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현 세종시 부강성당 신부

세종시 부강성당이 국가등록문화재 제784호로 지정됐다. 사진은 성당 김영현 신부.
세종시 부강성당이 국가등록문화재 제784호로 지정됐다. 사진은 성당 김영현 신부.

평일 낮, 신자들이 정원 느티나무 아래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북미식 본당 건물과 전통 한옥 성당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 부강성당에 어김없이 종이 울린다. 

부강성당은 최근 국가등록문화재 제784호로 등록됐다. 세종에선 두 번째다. 성당은 건축사적인 의미도 크지만, 6·25전쟁 이후 지역 천주교 선교활동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어서 더 의미가 깊다.

종탑 외벽에 새겨진 이사야서 56장 7절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리리라’. 그 시절 부강 성당에 종이 울리면, 주민들은 종탑 앞으로 모여들었다.

지난해 1월 부임한 김영현 주임 신부를 성당에서 만났다. 김 신부를 통해 부강성당의 역사와 의미,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미국에서 온 신부, 벽돌에 깃든 기도

세종시 부강성당 본당 모습.
세종시 부강성당 본당 모습.

김 신부는 캐나다 토론토 성당에서 사역을 하다 지난해 1월 부강성당에 부임했다. 국가등록지정문화재 추진 사업은 현재 충북 증평성당에 있는 이길두 신부가 물꼬를 텄다. 지정까지 꼬박 2년 3개월이 걸렸다.

“전임 신부님께서 문화재 관련 공부를 좀 하셨던 것 같다. 2017년 한 해 문화재를 직접 보고 다니셨다. 또 신자 공동체인 평협회 안건으로 올려 의견을 모으셨다. 2018년 10월까지 10차례 모임을 가졌고, 세종시청에 문화재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이후 전임 신부님이 떠나시면서 제가 인수인계를 받았다. 문화재청 실사는 2020년 1월, 등록 예고는 5월, 공식 등록은 6월 24일에 이뤄졌다.”

1962년 지어진 성당 본당 건물은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와 같은 북미식 교회 건축양식을 보인다. 건물 외형은 반원아치, 석조 로마네스크 풍을 띠지만, 지붕은 기와를 얹어 동서양의 조화가 느껴진다.

“본당은 미국 매리놀 외방전교회 소속 신부님이 오셔서 사목을 하실 때 세워졌다. 미국인이시다 보니 자연히 북미식이 됐다. 종탑이라든지 창문을 보면 고딕 스타일도 엿보인다. 알려진 바로는, 벽돌 하나하나를 직접 만들어 쓰셨다고 한다. 충북 오송에도 비슷한 모습을 한 성당이 있다. 같은 신부님께서 지으셨다. 60년대 청주교구 성당풍이 비슷한 이유다.”

한옥성당은 1934년 지어졌다. 본당 건물이 들어서기 전까지 성당으로 사용됐다. 현재는 서까래 등 전통 양식이 그대로 보존돼있다.

“부강성당의 가치는 한옥 성당이 함께 있어 더 높아진다. 본당 건물도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지만, 본당과 한옥 성당 각각의 건물도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사제관이나 수녀원으로 사용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사무실과 회합실 공간으로 쓰인다.”

한국전쟁 이후, 종이 울리면…

1961년 구 한옥성당에서 찍은 영세기념 사진. (사진=부강성당)
1961년 구 한옥성당에서 찍은 영세기념 사진. (사진=부강성당)

부강성당은 한국전쟁 이후 지역 구휼 활동의 거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성당에 첫 공동체가 만들어진 해는 1957년. 외국에서 온 신부들은 전쟁이 지나간 자리, 지원과 기도로 사람들을 위로했다.

“전쟁 이후 가장 힘들었을 시기, 신부님들이 이곳에 계셨다. 종을 치면 주민들이 모였다. 먹을 것이나 입을 것들을 나눠주는 일종의 신호였다. ”

현재 부강성당에 등록된 신자는 1500여 명. 감감무소식이었던 문화재 등록을 앞두고 신자들은 오랜 기도를 이어갔다.

“소식이 늦어져 신도들의 기도도 길었다. 문화재 등록 후 처음 맞은 주일에 축하 떡을 함께 나눴다. 세종시에서도 문화재 등록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셨다. 감사하다. 전임 신부님께도 기쁜 소식을 전했다.”

문화재 등록 소식이 알려지자 벌써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잘 가꿔진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성당 건물과 내부를 관람하는 코스다. 

“부강성당은 성당 건물도 아름답지만 정원이 함께 있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전쟁 직후 외국인 신부님들의 사역이 있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아직 푯말도, 팜플렛도 없지만, 준비가 되면 그 의미를 함께 나누고 싶다. 단지 오래된 성당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는 성당으로 남았으면 한다.”

1962년 지어진 부강성당 본당 건물 당시 모습.
1962년 지어진 부강성당 본당 건물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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