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투수편: 선발진 긍정 & 경험 부족한 불안한 불펜

최원호 한화이글스 감독대행.
최원호 한화이글스 감독대행.

2020시즌 한국 프로야구가 팀당 50경기를 넘어서며 중반전에 들어섰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 더욱 치열해진 순위 경쟁에서 어느 팀이 살아남을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NC는 여전히 투, 타에 걸쳐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며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키움도 계속되는 상승세로 NC 추격에 여념이 없다. 다만, 선두권을 위협하던 두산이 주춤하고 기아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삼성이 엄청난 상승세로 5위권(게임 차이 없는 6위)에 합류하면서 상위권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상위권에서 꾸준하게 선두권을 위협했던 LG가 완연한 하락세를 겪으며 4위에 턱걸이하는 반전이 벌어졌다. 꾸준하게 5위권을 노크하던 롯데도 힘이 빠지면서 하위권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KT는 힘을 내면서 중위권 진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SK와 한화의 최하위 경쟁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고 있다. SK가 앞서 있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한화 역시 될 듯 될 듯 안 되는 전형적인 약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이글스는 5연패 탈출에 성공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듯 했으나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다만, 선발진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타격도 오름세에 있지만 불펜의 불안과 타선에서의 집중력 저하는 여전히 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민우, 김범수가 자리 잡은 희망의 선발진

최원호 감독대행은 한화이글스의 미래 선발진 구축을 위해 전향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상했다. 바로 1군과 퓨처스에서 동시에 선발진을 운영하는 것이다. 선발 자원을 확보하고 확보한 자원으로 유기적인 운영을 통한 선순환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는 것이 그 골자다. 

1군에서는 외국인 투수 서폴드와 채드벨 그리고 장시환, 김민우, 김범수를 선발 로테이션으로 , 퓨처스에서는 고졸 신인 남지민을 비롯해서 오동욱, 최이경, 김이환, 박주홍 등의 젊은 투수들을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해 기회를 주는 것이다.

팀은 최하위에 처져 있지만 한화이글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긍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1군에서 2-3경기 부진한 선수를 대신해 퓨처스 선발진에서 충원하고 1군과 퓨처스의 선발진은 그대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리 없이 선발진 운영이 되고 젊은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1군에서 부진한 선수에게는 휴식과 회복의 여유를 줄 수 있는 계산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큰 변화가 없다. 채드벨이 부진한 게 아쉽지만 서폴드는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고 퓨처스에서 조정기를 거친 장시환은 다시 힘을 내고 있으며 한화이글스의 현재인자 미래인 2015년 입단 동기생 듀오 김민우와 김범수는 잠재력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화이글스의 선발진의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자원인 우완 김민우와 좌완 김범수의 선발진 안착은 큰 의미가 있다. 2015년 입단 동기생으로 올해 6년차를 맞이한 이들은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크다.

부상으로 부침이 심했던 김민우는 이제 부상에서 벗어나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회복하면서 하이패스트볼, 커브, 포크볼 등의 다양한 레퍼토리로 좋은 피칭을 하고 있고 불펜에서 선발로 합류한 좌완 김범수는 150km까지도 던질 수 있는 스피드와 100개의 공을 넘겨도 그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는 스테미너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에는 단점을 지적되던 제구까지도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고 있다.

서폴드가 지금처럼 제 몫을 해주고 장시환과 김민우, 김범수의 토종 선발진이 5이닝 이상만 책임져 준다면 한화이글스는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외국인 투수 채드벨이 지난 시즌 후반기의 모습을 빨리 찾아야만 더욱 준수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불펜진의 불안

최원호 감독대행의 선발진 구상은 계획대로 잘 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우람이 빠지고 송은범과 이태양이 이적한 불펜진은 아직까지 미완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시즌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진영은 확실히 힘이 빠진 상황이고 믿었던 박상원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현재 불펜에서 믿을 수 있는 자원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팩트”일 것이다.

그럼에도 최원호 감독대행은 경험이 없고 경기력도 부족한 불펜 자원으로 이기는 경기를 잡고 뒤지고 있는 경기는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매 경기 송진우 투수 코치와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선수가 나와 주면 좋은데 현재로서는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김진영에게 휴식을 주는 것이 낫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김진영과 박상원이 필승진에 포진하고 좌완 황영국이 이기는 경기에 함께 투입된다. 여기에 문동욱, 김종수 등 그나마 불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박빙의 승부에 나서고 윤대경, 강재민이 상황에 따라 투입되게 된다. 현재 한화이글스 불펜의 키는 장민재가 쥐고 있다. 선발과 불펜 경험이 풍부한 장민재는 롱릴리프로 또는 어떤 상황에서도 투입이 가능하다. 또한, 불펜을 이끌어야 하는 몫도 장민재가 짊어지고 있다. 

부상 중인 정우람이 복귀하는 시점에 현재 불펜 선수들의 경험이 어느 정도 쌓아지면 다시 불펜진의 운영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정우람이 최대 2이닝을 책임져 주는 상황에서는 불펜진의 운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는 기회의 마운드가 될 수 있다. 좌완 황영국이 가능성을 보였고 윤대경도 새롭게 발굴해 낸 불펜 투수들이다. 지난 시즌부터 마운드에 얼굴을 내민 문동욱, 김종수도 본인들의 활약에 따라 붙박이 불펜 자원으로 계속 활용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최원호 감독대행의 마운드 운영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경험이 부족한 불펜 투수들이 조금은 더 편한 상황에서 피칭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수 교체 타이밍을 제대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타임 빠르게 잡느냐 아니면 느리게 잡느냐의 결정은 감독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순간의 선택에 의해 불펜 투수들이 부담감 없이 마운드에서 자신들의 피칭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호 감독대행과 송진우 투수코치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했다. 선발진이 안정되고 불펜진의 경험이 쌓이면서 좋은 타이밍에 최고의 피칭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지도자의 능력이 더해진다면 비록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화이글스 마운드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렵게 개막을 맞이한 2020시즌. 팬들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많은 훈련과 노력으로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 승리를 따내고 가을야구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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