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충남복지재단 고일환 대표이사…“공직생활 소신 ‘우문현답’, 복지현장도 통해” 

혁신도시법 통과로 충남도청이 위치한 내포신도시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인구 3만 명이 채 안 되는 더딘 발걸음을 보이고 있지만, 도내 기관·단체들이 속속 입주하며 중핵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디트뉴스>는 내포신도시에 입주한 기관·단체장들을 순차적으로 만나 활동계획을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충남복지재단 고일환 대표는 '일상에서의 복지'를 충남형복지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복지’라고 하면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특별한 혜택정도로 인식하곤 한다. 실제 복지정책 상당부분이 그런 형태를 취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복지는 ‘위기’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 일상 모두가 복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월의 둘째 날 <디트뉴스>와 만난 고일환 충남복지재단 대표는 충남형 복지가 가야할 길을 이같이 제시했다. 한 마디로 ‘일상에서의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는 뜻. 이런 시각을 갖게 된 배경에는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꺼낸 그의 이야기는 이랬다. 고 대표의 부친은 약 30년 전 집안에서 낙상을 입어 한쪽 다리를 저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다. 하지만 신체적인 불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마음의 상처였다. 부친의 닫혀버린 마음에 갈등이 적지 않았던 고 대표에게 소외받는 이들의 심정을 헤아리기 위한 고민은 자연스러웠다.

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을까. 부인은 고 대표가 도청 재직 시 국제교류 연수를 간 사이에 육아와 공부를 병행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게 된다. 성대 결절이 올 정도로 고됐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지금은 손주를 돌봐주면서 그 열정과 노하우를 되찾고 있다고.

딸 역시 취업준비를 하면서 사회복지 자격증을 취득했고, 대학에서 이공계였던 아들은 군 제대 후 사회복지학과로 전과한다. 고 대표에게 복지가 생활의 일부일 수밖에 없던 이유들이다. 여기에다 오랜 시간 몸담았던 기업지원관련 이력을 통해 단련된 ‘실사구시’형 분석과 평소 좌우명인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 더해져 실무형 복지기관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복지관련 전문 이력이 없었음에도 양승조 충남지사의 제1호 결재(충남아기수당)의 담당 실국장을 하면서 9년이나 걸린 복지재단 설립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이젠 복지재단을 문재인 정부의 핵심사업인 ‘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하는 중책까지 맡고 있다.

이제 고 대표는 욕심을 부려본다. 충남의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서울 중심의 정부 복지정책을 지역 맞춤형으로 연구·개발하는 것이다. 복지수도를 꿈꾸는 양 지사의 도정이라면 머지않아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그는 확신한다. 

최근에는 업무의 부담이 컸던 탓인지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고 손 사레를 친다. 헌데 몸은 힘들었어도 마음만은 평온을 얻은 듯하다. 주말을 이용한 충남도서관 서가정리 봉사활동 재미에 푹 빠졌다는 그의 미소가 충남 복지의 이정표가 아닐까.

한편 충남 금산 출신인 고 대표는 금산군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충남도 경제통상실 기업통사교류과장, 기후환경정책과장을 거쳐 복지보건국장과 저출산보건복지실장을 지냈으며 퇴직후 지난해 9월 충남도복지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다음은 고일환 대표이사와 1문 1답]

고 대표는 부친의 사연 등 어렵게 가족 이야기를 꺼내며 복지가 자신의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회고했다.  

-충남복지재단의 역할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도의 각종 사회복지 정책을 연구해 충남형사회복지 모델을 개발해 ‘더 행복한 복지수도 충남’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한 업무다. 사회복지 통계 D/B를 구축해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제공하고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행정기관과 현장 간 교량 역할을 하는 일, 사회복지시설 경영컨설팅 지원과 종사자 역량 강화 및 처우 개선 등도 담당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사업인 사회서비스원 사업을 추진해 종합재가센터, 요양원, 어린이집, 지역아동돌봄센터 등을 직접 운영해 사회복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복지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이 대표적인 역할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연말까지 복지재단을 ‘충남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공직생활 중 ‘복지분야’와 인연이 적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복지재단을 이끌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초기에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기반을 다지기 위해 조직 관리를 해본 공직자 출신이 안성맞춤이라며,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보라는 주문이 많았다. 또 도청 인사의 숨통을 터주는 차원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모에 응모했다. 40년 공직생활 중 주로 산업경제·국제통상 분야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자연스레 몸에 밴 기업마인드, 많은 해외 출장 경험으로 얻은 글로벌 마인드가 인정받은 것 같다.

물론 퇴직 전 복지보건국장과 저출산보건복지실장을 2년간 역임하면서 많은 복지업무를 다뤘고 100 군데가 넘는 사회복지 현장을 직접 찾아가 눈으로 확인하고 체득한 노하우와 재직기간 틈틈이 사회복지 관련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역량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오늘날 제가 있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가정적 여건이 아니었나 싶다.”

-가정적 여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남들에게 쉽게 꺼내기 어려운 가정사다. 30년 전 쯤 겨울, 집안에서 여동생 결혼식 준비로 분주하던 중 허드렛물을 버려 빙판진 곳에서 아버지가 낙상을 당해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가 오셨다. 이때 아버지의 좌절과 고뇌를 지켜보면서 장애인의 소외감과 불편을 알게 됐다. 장애인등록을 하고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는 것이 어떠냐고 말씀드리면 ‘아무리 장애를 가졌다고 족보에까지 장애인으로 올리란 말이냐’고 역정을 내셨다. 그래서 갈등이 깊었다.

아내는 제가 39세 때 일본에 국제교류 장기연수를 간 사이 혼자 애를 키우면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보육교사로 취업까지 했다. 밤새워 학습준비를 하고 성대결절에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모습에 ‘보육 복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아들은 이공계에서 군 제대후 사회복지학과로 변경했고 딸은 취업 준비를 하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복지는 특별한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가장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도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 개선방안 연구다. 도내 수 천 개의 복지시설 종사자들의 급여수준이 각양각색이고 처우도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해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연말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양 지사께서 우리 재단에 부여한 첫 번재 과제라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하나는 현재 복지재단의 기능을 확대 개편하여 직접 서비스까지 추진하는 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에 충남복지재단 설립을 허가하면서 부여한 조건이기도 하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사업이기도하다.” 

-사회서비스원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어려운 사람들 찾아서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복지가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인 권리로 다가는 체제로 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충남도의 정책은 바른 방향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이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이 복지재단의 일이라면 사회서비스원은 직접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모든 행동이 사회서비스라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관리가 부실한 민간위탁 국공립 시설을 직영으로 운영해 정상화 시키는 방법이 있다.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일부 민간에서는 자신들의 영역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만, 공공서비스가 강화되고 전체적인 서비스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 한다. 고용승계를 받은 뒤 회계운영만 우리가 하고 현장 인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고 대표의 좌우명인 '우문현답'. 그는 복지업무 역시 현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스스로 ‘우문현답’을 강조하며 업무를 추진해 왔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변’이라는 사자성어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현장을 중시했고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도청에서 일할 때도 이론은 전문가에게 부족할지 모르지만 항상 현장을 다니다 보니 세세한 것까지 알게 됐다. 복지분야 역시 답은 현장에 있었다.”

-복지재단 대표이사로서 포부는?

“정부의 복지제도 연구기관이 대부분 서울에 있다 보니 ‘도시형’ 정책이 많다. 이로 인해 충남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남의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랄까. 지방자치단체에 복지정책에 대한 재량권이 일정부분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복지재단이 개선안을 만들어 역으로 중앙정부에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충남형 복지모델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정부에 제시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의 인생은 자원봉사 활동을 비롯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면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복지 실천가로 살아가고 싶다. 복지업무를 보다 보니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퇴직 후 실천하고 있다. 복지관 급식도우미, 하천청소 등에 동참하다 아예 충남도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해 충남도서관 서가정리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1000시간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교통비 1만 원은 지정기탁 하고 있다. 봉사를 한다는 자부심도 느끼고 기부도 할 수 있다. 도민 모두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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