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재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대전시 동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눈을 의심할 만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어제 가오동 참치집에서 이 시국에 나라가 떠나가라 회식하신 동구청 임원님들 제정신이신지요. 다이나믹 백세인생 건배사를 계속해서 외치고 술 가져와라 너는 아니다 여자가 따라라... 본인들이 동구청 직원이라고 운이나 떼지말지 의장님 어쩌고 청장님 어처고... 이 시국에 정말 못 볼 꼴 봤습니다. 잘들하고 계십니다...”

이날 모임은 전 동구의회 의장의 생일을 맞아 마련된 것으로 전직 구의원과 지인 등 1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호 동구청장과 이나영 동구의장도 참석했다고 한다. 이나영 의장은 뉴스1에 “전 동구의장의 생신 축하자리라고 해서 잠시 들러 축하만 하고 구청장과 함께 자리를 빠져나왔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대전시당은 성명을 내고 “동구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과 현직 구의장은 술자리에 잠깐 동석해 인사만 했다는 식으로 면피하려는 모습은 선출직 공직자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며 비판했다.

한때 꺾이는가 싶던 코로나19 환자수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1000만 명이 감염되고 50만 명 이상이 숨진 가운데 재확산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대전은 2주 전 다단계 방문판매업소의 집단 감염 이후 신규 확진자가 끊이지 않고 나오면서 시민들이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는 상황이다. 28일 하루 전국적으로 60명이 신규 감염자로 확인됐는데 이 중 6명이 대전에서 나왔다. 28일 오전 10시 현재 대전의 코로나 19 확진자는 111명에 이른다. 

111번째 확진자는 대전 외고의 통학 승합차 기사로 동구 천동에 거주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통학 승합차 이용학생 15명은 정밀검사를 받고 있고, 대전외고는 29일부터 전교생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111번 확진자는 둔산전자타운을 방문한 92번 확진자와 접촉했으나 구체적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강혁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그동안은 감염 경로가 대부분 밝혀졌지만 주말의 새로 확진된 사람들은 동선이 복잡하고 다단계 방문판매업소와도 연관성이 없어 감염경로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지역사회 감염의 확산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말이다.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구시의 경우를 통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대전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상황이지만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비하면 시민들이나 관련 기관들이나 긴장감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동구청 술판’도 이런 느슨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동구는 6월 24일부터 7월8일까지 ‘음식점 생활속 거리두기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구청이 단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청장부터 지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술자리 참석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린 주민이 야속하겠지만 시민과 구민들로선 구청을 대표하는 사람들조차 작금의 코로나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 심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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