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공기관 재직자 A씨… 2차 가해 목격
"정의·연대의식 없어, 공공기관 책무 가져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대한민국 직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8%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마땅한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회사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법의 맹점 때문이다.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공공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직원들의 감사 요청을 묵살하거나 신고 피해자에 오히려 부당한 인사 조치를 내린 사례도 빈번하다. 직장에서 떠나게 되는 사람은 오히려 피해자인 셈이다.

수 년 째 지속되고 있는 세종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통해 조직 내 2차 피해, 미온적 후속 조치 등 갑질 문화 개선이 어려운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직장 내 갑질 문제로 논란이 된 세종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재직자 A 씨가 보내온 편지 일부.
직장 내 갑질 문제로 논란이 된 세종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재직자 A 씨가 보내온 편지 일부.

세종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목격한 또 다른 피해자 A 씨가 입을 열었다. 내부자인 그는 자신의 직장을 “정의나 연대의식은 눈곱만큼도 없는 비정상적 조직”으로 정의했다.

동료였던 괴롭힘 피해자가 잇따라 회사를 떠나고,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2차 가해를 목격하면서 A 씨는 “무소불위(無所不爲)를 체험했다”고 밝혔다. “가해자가 조직 내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인사 권한이 막강할수록,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깊게 자리할수록 문제는 더 곪아간다”고도 했다.

A 씨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알린 직원들은 총 3명. 이중 징계위원회를 통해 조치가 내려진 사건은 1건(불문경고)이다. 올해 1심 판결이 난 형사 소송에서는 가해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직원만 11명에 이른다.

재직자 A 씨는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이직률이 심각할 정도로 큰 이유는 조직 내 괴롭힘 문화 때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면 인사권을 행사해 원거리로 내보내고, 뒷조사를 해 꼬투리를 잡는다. 가해자보다 상급자인 직원들도 문제를 쉬쉬하고, 내부 감사나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으니 곪았던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에 따르면, 최소 5년 이상 조직 내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는 게 그의 전언. 

재직자 A 씨는 “괴롭힘 피해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는 오히려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계기로 작용하고, 피해자를 향한 또 다른 모욕만 낳게 된다”며 “괴롭힘과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가장 우선적인 조치는 가해자와의 분리다. 기본적인 것도 이행하지 않는 모습은 오히려 가해자의 힘을 체감하는 계기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적응자 낙인·따돌림… "조직 전체의 문제 확대"

기관 홈페이지 묻고답하기 게시판에 올라온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글.
기관 홈페이지 묻고답하기 게시판에 올라온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글.

A 씨에 따르면, 여러 차례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지만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피해자가 조직 내에서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히는 일도 발생했다.

A 씨는 “피해자들이 퇴사하는 동안 일부 직원들은 괴롭힘에 동조 또는 협력하면서 낙인찍기, 따돌림 등을 함께 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직장 내 막강한 힘을 가진 집단 편에 서는 모습을 보면서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괴롭힘 문제를 단순하게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개인 간의 문제를 넘어 형사 소송에 따른 직원 간 감정 충돌, 자정 능력 미흡 등 조직 내부 청렴성 하락, 업무 분위기 악화 등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 감사 시행에 따른 법률 자문료 지급, 행정소송 변호사 비용 지출 등 불필요한 예산 소모 문제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재직자 A 씨는 “상급기관에서 퇴직 후 내려오는 임원급 직원들이 조직 내 문화 개선에 앞장서야 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질서와 투명성을 가져야 하는 조직이고, 사회적 문제를 모범적으로 선도하고,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조직 문제는 곧 행정비효율로 이어지고, 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윤리적 양심, 연대의식을 회복해 나은 사회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정상적인 조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상급기관과 나아가 국회, 정부에서 함께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당 세종시당은 "갑질 신고센터를 통해 이 사실을 접한 후 회사 측에 가해자 전환 배치를 요구했다"며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 76조 위반에 대한 고발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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