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장문의 페이스북 글 통해, 입장표명
“文 당장 세종청사서 근무하고, 통합당은 수도이전 주도하라”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 자료사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주도했던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시당위원장이 최근 여당이 제기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론’에 대해 “대통령부터 당장 세종청사로 내려와 근무하라”며 “진정성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소속당인 통합당을 향해서도 “여당 제안이 정략적이더라도, 이를 받아들여 수도이전 문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2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판결 과정에 대한 소회부터 ‘행정수도 완성론’에 대한 평가, 균형발전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세종시 비전까지 제시했다. 

우선 김 위원장은 2004년 위헌판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수도 이전을 못하게 한 것 같지만, 사실은 이전의 길을 열어 준 결정이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를 뺀 나머지 행정기관들은 새로운 장소로 이전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더 나아가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도 제2의 집무실과 원(院)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사실상 행정수도 이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현재 통합당 일각에서 일고 있는 “개헌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과 사뭇 결이 다른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해소, 균형발전을 위해서 행정수도 이전보다 더 나은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뒤 “그러나 (균형발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인가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세종시는) 수도권 인구유입은 미미한 상황에서 대전 등 인근지역에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냉정한 평가다. 

그는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해서 이런 상황이 일시에 개선되지 않는다”며 “인구와 기업은 산업 경제 교육 문화를 따라 움직인다. 정치권력이나 행정권력을 따라 움직이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수도이전이 큰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이전 대상지역에 대한 특별한 구상이 있어야 한다”며 “올바른 분권체제의 확립과 혁명적 수준의 규제완화를 통해 지역단위 자율체제를 정립하는 한편, 수도권 인구와 기업들이 몰려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래 수도이전 구상에는 이런 개념이 들어 있었다”며 “제주특별자치도를 규제자유지역으로 만드는 구상과 함께 세종시를 그에 가까운 분권과 자율의 도시로 만들고, 시민의 자율적인 통제 메커니즘 아래 시민과 기업 모두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고민과 구상이 빠진 현재의 여당발 ‘행정수도 완성론’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평가도 내렸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앞세우면서도 그 고민이 어디에 닿아 있었는지도 모른 채, 수도이전만 하면 인구와 기업이 몰려들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이슈 등을 희석시키기 위한 정략적 문제제기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여당에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신행정수도특별법에 왜 세계화와 지방화 문제가 들어가 있었는지, 세종특별자치와 제주특별자치도에 왜 ‘특별자치’라는 말이 들어가게 되었는지부터 돌아보라”며 “같은 맥락에서 행정수도가 이전할 세종시를 교육과 문화, 그리고 연구개발 등에 있어 보다 자유로운 도시, 분권과 자율의 도시로 만들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이 모든 것을 약속하며, 오는 9월부터라도 세종청사로 내려가 일주일에 며칠씩 근무를 했으면 한다”며 “수도이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도 그렇고, 자율과 분권의 개념이 빠진 이전이 가진 한계를 인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고 요구했다. 

야당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소속 정당인 미래통합당을 향해 “제1야당은 여당의 제안이 정략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오히려 분권과 자율의 정신을 담은 좋은 안을 만들어, 수도이전 문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그는 “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강한 국가주의적 성향 속에서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안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균형발전에 대한 대안이 없는 정당을 제대로 된 정당이라 할 수 없다. 하루빨리 특위라도 구성해 이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세종시 재설계’ 등을 주장하며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낙선 후에도 세종시에 계속 남아 세종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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