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민주당 독주’에도 원구성 파행은 여전

보름이상 파행을 이어갔던 대전시의회가 20일 새로운 임시회를 열고 정상화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3일 의장·부의장 선거와 4개 상임위원회 위원 선임을 끝마쳤어야 하지만 보름 이상을 허비한 결과다. 그 사이 대전시정과 관련된 중요 업무보고와 조례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지방의회 원구성이 갈등과 파행을 반복해 온 만큼, 이번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전시의회 원구성 파행은 그 내용상 ‘최악의 파행’으로 기록될 만하다. 한 정당에게 지방권력을 몰아주며 시민의 힘을 위임해 준 결과가 참담한 배신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지역 확산으로 시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을 때, 의원들은 자리다툼에 여념이 없었다.

대전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전시민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장과 5개 구청장은 물론이고 대전시의회 22석 중 21석을 민주당에 몰아준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지역 국회의원 7석 전부를 또 다시 민주당에 몰아줬다. 과거 지역정당을 표방했던 자유선진당도 이 정도 몰표를 받지 못했다. 민주당은 대전의 지역정치사에서 어쩌면 ‘전무후무’한 권력위임을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위로가 되기는커녕, 짜증만 안겨주는 행태를 보였다. 자기들끼리 약속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자리다툼에 여념이 없는 모습에 상당수 시민들은 “어떤 세력에게 힘을 몰아줘도 차이가 없다”며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의구심마저 표출하고 있다.  

대전지역 민주당 정치인들은 그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국회 원구성이나 개혁입법 통과과정, 인사청문회 등으로 파행이 이어질 때 민주당은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논리를 폈고, 집권여당의 ‘막중한 책임’에서 일부 면책효과를 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역 상황은 전혀 다르다. 발목 잡을 야당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시·구의회는 국회 못지않은 파행을 이어갔다.

‘일부 시의원들의 일탈’로만 문제를 가볍게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당은 지역에서 지역위원회와 시당으로 체계화돼 있고, 지역위원장과 시당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대전지역 7개 의석 전석을 석권한 민주당은 책임정치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실질적 당정협의 정례화’를 공언하기도 했다. 형식에 내용을 채워 시민의 뜻에 부합하는 정당정치의 모범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이 또한 허언에 불과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았다. 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과정에서 사전에 ‘게임의 룰’만 분명하게 정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문제가 불거진 것은 ‘리더십 부재’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전·현직 시당위원장이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을 방관하는 일도 벌어졌다. 외형상 지방의회의 문제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지역 국회의원을 포함한 지역정치의 문제였다는 뜻이다.

한 차례 폭풍이 휘몰아치고 난 뒤에 책임과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통절한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나서겠다는 각오도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사과와 사죄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미 충분히 예상됐던 문제에 뒷짐을 지고 난 뒤에 나오는 ‘사후약방문’인 까닭이다. 

민주당이 시·구의원 몇 명을 징계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한다면, 4년 뒤 똑같은 일은 반드시 반복될 것이다. 야합이 없으면 내분으로, 내분이 없으면 야합으로 파행을 반복하고 있는 지방의회다. 이번 기회에 그 싹을 자를 근본적 처방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사과와 사죄는 그냥 말로만 끝나는 ‘반복적 허언’에 불과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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