있었을지 몰라도 주민들에 실익을 주면서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대전‧충남은 이번 평가결과를 토대로 혁신도시가 그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어떤 것을 선행했어야 하는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행정수도론 대형 이슈 떠올라
시기적‧단계적 추진방안 마련 필요성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달 27일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을 출범하며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달 27일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을 출범하며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

이와 함께 충청권에서는 최근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추진이 정치권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행정수도완성추진단 내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추진에 혼선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수도이전을 대선 전,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대선 이후 논의한다는 ‘투-트랙’ 방침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역 학계에선 행정수도 이전과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등 현안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되, 시기적‧단계적 추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최진혁 “단계별 청사진‧로드맵 구상해야”
“정치적 우선순위 밀리면 안돼..지역 정치권 역할 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6일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모든 걸 풀세트로 가다보면 또 다른 부족함이 발견될 것”이라며 “행정수도 이전에 필요한 최소 조건이 어떤 것이고, 기간과 비용 등을 감안해 단기간 내 어렵다면 단계별 청사진이나 로드맵을 구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단은 총합적‧총계적인 접근 안에서도 점진적 접근을 같이 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지역 정치권의 역할과 비중이 크다”며 “지역사회가 아무리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도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대전‧충남이 밀리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도 충청권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역학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건 정치인들 몫”이라며 “과학적이고 합리적 공간에서 얘기할 부분과 정치적인 공간에서 결정할 사안을 구분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권선필 “행수‧혁신도시, 장기 프로젝트로 가야”
“정치권, 국민 설득할 다각적 아이디어 제시해야”

최진혁 충남대 교수(왼쪽)과 권선필 목원대 교수.
최진혁 충남대 교수(왼쪽)과 권선필 목원대 교수.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은 행정안전부, 혁신도시는 국토교통부가 주관 부처인데 관점의 조정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며 “정치적으로 큰 틀에서 끌고 가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부처에서 주도하는 일에 뒷북 식 대응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또 “기본적으로는 행정수도 이전과 혁신도시는 장기적 프로젝트로 가야 한다. 자칫 한쪽으로 휩쓸려 나머지 현안과 균형이 깨지면 큰 문제”라며 “지역 정치권이 이를 묶어낼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가령 혁신도시는 인프라 조성에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 반대로 행정수도는 이미 중앙부처가 와 있고,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각적인 면에서 국민을 설득하는 논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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