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여야 정쟁 멈추고 대화와 타협할 때

지난 25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국군 전사자들 유해가 봉환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25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국군 전사자들 유해가 봉환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년 4월 18일. 나는 남북 출입사무소에 있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 ‘프레스 투어(press tour)’에 참여했다. 공동경비구역(JSA)을 지나 판문점 ‘평화의 집’을 거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거기였다.

개성공단 운영 당시 남측 기업인들은 남북 출입사무소를 통과해야 북측 진입이 가능했다. 심사국 안내판에는 ‘출국(出國)’이 아닌, ‘출경(出境)’이라고 적혀 있었다. 국가와 국가를 오가는 게 아니라 경계와 경계를 왕래한다는 의미다. 이곳에서 개성까지는 22km, 서울까지는 53km다. 거리만 놓고 보면, 서울보다 개성이 더 가까웠다.

그렇게 ‘판문점의 봄’은 왔고, 열흘 뒤 남북 정상은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국민들은 소나무를 같이 심고, 도보다리를 걷는 두 정상을 보며 설레고 벅찼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번영을 약속하는 공동선언을 했다.

2020년 6월 16일. 북한이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공동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 선언과 6.15공동선언의 상징적인 장소였다. 남북 인력이 상주하며 소통했던 공간의 무너짐은 찰나였다.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던 이들의 기대도 무너져 내렸다. 남북의 시간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강경 대응 의사를 밝히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과거 북한의 도발 때 정치권은 어땠나. 10년 전 MB(이명박)정부 시절 벌어진 연평도 포격사건을 보자. 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여당, 민주당은 야당이었다. 당시 당청은 연평도 포격 사건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실패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4대강 예산 등 악화 여론을 덮기 위해 ‘안보 쟁점’을 고조시킨 부분이 없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 정권 탓만 하는 무기력한 집권 여당 모습에서 벗어나 무능한 안보와 국방을 챙기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라”고 반박했다.

개성공단 운영 당시 남측 기업인들은 이용했던 남북 출입사무소. 안내판에 출국(出國)이 아닌, 출경(出境)이라고 적혀 있다.
개성공단 운영 당시 남측 기업인들은 이용했던 남북 출입사무소. 안내판에 출국(出國)이 아닌, 출경(出境)이라고 적혀 있다.

이제 ‘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은 대북전단 살포금지 입법과 종전선언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통합당은 유화 일변도인 정부 대북정책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볼턴 회고록’으로 촉발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외교에 국정조사도 요구하고 있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 10년 전과 대동소이하다.

남북 긴장국면은 원구성에 파행을 겪고 있는 정치권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국난 극복에 여야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를 복원하려면 정치권부터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짜내야 한다. 국회 정상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25일)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의 위협은 계속되고, 우리는 눈에 보이는 위협뿐 아니라 내부의 보이지 않는 반목과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남남의 이념 갈등이 남북관계 만큼이나 깊다는 말로 들린다.

문 대통령은 또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은 담대하게 나서 달라”고 제안했다. 고대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고 했다. 지금 여야가 주고받아야 할 건 소모적 정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이다. 또 남북이 주고받을 건 삐라가 아닌 평화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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