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17분 KTX 서울행 승차. 서울역 서부에서 463번 버스 탑승. 열 정거장 후 국회의사당 도착, 그리고 소통관 1층까지 잰걸음. 뚜벅이 출근길에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소통관에 도착하면 늘 다급하게 방문신청서를 썼다. 신상정보와 방문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매일 적어냈다. 국회 사무처에서 일시취재증도 미리 발급받아 주민등록증과 함께 확인 받아야 했다. 열 체크에 이어 X선 검사까지.. 겨우 소통관에 가방을 풀고, 곧바로 본청으로 향해 이런 절차를 또 거쳤다. 비로소 여당 최고위원회의에 도착하는 시간은 9시 25분. 

늘 출근 전쟁에 이어 '오전 취재 전쟁'까지 끝내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대부분 내게 "힘들겠다"고 말했지만, 제주도에서 국회로 출퇴근하는 한 선배 기자에 비할 바는 못됐다. 

초선 의원 릴레이 인터뷰를 하던 중에는 KTX 첫 차 시간이 새벽 5시 55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역에서 '뚜벅이' 정치인이라고 알려진 국회의원이 매일 출근 때 이용하는 열차라고 한다. 선거 유세에서 늘 등장하는 용어라 솔직히 '뚜벅이'라는 용어에 공감을 못 할 때가 많았는데, 2년 차 기자의 눈에 비친 '뚜벅이 정치인'은 큰 충격이었다. 젊은 기자보다 더 부지런하고, 열의가 넘쳐 보였달까. 첫 차를 이용하는 지역 의원 몇 명을 더 봤는데, 이들이 '일하는 국회'를 선언하며 뚜벅이 유세를 하던 초심을 잃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딛기를 내내 응원했다. 

한 달 국회 출입을 하면서 기자가 느꼈던 감정은 대게 '씁쓸함'이었다. 지역 언론사에서는 새내기 기자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조건이라 다들 "좋은 경험하라"고 격려해 주셨는데, 사실상 마지막 출근날에도 씁쓸함을 지우지 못했다.

'일하는 국회'가 무색하게 여야 간 원구성 대치가 계속됐고, 대화는 커녕 반쪽짜리 협상만 이어졌다. 코로나19 불을 끄기에도 힘이 모자란 데, 북한 도발에 미래통합당 보이콧까지 더해지며 발만 동동 굴렸다. 대전지역은 또 어떤가. 짧은 시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이 넘어서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사상 초유 시의회 의장 선출 파행까지 이어져 절로 한숨을 자아냈다.  

내가 한숨 돌릴 틈 없이 내딛은 국회에서 그렇게 한숨만 나왔다. 도돌이표 정치를 보면서 중앙이나 지방이나 난국인 상황이 씁쓸했다. 서울 마지막 출근날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보로 아침을 맞았다. 각계의 애도 행렬이 이어졌고, 정계가 침통함에 빠졌다. 한달 새 서울에서 본 대부분은 그렇게 씁쓸한 것들이었다.

감투싸움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킨 일부 의원들이나, 극단적 선택으로 충격을 안겨준 고인 등 대개 그들은 초년 시절 '뚜벅이'를 외쳤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들의 다짐이 무색해지는 이유다. 일하는 국회를 향한 21대 국회의 초심은 진정성을 잃지 않고 뚜벅이처럼 나아갔으면 한다. 누군가는 초심을 향한 대장정에 실패했으나,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의 레이스를 달려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기자인 필자도 초심을 되새겨본다. 기자로서의 본분을 잘 지키고 있는지, 초심을 잃지 않는 기자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짐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진정성을 잃지 않고 뚜벅이처럼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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