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IN충청-7] 송강호 열연 ’변호인(2013)’ 속 옛 충남도청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전쟁, 독재까지 세월의 무게를 견디다 

 대전·세종·충남 지역 곳곳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촬영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속 명대사와 인상깊은 장면들을 회상하며 지역 관광 명소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방문객들의 오감만족은 물론 추억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촬영지 명소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대전 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옛 충남도청.

1932년 8월 29일생, 올해 여든일곱. 은퇴한 지 8년이 다 됐다. 비참했던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은 탓에 간직한 사연이 흘러넘친다. 척박한 식민지와 한국전쟁, 독재 시대에 이어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옛 충남도청'은 한 자리에서 모든 역사를 지켜봤다. 

대전 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옛 충남도청은 조선총독부 건축과가 설계해 1932년에 완공된 근대 건축물이다. 일제강점기 권위적 성격의 건물 양식을 갖추고 있고, 해방 후에는 미군정청, 한국전쟁 중에는 임시 육군 본부로 사용되기도 했다. 2002년 5월 31일 등록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됐다. 

2012년 12월 충남도청이 내포 신도시로 이전하면서 80년 현역 생활을 끝냈지만, 이듬해 천만 영화 '변호인'이 흥행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세월의 흔적이 깃든 탓인지, 영화 속 1980년대 시대상과 어울려 명장면을 쏟아냈다. 

영화 변호인 촬영 모습. [제공=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가난했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송우석 변호사(송강호)는 데모하는 대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서울대씩이나 가서 고작 한다는 게 데모나 하고.." 

옆에 있던 사회부 기자 이윤택(이성민)은 한심하다는 듯이 송변에게 일침을 날린다. "아무리 돈 버는 게 바빠도, 세상 우째 돌아가는지 좀 봐라 이 자슥아. 변호사라는 게.." 

옛 충남도청 1층. 국밥집 아들 진우의 공판이 열린 날 송우석 변호사와 이윤택 기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소.

그렇게 한바탕한 송변과 윤택은 부동련 사건 공판이 열린 날 법원에서 다시 마주친다. 이 사건을 취재하던 윤택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의 변호를 맡은 송변을 못마땅해한다. "돈 엥간 버니까 심심한가베. 설마 니 정치하는게 목표가?." 

긴장의 극이 달하는 법원과 법정 장면 다수가 충남도청에서 촬영됐다. 

공안 형사만 13년째. 법정 증인석에 앉은 차동영(곽도원) 경감을 심문하면서 "증인이 말하는 국가란 대체 뭡니까?"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고 외치는 가슴 뭉클한 장면도 이 곳에서 찍었다. 

옛 충남도청 정문에서 본 대전 원도심. 

옛 도청은 일제강점기 시절 대전 도심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세워졌다. 권위적인 건물에서 식민통치를 용이하게 했을 거라 짐작하니 씁쓸하다. 법정에서 진실을 위해 싸우던 변호인의 씁쓸한 표정과도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 건물은 변호인을 비롯해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추리의 여왕>, <라이프 온 마스>, <미스티>와 영화 <더킹>, <극비수사>, <해어와>, <이와 손톱>, <택시 운전사>, <박열> 등에도 등장한다. 

건물 1층에는 대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근현대사 전시관이 마련돼 있고, 3층에는 문화인들의 창작공간인 대전웹툰캠퍼스도 들어서 있는 등 시민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옛 충남도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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