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단독으로 전광석화처럼 통과시킨 이른바 ‘임대차 3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국회 발언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여당 소속 박범계 의원이 윤 의원 비판에 나섰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박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의사당에서 조리있게 말하는 건 - 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아닌 - 그쪽에선 귀한 사례니 평가(한다)”라고 적었다. 비판이 아니라 조롱과 비아냥이었다. ‘이상한 억양’은 지역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이어서 나중 삭제해야 했다. 

박 의원이 애초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었다. 이번에 바꾼 임대차 법 때문에 4년 뒤에 전세에서 월세로 바뀔 가능성이 커서 임차인이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윤 의원 발언이었고, 윤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임대인들이 거액의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바꾸는 건 쉽지 않다며 임차인이 2년마다 전세금과 월세가 올라갈 걱정은 던 것 아니냐는 게 박 의원의 반박이었다. 

임차인 입장에선 박 의원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이었다. 그러나 윤 의원 연설은 ‘사이다 발언’으로 호응을 얻는 반면 박 의원의 반박은 도리어 역풍을 맞았다. 박 의원 주장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동료 의원에 대한 공격과 조롱이 역풍을 불렀다. 박 의원이 이런 식으로 당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원순 시장 자살 사건 때도 ‘맑은 분’이라고 했다가 2차가해 논란을 불렀다.

정치는 말로 하는 직업이다. 국가 사회에 바람직한 아이디어를 말하고, 나라의 잘못된 정책이나 현상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비판하는 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의 말에 시비를 걸기보다는 자신의 비전을 말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정말 저건 아닌데 하는 말이 호응을 얻는다면 상대 주장의 허점을 제대로 지적하는 반박이어야지, 상대에 대한 공격과 조롱으로 나아가면 누워침뱉기 결과가 되기 십상이다.

큰 정치 하려면 '남의 얘기' 아닌 '내 꿈' 가지고 소통해야

박범계 의원은 이제 충청도를 대표할 만한 유력 정치인이다. 정치 경력으로도 3선의 중진의원인 데다 충청권에선 현 정권이 가장 신뢰할 만한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법무장관 기용 가능성도 점쳐졌을 만큼 신망을 받는다. 정치인이 이 정도 지위에 오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를 오래 했다고 이런 지위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며 선수가 높다고 정치적 파워를 갖는 것도 아니다.  박 의원은 지금 그런 파워를 가진 정치인이다.

박 의원은 상대를 공격하고 조롱하는 방법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반열에 가 있다. 박 의원은 상대를 받아치는 전략보다는 자신의 꿈과 주장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나가야 한다. 이제는 상대방 의원의 거스르는 연설에 일희일비할 군번은 아니다. 국회의원 초임일 때는 주목받기 위해 상대의 말에 억지를 부리고 행동대원 같은 모습을 보여도 그러려니 하지만, 중진이 되어서도 계속 그런다면 정치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중진들이 적지 않다.

큰 정치인일수록 자신의 말과 메시지로 국민들과 소통하지 남의 언사에 끼어들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내 꿈이 확실하고 강력하면 남의 애기로 시비할 시간이 없다. 더구나 박 의원은 지금 거대 여당의 중진의원 아닌가. 뭐가 아쉬워 소수 야당의 목소리에 흥분하는가? 박 의원은 이제 자신의 꿈과 비전을 가지고 국민들과 소통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더 큰 정치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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