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도서관과 지식정보 공유 업무 협약 위해 서울 출장
학생 확진자 발생 등 비상시국에 적절치 못한 행보 지적

대전에서 처음으로 학생 확진자가 발생하고 접촉 학생 수가 100여 명이 넘는 가운데 지역 교육계 수장인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학생들은 뒤로하고 서울 출장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9일 충남중·천동초 재학생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허태정 대전시장이 30일 동구 효동·천동·가오동 지역 학원 등에 대해 집합금지 행정조치를 발령하고, 대전교육청이 인근 일부 학교 등교 중지 조치를 내리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정작 교육계 수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30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설 교육감은 이날 오전 11시 예정된 국회도서관과의 업무협약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이날 업무협약은 대전 지역 학생과 교직원들이 국회도서관에 방문하지 않아도 도서관의 방대한 원문 데이터베이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지식정보 공유를 위한 업무협약도 필요한 일이지만 굳이 이 비상시국에 교육감이 꼭 자리를 비웠어야 했냐는 지적이 교육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국회도서관과 같은 내용의 업무 협약을 맺은 충남·전북·광주·부산 등 다른 시·도교육청들은 국회도서관장이 직접 해당 교육청을 방문해 업무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설 교육감의 행보가 더욱 궁색해 보일 뿐이다.

설 교육감의 이러한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도 대전S여중의 스쿨미투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미국 출장을 강행, 적절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 지난 15일부터 지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 등교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도 직접 나서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등 교육계 수장으로서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지난 22일 대전시 유관기관 코로나19 확산 방지 합동 브리핑에서만 잠깐 얼굴을 비췄을 뿐이다.

이와 관련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2월부터 계획돼 있는 업무협약이었는데 총선과 코로나 등으로 여러 번 미뤄지다 잡은 날짜가 하필 오늘이었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업무 협약이라는 게 각 기관의 수장끼리 만나는 것이 예의라 부득이하게 (서울로) 올라가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 확진자 관련해서는 어젯밤 늦게까지 대책 회의를 했다. 충분히 상황을 잘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청 내부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올라가신 김에 국회의장, 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날 약속도 돼 있어서 일정을 취소할 수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여튼 굳이 오늘 꼭 올라갔어야 했냐는 분위기도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대전 시민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교육계 수장은 차관급인 국회도서관장과 급을 맞추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 혹시 모를 지역 국회의원과의 만남을 위해 자리를 비운 셈이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지역 감염이 속출하고 학생 확진자까지 나온 이 비상시국에 꼭 교육감이 참석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협약식 자리에는 부교육감을 대신 보내고 코로나19 관련 대책 브리핑은 교육감이 직접 했더라면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됐을 텐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역 교육계 수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져가면서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은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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