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균형배분’ 아닌 ‘균형발전’ 필요한 이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의원(왼쪽)과 김부겸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의원(왼쪽)과 김부겸 전 의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집권 여당 당권 경쟁이 막을 올렸다. 두 사람은 당권 후보인 동시에 여당의 차기 유력 대권 후보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 관심이 쏠리는 가장 큰 이유다.

두 사람은 또 호남(이낙연)과 영남(김부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당권 주자를 내놓지 못한 충청은 두 지역 대표 주자들 사이에서 ‘전략적 실리’를 찾아야 한다. 일찌감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커밍아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이낙연‧김부겸, 자치분권 진정성 있나
코로나 극복 해답은 분권에서 찾아야

두 사람은 출마 선언문에서 공통의 화두로 ‘코로나 극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책임정당’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그들이 주창하는 코로나 극복이 구호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근본적 해답은 ‘분권’에서 찾아야 한다. 가령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조치를 왜 교육부가 결정하는가. 학교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건 일선 학교장이고, 지역 교육감이다. 학교장이 학부모 의견과 동의를 구해 등교 여부를 판단하는 게 효과적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통과한 3차 추경은 어떤가. 중앙정부에는 최소한만 남기고, 나머지는 ‘보조금’ 형식으로 지방정부에 내려 보내 자율적 운용에 맡겨야 한다. 어느 항목에 쓰라고 지침을 콕 찍어 내려 보내면, 지방정부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컨대 대전 보건인력이 한계에 이르렀다. 반면 중앙정부 조직은 체계적이지 못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긴급대응 예산도 거의 떨어져 간다. 자가 격리중인 해외 입국자에 지원하는 10만원 상당 구호물품도 코로나가 연말까지 간다면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중앙 정부나 여당만으론 코로나 극복은 불가능하고, 지방 정부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자치와 분권은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 과제다. 임기 초반 개헌을 통한 과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박병석 의장은 어제(9일) 국회에서 열린 ‘자치분권 과제와 비전 세미나’에 참석해 “21대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하다면 자치분권도 개헌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전 세계가 K-방역을 모델로 삼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협력할 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볼 수 있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국가 균형발전은 이미 ‘시대적 요구’
정부 정책 ‘균형배분’ 아닌 ‘균형발전’에 쏟아야

일부에서는 정부가 ‘균형발전’이 아닌, ‘균형배분’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을 지적한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는 책에서 지방분권 핵심인 재정분권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부자 지자체와 가난한 지자체간 양극화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17개 광역 시도를 7개로 통합하고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초(超)광역적 지자체는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 각각을 압축하고, 광역적 시각에서 도시 간 연계전략을 자율적으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의 격차는 거점의 개발이익을 주변지역으로 이전시키는 ‘상생발전 프로젝트’로 줄여나갈 것을 제언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며칠 전 국회 출입 충청권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을 전제로 같은 맥락의 지방분권을 언급했다. “행정은 광역권으로 통합하자는 주장이고, 자치권은 세분화해 시‧군 단위별로 넓히면 동(洞) 단위까지 자치가 확장할 수 있다. 시민의 참여와 주체의식을 높이는 역할을 하자는 게 제 생각이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이미 시대적 요구다. 그러나 지금의 여당 당권 후보가 내세운 비전만으론 시대적 요구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되레 ‘선언’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이낙연 의원은 그 ‘선언’마저 없었다.

진정한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자치와 분권에 대한 국민적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실행 로드맵 마련도 시급하다. 정치권의 힘의 논리로만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 해법을 자치와 분권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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