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풀꽃협동조합

공주시 제민천3길 66 빈집갤러리 전경. '나태주 시인이 사랑한 골목길'을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공주시 제민천3길 66 빈집갤러리 전경. '나태주 시인이 사랑한 골목길'을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공주 제민천을 따라 담장 낮은 주택들이 모여 있다. 세탁소 간판이 걸려있는 빈 가정집, 주인이 떠난 곳에 누군가가 새 숨을 불어넣었다.

풀꽃협동조합이 제민천3길 66 빈집갤러리에서 오는 25일까지 ‘시인이 사랑한 골목길’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다.

동네 세탁소였던 가정집을 그대로 살려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빛바랜 장판, 세월을 머금은 벽지와 아담한 화원까지. 이곳에서 태어나고 살았을, 공간의 옛 주인들의 흑백사진도 걸려있다.

전시 주제는 나태주 시인이 사랑한 골목길 풍경이다. 풀꽃협동조합은 나 시인과 관련된 문화예술 콘텐츠를 연구·개발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버려진 공간에 꽃씨를 심는다는 마음으로 소소한 빈집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김혜식 사진가를 중심으로 김영주 화가의 골목 수채화, 한동일, 신선희, 석미경, 송두범, 김순자, 안지연, 오종휘 조합원이 서로 다른 시선을 담은 사진 작품을 내놨다.

전시를 총괄 기획한 김혜식 사진가는 “2005년부터 흑백 필름 사진으로 공주 골목길을 찍기 시작했다”며 “풀꽃협동조합에 다양한 재능을 가진 공주, 세종분들이 모였다. 전문 사진가들은 아니지만 애정과 사랑을 갖고 찍으니, 빈집이 정말 소중한 전시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소도시 매력 가꾸는 '도시재생가들'

왼쪽부터 풀꽃협동조합 김순자 캘리크라피 작가, 김혜식 사진가, 루치아 씨.
왼쪽부터 풀꽃협동조합 김순자 캘리크라피 작가, 김혜식 사진가, 루치아 씨.

빈집을 산 사람은 인근에서 ‘루치아의 뜰’ 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루치아(세례명)씨다. 그는 남편과 오래된 한옥집을 그대로 살려 찻집 공간을 꾸몄다. 가로등 없는 우범지역이었던 이 골목은 이제 ‘루치아 골목’으로 불린다.

그는 “공주는 소도시지만 매력이 많은 곳”이라며 “이곳 골목을 중심으로 8년 만에 카페 21곳이 생겼다. 상인들은 정말 금융위기 때보다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래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 로컬 시대가 도래했다는 생각도 해본다”고 말했다.

전시 사진들은 공주 구석구석의 풍경을 담고 있다. 오래된 이용원부터 식당, 새롭게 지어진 한옥에서 나오는 불빛, 동네 풍경을 그린 수채화 사진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화단에는 다양한 우리꽃들이 심어져있다. ‘꽃동장’으로 불리는 오종휘 전 동장이 심혈을 기울여 가꾼 곳이다. 그는 퇴직 후 이사를 계획했지만 주민들의 만류에 공주에 정착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문학관 야생화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김 사진가는 “도시재생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자기만의 빛깔로 각각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수록 공주 원도심의 미래도 밝아진다. 풀꽃협동조합이 다양한 능력을 갖춘 분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풀꽃협동조합은 향후 나태주 시인을 테마로 한 골목길 투어 여행 코스를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다. 풀꽃문학관을 찾는 사람들과 동네 곳곳을 다니며 시인이 사랑한 ‘공주’를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젊은이들, 공주로 오세요”

빈집갤러리 전시 모습.
빈집갤러리 전시 모습.

최근 공주에는 젊은 청년들이 조금씩 모여들고 있다. 작은 서점과 음식점, 빵집도 곳곳에 생겼다. 우연히 공주를 다녀간 청년들이 이곳에 정착해 골목에 가게를 하나씩 내면서다.

루치아 씨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보면 당장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을 하는 데 거침이 없다”며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젊은이들이 공주 한 달 살기 등을 하며 작은 공간을 오픈하는 등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 사진가도 “공주에 온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내 자식이나 형제처럼 보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이사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고맙고, 잘했어요’하고 말한다. 정말 환영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도시재생사업이 어느 정도 확산되면서 부동산 시세 상승, 외지인 유입 등의 작은 우려도 생겼다. 도시재생사업이 사업 수단화되는 현상에 대한 걱정이다. 

이들은 “외지인이 오더라도 어쨌든 이 도시에 함께 오래도록 살면 큰 걱정은 없을 것 같다”며 “작은 이익을 보고 떠나가는 분들은 못 볼, 이곳에 살며 느끼는 작은 기쁨과 행복이 있다. 여건이 된다면 근대 풍경이 남아 있는 공주의 일부 지역은 정말 민간에서라도 사서 보존하고, 남겨놓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공주시 최대 현안인 원도심 경제 활성화 해법이 곧 도시재생사업과 직결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중간 조직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며 “주민 역량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있다. 풀꽃문학관 보수 사업 시 오래된 은행나무가 베어진 일, 옛 헌병관사의 아름다운 돌계단이 반듯한 계단이 된 점 등 지금 돌아보면 아쉬운 일도 많다”고 했다.

끝으로 두 사람은 “공주는 인근 대전과 세종과의 관계에서 많은 것들을 빼앗겼다는 상실감이 있다”며 “세종이 갖지 못한 것을 공주가 갖고 있다. 함께 상생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서로 보듬을 수 있는 관계가 될 것 같다. 인근 세종시민들도 공주 원도심을 가꾸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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