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민주당 ‘무공천’ 논란을 보는 시각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대한민국의 여론이 갈라졌다. 박 전 시장 조문부터 장례, 성추행 의혹 진상조사까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양 갈래로 나뉘어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박 전 시장 빈소 앞에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예의가 아니다”며 역정을 냈다. 이 대표는 박 전 시장 사망과 성추행 의혹에 비난 여론이 커지자 “민주당 대표로서 통절한 사과”를 하면서도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어렵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당대표 시절 경남 고성군수 재선거 지원 유세에서 재선거 원인을 제공한 새누리당을 향해 무(無)공천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같은 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당헌을 만들었고, 개정을 거듭하며 무공천 범위를 확대·강화했다.

민주당 당헌 96조2항은 이렇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

2017년 4월 천안시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이 당헌을 근거로 후보를 내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야당이었다. 민주당은 올해 자당 소속 단체장 낙마로 4‧15총선과 함께 치러진 천안시장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냈다.

물론 기초의원‧기초단체장 재보선과 광역단체장, 그것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상징성과 무게는 차이가 있다. 그렇더라도 야당일 땐 당헌을 따르고, 여당일 땐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이제 논쟁은 민주당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을 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차기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필요하면 당헌을 개정하겠다”고 공천 의지를 밝힌 반면, 이낙연 의원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80석의 거대 정당으로 몸집을 불렸다. 개헌을 빼곤 뭐든지 할 수 있는 무소불위 권력을 쥐었다. 동시에 오만함을 경계해야 한다는 소리도 꾸준하다. 국민들이 180석을 준 뜻과 명령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민 정서나 여론에 반하는 선택을 한다면 곧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

총선 이후 집권 여당을 둘러싼 사건사고와 당 대표 발언은 오만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공천 여부는 민주당이 판단할 몫이다. 다만 그 판단에 따라 재보선 이후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어떤 기준과 잣대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인가. 결국은 ‘겸손’ 아니겠나.

칼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이지 아무데나 휘두른다고 칼이 아니다. 180석이란 ‘숫자’를 쓰기 전에 그 숫자를 만든 국민과 유권자의 뜻을 먼저 생각하시라. 그것이 공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겸손이고, 책임이다. 오만한 권력은 겸손한 권력을 이길 수 없다. 정권은 짧고 권력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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