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청구 기각, 소송비용 부과 두고 설왕설래
“교육 가치 망각” VS “법치·행정원칙 지켜야”

2년 전 세종시 어진동 성남고등학교 앞 주상복합 신축 부지. 현재는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2년 전 세종시 어진동 성남고등학교 앞 주상복합 신축 부지. 현재는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세종시 어진동 주상복합 건설 논란이 학부모 행정소송에 이어 ‘소송비용 면제 청원’이라는 연장전에 돌입했다.

세종교육청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어진중·성남고등학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달 초 시의회에 행정소송비용 면제 청원을 제출했다.

‘주상복합 교육환경평가서 승인 처분 취소’를 취지로 제기했던 소송은 지난해 10월 31일 기각됐다. 법원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 2018년 해당 주상복합 아파트 출입구와 교문 간 거리가 약 20m에 불과하다는 점, 교통량 증가로 인한 보행 안전 위협, 일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학습권 침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건설사 측은 7차례에 걸쳐 시교육청에 교육환경평가서 보완본을 제출했다. 시교육청은 3차례에 걸쳐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 검토를 요청했고, 2018년 10월 최종 승인했다.

교육환경보호법에 따르면, 학교 부지 경계로부터 200m 이내, 연면적 10만㎡ 규모 이상 또는 21층 이상의 건축물은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교육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원고들이 주장한 교육환경평가 승인 절차상의 하자, 내용상 하자(교육감 재량권 일탈·남용) 등은 법원에서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 측은 “이 사건 공사 과정에서 학생의 통학에 지장 또는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며 “회전교차로 등의 설치는 아파트 입주 주민 및 통행 주민들이 누리게 될 교통상의 이익 대비 학생들이 제한받게 될 교육 환경상 불이익이 현저하게 큰 경우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소송법상 ‘원고’ 된 학생들… 선례 만드는 우려도

학부모들은 항소 대신 원고 적격 판정에 따라 학생들이 소송의 당사자가 된 만큼, 소송비용 청구를 면제해달라는 청원을 제기한 상태다.

행정소송법 제12조(원고적격)에 따르면, 취소 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학습권과 건강·안전 등을 문제로 소송이 제기된 만큼, 원고는 학생들이 될 수밖에 없다. 

법원은 소송비용액 확정 결정문을 통해 총 532만 1270원을 주문했다. 시교육청은 교육감 이름으로 원고 학생 41명에게 이 비용을 청구했다. 1인당 약 12만 9700여 원이다.

소송에 참여한 학부모 A 씨는 “어떻게 학생들 이름으로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느냐”며 “교육적인 부분을 고려해 학부모 41명 모두가 청원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소송 비용 청구 철회 방향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 주체 간 소송이 발생했고, 법과 판결상 부득이하게 학생들에게 소송 비용이 부과돼 너무나 안타깝다"며 "학부모들의 마음에는 충분히 공감이 가나 교육청 재량으로 비용을 회수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는 이번 학부모 청원에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출범 이후 소송비용 면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선례를 남기는 점에는 다소 부담감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교육 주체 간 행정소송의 경우 원고는 학생이지만, 대리인 자격으로 학부모가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 

박성수 교육안전위원장은 “부당함을 대변한 학생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고려하면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며 “대구교육청에서 학생이 아닌 학부모를 상대로 청구한 사례가 있다. 향후 상임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앞으로 다른 생활권에서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 행정을 상대로 한 학부모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폭넓게 고민해야할 문제”라며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도 법치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본다. 법은 만민에 평등하고, 판결에 승복할 수 있는 경험을 갖는 것 또한 교육의 일환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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