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스물다섯 번 째 이야기] 몽니 멈추고 등원해 명분과 실리 챙겨야

지난 15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의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항의하고 있다. 통합당 홈페이지.
지난 15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의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항의하고 있다. 통합당 홈페이지.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백서를 발간한다. 백서 제작을 위한 특위도 구성했다. 특위 위원에 선임된 이창수 전 충남도당위원장은 “다시는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압승했고, 통합당은 참패했다. 통합당은 20대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 이어 4연패 중이다. ‘김종인’이란 구원투수를 영입했지만 반등 여부는 미지수다. 백서 특위는 총선을 총지휘하거나 중역을 맡았던 지도부 역할과 문제점도 다룬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총선 통합당의 총괄 선대위원장이었다.

전반기 원구성을 놓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지금까지 협상 과정을 보면 통합당의 현 주소가 여실히 드러난다. ‘공룡 여당’에 맞서 법제사법위원장을 가져가려 했지만 여의치 않다. 아니, 이미 뺏겼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잠적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18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6개를 가져간 민주당에 “독재”라고 반발하고 있다.

통합당의 '독재' 주장은 타당할까. 양당 원내대표는 수차례 만나 공식‧비공식적으로 협상했다. 박병석 의장은 법정시한(6월 8일)을 넘기면서까지 시간을 줬다. 민주적 절차를 거쳤음에도 ‘독재’를 운운하는 건 옳지 않다. 법사위가 “정부 여당을 견제할 최소한의 견제장치”라거나 “차라리 상임위를 다 가져가라”는 주장은 몽니밖에 안 된다.

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통합당에는 국정 운영에 발목잡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원구성에 반발한 통합당의 국회 보이콧은 여론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

실제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잘한 일’이라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위기와 대북문제 등 시국도 엄중하다.

이제 통합당은 어디로 가야 하나.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통합당의 오늘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근본적인 진단과 극약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조직 재정비와 더불어 성찰이 필요하다. 전략 없는 반등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방법은 있다. 법사위는 내줬지만 ‘알토란’ 같은 상임위를 가져가 실리를 챙겨야 한다. 통합당에는 103석의 의석과 41% 지지를 보낸 국민들이 있지 않은가. ‘꼰대’ 이미지를 벗고 법과 원칙을 내세워 국민들에 호소한다면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일방통행 식 국정운영은 장기적으로 정부 여당에 ‘독(毒)’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코로나19와 남북 긴장국면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있다. 북한이 개성 공동 연락사무소 폭파와 군사 도발을 예고하면서 모든 정치 이슈를 삼켜버렸다. 역설적으로 통합당은 원구성에 참여할 호기다.

안보 문제만큼은 진보가 갖지 못한 보수만의 강점 아닌가. 북한은 지금 통합당처럼 출구가 다 막혔다. 경색국면부터 만들어 놓고 벌이는 협상과 전략은 명분이 없다. 북한 정권이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폈던 비슷한 전략을 통합당이 하고 있다.

‘안보정당’이란 존재감을 부각해 흩어지고 등 돌린 보수 지지층을 결집해야 한다. 민주당이 잘해서 통합당이 욕먹는 게 아니다. 통합당 스스로 아무것도 안 해서 욕먹는 것이다. 그러니 뭐라도 하고 나서 욕을 먹으라는 얘기다. 원내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는 건 방기(放棄)다.

당정청은 북한의 도발에 강경 대응 입장을 취하고 있다. 통합당까지 합세하면 국민들은 안보만큼은 진영 논리가 아닌, 단일대오를 형성했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북한에 메시지도 된다. 여야 모두 충분조건을 지니고 있는데 접점을 못 찾다보니 정치의 한계만 노출하고 있다. 통합당은 남은 원구성 협상에 참여하시라. 그리고 국민을 위해 일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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