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지어진 노후 주택, 49년 만에 상수도 설치 '가시화'
문창신용협동조합 8500만원 쾌척
주민들 "수십 년 만에 소원성취" 

1971년 완공된 대전 중구 석교동에 위치한 제일아파트.

대전 석교동 제일아파트가 완공된 지 수십 년 만에 수돗물을 공급받게 됐다. 수십 년 째 '먹는 물'로 속앓이를 한 주민들은 "이제 아침밥을 편하게 지을 수 있게 됐다"고 반색했다.  

중구 석교동에 위치한 '제일아파트'는 1971년 완공된 후 50년 가까이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했다. 상수도 보급률이 100%에 육박하는 대전에서 유일하게 수돗물이 안 나오는 아파트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문창신용협동조합은 제일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8500만 원을 쾌척했다. 중구는 공동주택지원사업비 600만 원을 보탰다. 아파트 주민들이 60만 원, 1세대당 1만여 원을 더해 총 9160만 원으로 상수도 배관 연결 사업이 시작된다. 내달 공사를 시작해 올해 말까지 끝낼 예정이다. 주민들은 빠르면 오는 12월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범식 문창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내부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사업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전 중구는 22일 석교동행정복지센터 3층에서 제일아파트 상수도시설 설치 사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제일아파트 이병천 관리사무소장, 박용갑 중구청장, 문창신용협동조합 이범식 이사장. 대전 중구 제공

대전시가 직접 지어 분양한 이 아파트는 당시 상수도 보급이 여의치 않아 관정을 뚫어 지하수를 공급해왔다. 아파트 지하에 설치된 관정에서 모터를 통해 옥상 물탱크로 물을 끌어다 각 가정에 지하수를 공급한다. 하지만 지하수마저 오염돼 주민들은 생수를 사먹거나 인근 보문산에서 약수를 떠먹어야 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구와 상수도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수돗물 공급을 위해서는 소유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지만, 상당수 주민들이 세입자로 거주하고 있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많아 가구당 120만 원 정도 부담이 발생하는 수돗물 공급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제일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지하수마저도 잘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며 "오후에 주로 물을 받아 놓는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1시 30분께 기자가 찾은 제일아파트 한 세대의 주방 싱크대에서 지하수가 나오고 있다. 

"40년째 아침밥 짓기 힘들어요"

40여 년간 106호에 살고있는 80대 주민 A씨는 "아침밥을 짓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지하수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미리 받아놓은 물로 겨우 밥을 짓는다"거나 "설거지를 해도 깨끗하게 씻기지 않아 찝찝하다. 머리를 감다가도 물이 나오지 않아 비눗물을 헹구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103호에서 10년간 거주한 주민 B씨는 "아침마다 이집 저집에서 '물이 안 나오네'라는 말이 떠들썩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이곳에 사는 48세대 주민 50여 명에게 씻는 것, 화장실 가는 것도 여의치 않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한 주민은 이 곳이 "제일 먼저 지어져서 제일아파트"라고 했다. "제일 먼저 지어졌는데 제일 오랫동안 수돗물이 나오지 않은 곳"이라고도 하소연했다. 하지만 몇 달만 참으면 수돗물이 나온다는 사실에 주민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집에서 편하게 깨끗한 물로 밥을 짓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제일아파트 한 주민의 집 안에 놓여 있는 약수통. 

"49년 만에 소원성취"

이병천 제일아파트 관리소장은 22일 오전 중구 석교동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상수도시설 설치 사업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 참석해 "아파트 주민들께서 '소원을 성취했다'고 크게 좋아하신다"며 "주민들을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용갑 중구청장은 "그동안 어려운 분들을 위해 쌀이나 물품 등으로 도움을 주는 일은 많았으나, 문창신용협동조합처럼 시설 개선을 지원해주는 사례는 처음"이라며 "이번 일이 본보기가 돼서 지역사회에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지원의 손길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육상래 중구의회 부의장은 "구에서 공동주택지원사업비로 1500만 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며 "예산 부족 시 2차 추경 때 반영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 중구 석교동 제일아파트에는 48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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