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의장단 특권폐지, 정당공천제 개혁 등 과제

지방의회가 부활된지 내년이면 30년이 된다. 그동안 지방의회가 뿌리내리는데는 다소의 시행착오를 예상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각급 지방의회는 개선은 커녕 개악을 거듭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핵심인 지방의회의 파행과 그 주역인 지방의원들의 도를 넘은 일탈들이 인내의 한계를 넘고 있다. 

주민들은 지방의회에 대해 기대의 끈을 놓은 지 이미 오래됐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의 지지와 신뢰에서도 크게 벗어나 있어서 지방자치를 불신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금도 많은 주민들은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지 의문을 갖고 있으며 일부 지방의회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결국 장년에 접어든 한국의 지방자치는 다시금 중대한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매년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최근의 언론에 보도된 지방의원들의 저질적인 행태들은 귀를 의심케 할 정도다. 전 김포시의회 의장의 아내 살인 사건, 김제시 남녀의원의 불륜 사건, 강남구의회 의장의 음주운전 사고, 부천시의회 의장의 현금인출기 절도사건, 공주시의원의 임기 쪼개기 관행 외에도 성추행, 이권개입, 금품의혹, 폭력사건들이 전국 의회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민선 7기 후반기 원구성을 놓고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과정에서 벌어지는 감투싸움은 점입가경이다.
 
서산시의회, 괴산군의회, 부산지역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파행, 선거결과 불복, 이의재기와 재심, 당론위반과 제명, 복당불허 등 보여줄 수 있는 추태는 다 보여주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장악한 지방의회의 같은 정당 출신 의원들끼리 빚어진 감투와 밥그릇 싸움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대전시의회도 예외는 아니다. 전체 22석 중 여당이 21석으로 절대 다수를 점한 대전시의회도 후반기 의장선출 과정에서 당내 분열과 내분으로 한바탕 난리를 폈다. 지역 현안들은 다 뒷전에 밀리면서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일당 독점의 시의회가 여·야 간 견제와 균형은 잃었지만, 최소한 안정된 시정운영으로 지역의 현안문제 만큼은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것도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책임정치를 한다는 명분으로 2006년 지방선거부터 지방의원 무보수·명예직에서 유급제라는 당근을 주는 대신, 지방선거 전면 정당공천제라는 채찍을 받아든 정당은 이러한 사태에 속수무책인 동시에 지방의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데 영(令)이 영 서질 않는다. 

이렇게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는 변질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더 계속해야 하는지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주민들에게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그토록 지방의원선거에서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들어 폐지를 주장하던 지방의원들도 상당수 정당공천제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순응하고 있다. 영호남에서 주로 통용되던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지난 6.13 지방선거부터 전국에 작동하면서 부터다. 

정당공천이 오히려 선거비용이 덜 들고 선거과정에서 고생도 덜 한다고 스스로 자인하면서 지방의원들이 오히려 정당공천제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여러 의원들로부터 확인한 바 있다.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당분간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는 개선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한 국가의 공식적 대의제도의 핵심이자, 지역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은 바로 지방의회다. 지방의회 없는 지방자치는 있을 수 없다. 또 지방의회가 지역민들로부터 제대도 인정받지 못할 때 지방자치는 절대로 뿌리내릴 수도 없다. 더욱이 세계 각국은 현재 ‘코로나 19’라는 대재앙 앞에 거대 중앙정부의 출현으로 민주주의와 자치분권이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도 어떻게 자치와 분권을 지키면서 이 재난과 지역위기를 극복하느냐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뉴 노멀사회’에서 지방자치의 정착을 통해 주민의 안전과 지역의 발전을 이루는 일은 지금부터 지방의회가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위기에 놓여있는 지방의회를 바로 세우고 그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중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지방의회 의장단의 특권 폐지와 선출문제의 개선이다. 지방의회 의장단은 그간 집행부의 공무원 인사에 암암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의전 상 예우와 연간 수천만 원의 판공비를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차기 선거 출마 등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하기 쉽기 때문에 부정한 거래나 밀실 담합 그리고 볼썽사나운 이전투구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또한, 의장단 선출 때 마다 정당의 입김과 국회의원들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지방의회가 정당에 종속되는 폐해를 낳고 있다. 따라서, 의장단에 부여되는 특권을 대폭 축소시키거나 아니면 임기동안 제대로 의정활동을 했는지 성과를 평가해서 합당한 보상을 주는 방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의장단 선출방식도 획기적으로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육동일 명예교수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그 다음 해결과제는 정당공천 문제다. 지금 전국 동시지방선거에다 전면 공천제를 허용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중앙이슈만 부각된 채 지방 없는 지방선거, 후보자의 자질검증과 공약경쟁이 생략된 선거기능의 부재, 그리고 중앙정치에 종속된 거수기 지방의회라는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공천제도의 유지가 불가피하다면 부패·비리 등 후보자나 당선자 과실로 인해 재‧보궐선거를 할 경우 선거관리비용을 원인자가 부담토록 해서 국민들의 쓸데없는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더욱이 공천을 잘못한 정당은 해당 선거구에서 공천을 못하도록 하는 엄격한 ‘정당책임관리제’를 당헌·당규보다 선거법에 담아서 지켜야 한다. 그것이 책임정치이고, 정당공천을 하는 명분이다. 그럴 때 정당의 영(令)도 선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정당의 전면공천제는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이제 2022년 지방선거를 또다시 준비해야 할 현 시점에서, 정당공천제 개선은 선거법 개정을 통해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서 다음 지방선거가 임박하기 훨씬 전에 미리 선거법과 제도를 개선해 놓아야 한다. 이번만큼은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한시적으로 배제하든지 아니면 정당공천 절차와 제도를 대폭 개혁하든지 최소한 양자택일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가 아무리 실망스럽다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중요한 지방의회의 역할을 주민자치회가 대신할 수도 없다. 어떡하든 위기에 빠진 지방의회를 살려야 한다. 주민들을 위해 성실하게 봉사하고 지방자치를 지키고 있는 지방의원들이 아직은 훨씬 많다. 

따라서 “지방의회가 살아야 지방자치가 살고, 지방자치가 살아야 대한민국과 지역이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지방의원들은 다시금 되새기면서 민선 7기 후반기에 더욱 분발해 주기를 촉구한다. 현 지방의원들은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 주인공임을 잊지 않기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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