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서른한 번째 이야기] 행정수도 이전과 혁신도시는 분리해야

지난 27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 모습. 민주당 홈페이지
지난 27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1차 회의 모습. 민주당 홈페이지

행정수도 이전론에 청와대 입장은 일관적이다. 국회 논의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한 지난 20일 청와대는 사전교감이나 조율은 없었다고 했다.

그날 오후 청와대에선 묘한 기류가 흘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김사열 국가 균형발전위원장과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이 참석했다. 외부 인사가 청와대 참모진 회의에 참석한 건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을 직접 소개도 했다. 기자들은 이들이 대통령에게 무슨 말(보고)을 했나 궁금했지만, 청와대는 침묵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대통령에게 1차 혁신도시(10곳) 평가와 성과를 정리한 ‘지역혁신성장 계획’을 보고했다. 이 안에는 어디는 좋고, 어디는 아쉽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균형발전위원회는 혁신도시 지정을 최종 의결하는 곳이고, 김 위원장이 수장이다. 김 위원장과 동석한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1차 혁신도시 평가용역을 진행한 총괄 책임자이다.

오전에는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하고, 청와대는 같은 날 오후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을 논의했다는 건, 여당과 청와대 사이에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을 출범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두 번째 회의(29일)다. 이날 추진단은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정과제협의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균형발전위원회도 협의회에 속해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추진단에도 같은 내용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생겼다. 추진단 간사인 이해식 의원은 간담회 하루 전(28일) 한 언론과 통화에서 행정수도 이전은 대선 전,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대선 후 논의 방침을 전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을 준비해온 대전‧충남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1차 혁신도시 평가 용역결과가 차일피일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 불안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 평가결과는 향후 2차 혁신도시에 어떤 공공기관들이 주로 내려가고, 어느 지역으로 갈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결과 공개에 이어 정부가 2차 혁신도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 ‘알짜 기관’을 차지하려는 전국 지자체의 유치전이 치열할 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당‧정‧청은 이를 의식하는 듯하다. 이해식 간사의 ‘투 트랙(대선 전 행정수도 이전, 대선 후 공공기관 이전)’ 발언은 그래서 허투루 들을 수 없다.

대전‧충남 혁신도시는 ‘수도 이전론’과 패키지로 다룰 성질의 것이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대전‧충남이 1차 혁신도시에서 배제된 이유가 뭔가. 세종시 건설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이 확정된다고 치자. 민간기업 이전과 인구 유입을 위해 다수의 공공기관이 따라 내려갈 것이다. 타 지역에선 뭐라고 하겠나. ‘충청도는 행정수도에 공공기관까지 다 먹느냐’는 논리를 들이댈 게 뻔하다. 이 논리에서 밀리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은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행정수도 이전 역시 충청권만 따로 가면 안 된다. ‘수도권 vs 지방’의 구도로 밀어붙여야 승산을 높일 수 있다. 민주당은 속도전과 여론전으로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압박하며 행정수도 이전 논의 테이블에 앉히려고 한다.

수도 이전론이 ‘정략용’이라고 주장하는 통합당이 순순히 응할 리 없다. 통합당은 또 원구성부터 최근 임대차법‧공수처 후속입법까지 단독처리하고 있는 정부 여당에 단단히 화가 나 있지 않은가.

행정수도 이전은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고, 혁신도시‧공공기관 이전은 역차별 해소라는 별개 트랙으로 다루어야 한다. 충청권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민주당의 모호한 ‘투 트랙’ 노선에 확실한 선긋기를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지방정부들과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어물쩍거리다 두 마리 토끼를 ‘통째로’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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