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부부의 인연이든, 가족의 인연이든,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의 인연이든 상관없이 인연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무엇인가 얽매인다는 것은 집착을 유발하게 된다. 생활화 되어 있는 ‘인연의 묶음’ 또한 무디어져 있는 익숙함의 일상이 되어 있다. 그런 익숙함에 속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알면서도 ‘속고 있기’를 원하는 있는 것인가? 인연은 자신의 선택이나 의도와는 무관하다. 어쩌면 상대방에 의해서, 어쩌면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인연이 끝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인연은 흘러가는 것이다. 이왕 서로 잘 지낼 수 있다면 그 사람과의 인연은 함께 잘 흘러갈 수 있지만 거기에는 각자의 마음이 중요하다. 아무리 자신의 의지와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지만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아무리 애쓴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둘 수도 없고, 복잡하고 미묘한 사람관계 안에서의 인연은 우리 삶 속에 아주 밀접하게 들어와 있다.

중요한 사실은 자신의 뜻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곧 ‘인연’이다. 친숙한 관계였던 사람과의 관계 깨짐을 애써서 붙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이 놓으면 과감히 놔야 한다. 흐르고 흘러 인연이면 다시 만날 테지만 안 만난다고 한들 어찌 하겠는가 그게 삶이다. 인연에 얽매이며 속 끓지 말아야 한다. 속고만 살기엔 우리의 삶이 그리 길진 않다. 관계 때문에 속 끓거나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제는 과감히 자기 인생을 편히 가기를 원한다. 상대방이 알아주지 못하는 관계라면 굳이 그 인연을 잡으면서 속 끓은 이유가 있을까? 그 이유가 분명하다면, 그럴 가치가 있다면 아프더라도 인연을 붙잡고 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우리가 처음부터 무엇을 가졌는가?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었는데 무엇에 집착하려하는가? 살아가는데 사회생활 하는데 필요에 의한 관계와 인연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이득에 의한 관계와 인연이 컸다면 ‘솔직한 나’에 대해 깊이 탐색해 볼 필요는 있다. 삶과 인연도 바람 따라 물 따라 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상에서 만나지는 사람들은 모두 ‘인연’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는 각자가 정해놓은 등급이 있을 뿐이다. 만나는 사람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전체를 이해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또한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은 자신의 기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얽매이게 되는 것은 집착을 상승시킨다. 자신에게 집착하거나, 남편(아내)에게 집착하거나, 지인(친구) 또는 동료에게 집착하거나, 애인사이에서 서로 집착하는 것 등은 삶의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지만, 영원한 에너지원은 절대 될 수 없다. 그러나 집착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함일 뿐이다. 한 때는 그것이 자신의 생명이라고 믿는다. 실제 서로의 집착이 공통점이 되었을 때는 그 생명으로 기쁜 날들이 많다. 또한 삶을 살아내는 원천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다. 결과적으로 집착은 오래가지 못하고 깨지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본질을 깨달아야 하는 인간의 과업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신에게 집착한다는 의미는 자신의 결핍에 집중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즉 누군가가 자신의 결핍에 모르고 상처를 주게 되면 그대로 공격을 하고 만다. 전혀 모르는 상대방은 미안하다라는 사과를 하더라도 이미 상처가 된 상대방에게는 그리 도움 되지 않는 변명의 말이 되고 만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수시로 하고 있다. 점점 성인이 되어가면서 그런 경험을 줄이기 위해서 소수의 만남만을 갖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만남이 지속되면 친밀감이 생긴다. 어쩌면 친하다고 믿어버리게 되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때 범할 수 있는 감정이 서운함이고 배신감이다. 이것은 서로 다른 생각에서 오는 오류다. 서로에게 어떤 의미의 존재로 남아있느냐에 따라 긍정의 감정을 갖느냐, 부정의 감정을 갖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이 또한 자신의 생활양식에 따른 선택이고 그 선택에 따른 자신의 몫이기도 하다. 부정의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 자신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관계 안에서의 적당한 경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힘든 일일 수 있지만 꼭 해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러나 관계 안에서 의도적으로 부정의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또한 긍정의 감정도 과도하게 느끼는 것도 위험하다. 감정을 느끼는 데도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서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자신을 사유(思惟)해야 한다. 사유해야 하는 이유는 매 순간 긴장하며 기억할 수 없기에 그런 순간을 놓쳐버리면서 타인에 의해 거절당한 느낌을 받거나 관계에서 공백이 생기면 당황하거나 잡념이 생기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스스로의 집착을 버리고, 욕망을 버려야 하는 것은 인생의 흐름의 제 맛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사실 집착을 버리고, 욕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버려지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내려놓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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