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8명과 공무원 등 14명, 1600만원 들여 벤치마킹 현장방문
8월 또 다시 제주도와 부산에서 교육 잡혀..지역 정가 비난 일색

대전 서구의회가 또 한번 지역사회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번에는 휴가철 떠나는 관광성 현장방문 일정 때문이다. 사진은 제8대 서구의회 의원들 모습.

최근 마무리된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 분열로 갈등을 불러왔던 대전 서구의회가 이번에는 시민 혈세로 의장단과 공무원들이 휴가철인 지금 동해안에서 제주도까지 관광성 현장 방문을 추진 중이어서 지역 사회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현장 방문이 끝난 뒤인 8월에 의장단은 또 다시 제주도로 교육을 떠나고 전체 의원들도 부산에서 교육이 예정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9일 서구의회에 따르면 의회운영 전문성 제고와 의정활동 역량 강화를 통해 효율적인 지방의회 운영을 도모한다는 목적 아래 국내 4개 도시를 현장 방문한다. 31일부터 8월 6일까지 강릉과 울산, 부산을 거쳐 제주도까지 총 6박 7일간의 일정이다. 

대상은 의원 8명과 직원 6명 등 14명이며 예산은 의원들 국내여비 937만여원과 의정운영공통경비 645만여원 등을 포함해 1582만 9500원이다. 1인당 113만원의 혈세를 들이는 셈이다.

구체적인 일정을 보면 대부분 관광 일색이다. 첫날인 31일 강릉시 의회를 방문한 뒤 오후부터 안목항 등 지역 문화자원을 견학한 뒤 8월 1일에는 울산으로 이동해 대표적인 관광지인 태화강 십리대숲길을 눈으로 확인한다.

8월 2일에는 부산으로 이동해 흰여울 문화마을과 기장군을 방문한 뒤 리조트에서 숙박한다. 3일에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건너간 뒤 5일까지 섭지코지 올레길과 차귀도 섬 탐방 등 지역 주요 관광지를 둘러 보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6박 7일간의 일정이 끝나는 6일 오후 대전으로 복귀한다.

이번 동해안에서 제주도까지 사실상의 관광투어에 대해 서구의회 측은 자매결연도시인 강릉시 의회와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지역의 특색있는 문화 체육시설 등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한다는 목적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고 있지만 지역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역경제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지방의회가 적잖은 시민혈세를 들여 관광 투어를 다닌다는 점 뿐 아니라 의장단 등이 앞장서 세금낭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현장 방문 명단을 보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선용 의장과 김경석 부의장을 비롯해 정현서 경제복지위원장, 정능호 도시건설위원장, 서지원 경제복지부위원장, 윤준상, 조규식, 김창관 의원 등이 함께 관광투어에 나선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관광투어 일정이 끝나자 마자 의장단 등은 또 제주도에서 2박 3일간 집중교육이 예정돼 있다.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가 주최하는 의장단 및 위원장단 집중교육이 제주도에서 열리는 데 거기에 참석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서구의회 전체 의원 및 직원들은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간 한국지방자치학술연구원이 주최하는 의원 역량개발 교육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 교육은 부산에서 열린다.

즉 휴가철인 7월말부터 8월까지 한달 동안 서구의회 의장단은 무려 3차례의 관광성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셈이다. 현재 동해안부터 제주도까지 현장방문 일정만 확정돼 1600만원에 가까운 혈세가 소요되지만 나머지 일정까지 확정될 경우 수천만원의 혈세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대전시당은 남가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매년 지적받아 온 해외 관광연수의 국내판으로 코로나19로 너나없이 어려운 시국에 도저히 납득할래야 납득할 수가 없는 행동"이라며 "손님이 없어도 내야하는 가게 임대료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놓고 한숨 쉬는 시민들의 한숨 소리가, 일자리가 사라져 휴가아닌 휴가를 보내야하는 시민들의 한탄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또 "서구의회 의원들은 타도시를 벤치마킹 하겠다며 연수를 간다고 하는데 대전에 바다가 있길한가 오름이 있기를 한가. 섭지코지, 올레길을 돌아보고 대전이 벤치마킹 할 것이 뭐가 있는가"라며 "유명 관광지 여행일정으로 꽉채운 연수라 포장된 세금낭비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눈감고 참아 주어야 하나. 서구의회는 즉각 연수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고, 여행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의회 의원들이 연수라는 핑계로 유명관광지를 직접 방문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연수 이후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연수가 아니라 여행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구의회 내부에서 조차 "7월말부터 8월까지 의회 일정을 보면 먹고 놀자판이 아닐 수 없을 정도로 관광성 일정이 줄줄이 짜여져 있다"면서 "벤치마킹을 위한 동해안부터 제주도까지 일정은 누가 기획했는지 코로나19 시국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와 관련, 이선용 서구의회 의장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보면 관광으로 볼 수 있지만 선진지를 직접 확인해 정책으로 수립하려는 연수목적에 맞게 내실있게 계획한 만큼 일정을 차질없이 소화할 계획"이라며 "원구성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봉합하고 단합하기 위한 순기능적인 목적도 함께 있으니 좋은 취지로 봐달라"고 부탁했다.

서구의회 관계자도 "9월 회기를 앞두고 의원들 개개인 역량개발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는 8월에 일정이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일부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정이 있지만 자연재해 발생히 안전한 대처 방안과 지역의 특색있는 문화 체육시설 벤치마킹도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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