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시장 ‘아동친화’ 공약, 2027년에야 추진 가능 전망
연구팀, 100병상 규모·세종충남대병원 연계 운영안 제시

이춘희 시장이 21일 오전 11시 정례 브리핑에서 어린이 보행안전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세종시)
이춘희 세종시장.

이춘희 세종시장이 2년 전 공약한 ‘어린이전문병원 설립’ 사업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세종충남대병원과 지난해 말 이후 실무 협의가 중단됐고, 연구용역 결과 오는 2027년에야 본격적인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시장은 지난 2018년 아동친화도시 조성 공약 중 하나로 중부권 어린이 전문 병원 건립을 공언했다. 2022년 설계에 착수해 2024년 말 착공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시는 지난해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어린이전문병원 설립 계획을 검토했다.

올해 초 공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소아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2~3차 의료 서비스 공급,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어린이전문병원 설립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성(B/C) 분석 결과 0.13으로 타당성이 현저히 낮았으나, 어린이병원은 수익성이 아닌 공익적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다만, 세종시 보건의료분야 지출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 충남대병원이 세종충남대병원 개원 등에 따라 어린이병원 건립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약 3~4년이 소요되는 점 등을 고려해 2027년이 돼야 사업 추진 검토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시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말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최선의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약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이어서 내달 시민주권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어린이전문병원, 필요성과 비전은?

이춘희 시장이 지난 2018년 공약한 어린이전문병원 설립 이행 계획안.
이춘희 시장이 지난 2018년 공약한 어린이전문병원 설립 이행 계획안.

세종시 인구는 2020년 5월 기준 34만 5373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19세 이하 아동·청소년 비율은 25.54%(8만 8209명)다. 인근 대전과 충북, 충남이 17~18%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치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 인구는 전국적으로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으나, 세종은 2047년 11만 4300여 명(전체 인구 대비 19.2%)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2047년 기준 국내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인구 구성비는 약 12.8%다.

이와 달리 세종시 아동·청소년 의료 인프라는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야간진료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은 전국 230여 개지만, 세종에는 이중 3개 의료기관만이 소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의료 기관은 신생아중환자실 98곳, 성인소아중환자실 336곳이나 세종에는 전무한 상태다.

연구팀은 세종시가 오송의료복합단지와 대덕연구단지를 잇는 바이오헬스벨트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내달 7월 세종충남대병원 개원, 오는 2021년 카이스트융합의과학대학원 개원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바이오벨트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비전으로 꼽았다.

해당 기관들이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할 경우, 진단·치료기술의 연구·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어 소아·청소년 보건 의료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

적정 규모 100병상, 세종충남대병원 연계 설립 타당

내달 개원하는 세종충남대병원과 연계 설립이 검토되고 있는 어린이전문병원 마스터플랜.
내달 개원하는 세종충남대병원과 연계 설립이 검토되고 있는 어린이전문병원 마스터플랜.

연구팀은 현재 NK세종병원(10병상)과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병상(40병상) 등을 고려해 약 100병상 내외 규모를 적정하다고 봤다. 

병상 이용률은 2023년 기준 65%에서 2025년 이후 87% 이상을 맴돌 것으로 추정했다.

운영 형태로는 2가지 안이 제안됐다. 세종충남대병원 건립 운영안은 본원과 일부 시설, 인력, 장비 공유가 가능하도록 대학병원 내 어린이전문병원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세종시 건립 운영안 또는 민간 종합병원급 유치 안으로 별도 독립 건물을 지어 운영하는 형태다.

다만, 연구팀은 현재 국내 어린이전문병원이 대부분 국립대병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 2번째 안의 경우 자원 공유가 어렵고, 단독 건물 방식으로 인해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들어 1안에 높은 점수를 줬다.

부지로는 본원과의 수평적 연계성을 우선 고려했다. 세종충남대병원과 통로로 연계한다면, 의료장비, 검사시설, 수술실, 영양급식 관련 시설 등을 공동 사용하는 등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연구팀은 약 44억 원의 장비 구입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연계 건립의 경우 인접 공원부지를 의료용지로 바꾸는 도시계획 변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했다.

타 지역 어린이전문병원 설립 시 재원 분담률.
경북, 전남, 부산 등 어린이전문병원 설립 당시 재원 분담률.

적자폭은 인력, 의료 비용, 관리 운영비, 입원·외래 수익 등을 고려해 연 71억 원으로 추정했다. 세종시 및 민간종합병원이 운영할 경우에는 111억 원으로 늘어난다.

연구팀은 개원 1년차에 65병상을 가동하는 등 단계적으로 병상 수를 늘리고, 완전 독립된 병원 형태로 설립하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소아질환 전문센터 형태로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경제성 효과 분석치가 낮은 만큼, 환자 수 증가에 따라 여유 자금을 축적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기간(3~4년), 사업 착수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약 2027년 경 사업 추진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연구팀은 어린이병원 건립 시 정부와 관련 시도에서 사업비를 공동 부담하는 형태를 제안했다.

충청권 거점 어린이전문병원 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와 세종, 충남, 충북이 함께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총사업비 623억 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312억 원은 중앙정부가 나머지는 충남대병원과 세종시와 인접 시도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충남대병원 측은 “지난해 연말 이후 실무 협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부지 등도 구체적인 협의까지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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