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에겐 공로연수라는 제도가 있다. 정년을 앞둔 공무원들에게 사회 적응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6개월~1년 연수형식을 빌어 사실상 쉬게 하는 제도다. 공로연수라는 이름을 보면 그동안 일한 공로를 인정해서 베푸는 혜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퇴직자보다 현역 공무원들을 위한 것이다. 퇴직자가 6개월~1년 앞당겨 나가면 후배 공무원들이 그만큼 빨리 승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로연수제는 일하지 않는 공무원에게 임금을 주는 것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반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돼왔다. 충남도가 올 하반기 인사에서 처음으로 이 제도를 깨는 인사를 실시했다. 순차적 폐지 계획에 따라 공로연수 대상자 가운데 일부에 대해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도록 했다. 대상자 17명 가운데 3명이 이 제도의 적용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문제는 공로연수 제외자 선발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다. 도는 이번에 퇴직 대상자들에게 공로연수 신청을 받은 뒤 특정인 2명에게만 ‘잔류’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제외자를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인들의 잔류 소문을 듣고 또 다른 대상자 2명은 “우리도 남겠다”며 공로연수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그 중 한 명만 잔류가 결정되고 다른 한 명의 잔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래는 다 같이 떠날 사람들인데 도가 누구는 붙잡고 누구는 내쫓는 인사가 되고 말았다. 

누군 붙잡고 누군 내치는 무원칙한 운영

이런 인사일수록 기준이 명확하고 과정이 투명해야 의심을 사지 않는다. 도는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도공무원 노조가 납득할 수 없다며 해명을 요구하자, 도 간부는 “이 사람(국장급 잔류자 지칭)만큼 일 잘하는 사람이 없다. 공로연수 보내기는 아깝다”고 했다고 한다. 과장들 중에는 그 자리를 이어받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로, 애먼 과장들만 졸지에 무능한 공무원이 되고 말았다. 도가 붙잡지 않고 그냥 내보낸 사람들도 기분이 언짢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로연수가 일 하지 않고 월급 받는 제도라고 해도 대상자들이 모두 이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승진을 앞두고 있거나 연수보다 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공로연수를 원하지 않는다. 공로연수 대상자를 가릴 때 공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아무 기준도 없이 인사권자 마음에 드는 공무원들의 요청만 들어주는 식은 또 하나의 특혜요 인사폐단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보더라도 공로연수제는 폐지가 마땅하다. 충남도는 광역자치단체 가운데는 전국 처음으로 제도 폐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운영 행태를 보면 이 제도의 폐기가 진짜 목적인지 그보다는 인사권자와 특정인의 이해가 우선인지 의문이다. 도는 공로연수제가 폐지될 때까지 명확한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해서 누구는 덕을 보고 누군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 인사에선 도지사 비서실직원의 특별승진도 뒷말을 낳고 있다. 비서실직원은 승진서열 30위에도 불구하고 과장으로 직행하며 승진했다. 노조 측은 “인사가 도지사의 재량권이라고 해도 비서실 직원이 곧바로 과장급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도청직원들 게시판에는 “일하지 말고 줄을 서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충남도가 일보다 줄이 중요한 조직으로 가면 최대 피해자는 도민과 도지사 자신이라는 점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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