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 23일 대전-세종 통합 제안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그렇게 답치기를 놓으면 될 일도 안 되는 법. 제발 좀 신중하게 일하자.’ 대전시에 해줄 말이다. 여기서 ‘답치기’란 순우리말이다. 생각 없이 덮어놓고 하는 마구잡이 언행을 뜻한다. 

최근 대전시가 세종시와 합치자고 공개 청혼을 던졌다. 세종시로 수도를 이전하자고 여당이 대형 풍선을 띄운 며칠 후였다. 세종시 아파트값이 갑자기 1~2억 원씩 오른 직후였다. 대전시는 사전에 세종시와 전혀 협의하지도 않았다. 연애도 하지 않고, 심지어 말 한마디도 섞어보지 않고, 상대가 로또를 맞자 갑자기 공개 구혼한 셈이다. 그야말로 답치기 놓기다. 허방 짚으려고 작정했다. 

대전시가 왜 이리 생뚱맞고 겸연쩍은 일을 할까. 연애와 결혼에는 정상적인 흐름과 순서가 있지 않은가. 은근슬쩍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말도 터보고, 슬그머니 정책협의 시스템도 만들어 손도 잡아보고, 그래서 신뢰가 쌓이고, 서로 셈법도 맞춰보고…. 그런 후 청혼하는 게 순서 아닌가. 그런데 아무것도 없이 언론에 먼저 꽝 터트린다. 정녕 하려고 하는 것인가? 정말로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 진실성이 의심된다. 

진실성이 의심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전에 대전시는 뚱딴지같이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과거에 아시안게임을 치러봤던 부산시나 인천시에 전화 한 번만 했어도 파악할 수 있었다.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인천시는 아직도 빚더미에 눌려 신음하고 있음을. 중앙정부가 절대 협조해 주지 않을 것임을. 모두가 단지 비웃기만 할 것임을. 정말로 몰랐다면 무능도 이런 무능이 없다. 이번에 또 세종시가 점잖게 거절할 것을 몰랐다면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 온 동네 망신이다. 

제대로 된 제안이 되려면, 실천 가능성과 수용성이라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토록 훌륭한 내 아이디어를 멍청한 상대가 못 받아드린다.’라며 열을 내는 이런 사람이 사실 멍청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치밀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마구 던지니 제안받은 상대는 어이가 없다. 수용성? 그런 제안을 수용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궁금한 점은 왜 이리 ‘멍청한’ 답치기를 놓냐는 거다. 

남충희 한밭대 겸임교수
남충희 한밭대 겸임교수

소명 의식 없는 정치인에게는 이런 답치기가 오히려 ‘현명한’ 시선 끌기다. 당장 자신들의 지지도 추락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재미 보려는 것이다. 부동산 대책을 22번 내놓아도 집값은 잡힐 기미가 안 보인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니 여당은 불현듯이 수도 이전 이슈를 띄웠다. 사실 서울에 남아있던 정부 부처와 국회가 다 세종시로 가더라도 1~2만 명밖에 옮겨가지 않는 셈이다. 서울의 부동산값 안정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단지 관심 돌리기다. 실패한 정책을 슬쩍 덮는 화려한 폭죽 터뜨리기다. 

대전시가 띄우는 풍선은 그럼 무슨 실정을 덮으려는 것일까? 샅샅이 찾아봐도 정책 실패가 하나도 없다.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리 실현 가능성 없는 엉뚱한 폭죽을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쏘아댈까? 답은 똑같다.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큰일을 하는 듯이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 무엇을 띄워 시선을 끌려고 할지, 포수가 잡을 수도 없는 폭투가 걱정이다. 갑자기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경제가 어려우니 시민들에게 현금을 뿌리겠다고 할 수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충청남도와 합치자고 할까 걱정이다. 아, 보문산에 시대에 뒤떨어진 대형 콘크리트 타워를 세우겠다고 이미 크게 쏘아댔다. 

바라건대, 답치기는 그만 놓고, 이제 제대로 된 일, 대전 시민 앞에서 공약한 일을 좀 하자. 4차 산업혁명 도시는 어찌 진행되고 있는가? 정부가 할 일과 대전시가 할 일은 구분했는가? 대전시가 할 일은 첨단 기술창업 촉진 아닌가? 실적이 뭔가? 계획은? 아시안게임 유치가 대전시를 살리지는 못한다. 오히려 망친다. 잘 나가는 이웃에 얹혀 더부살이할 생각만 할 수는 없다. 

여기저기 집적집적 답치기 청혼은 이제 그만하자. 허약한 신랑에게 누가 매력을 느낄까. 대전의 도시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에 몰두하자. 그러면 이웃 도시와 기업들이 몰려와 구혼할 거다. 그게 순서다. 그것을 못 하겠다면, 적어도 온 동네 비웃음과 망신살 일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대전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 시민들에게 약속한 일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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