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4차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란 말이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된 것은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이다. 독일 출신의 스위스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이 포럼에서 처음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산 스님에 따르면 이 용어는 본래 대전에서 먼저 사용됐다. 클라우스 슈밥이 2015년 카이스트에 와서 강연할 때 이 말을 쓴 뒤 다음해 다보스 포럼에서 썼기 때문에 대전이야말로 4차산업혁명의 발상지라고  미산 스님은 말한다. 

미산 스님, "4차산업혁명의 발원지는 대전(카이스트)"

미산 스님은 지난 주 도시공감연구소에 와서 ‘4차산업혁명시대 왜 명상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14살 때 출가해 인도의 푸네대학교를 거쳐 옥스포드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카이스트 내 명상과학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명상’과 ‘과학’을 잇는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하버드 삼성 등 대학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명상의 효과를 뇌신경과 인지심리학을 통해 규명하고 보다 효과적인 명상법도 연구하는 융복합의 새로운 학문이다.

명상을 신비의 영역으로 치부하면서 거부하던 빌 게이츠조차 이제는 명상의 전도사가 되었고, 삼성 연구원들도 명상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삼성 내 명상센터의 입소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인텔 SK 등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명상 과학을 기업의 창의성과 경쟁력 제고의 한 방법으로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끼 담장’과 ‘콘테이너 고추냉이’

대전에는 또 다른 아이디어로 4차산업혁명의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A씨는 사무실이나 방의 벽면을 이끼로 덮는 ‘이끼 담장(O2담장)’의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실내에서도 깊은 숲속에 들어 가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사업화에 성공하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예상된다. 벽에 이끼를 입히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방 안에서도 이끼가 1년 내내 적당한 습기와 함께 싱싱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사람이 물을 뿌리지 않아도 이끼 스스로 그런 상태를 유지하려면 IOT 즉 사물인터넷 기술과 접목돼야 한다. 

이끼담장 아이디어는 독일에서 처음 나왔다. 나무를 심기 어려운 도심 공간에 이끼 담장을 만들어 호응을 얻고 있다. 2평 남짓(3.5평방미터)의 이끼 담장이 나무 275 그루와 맞먹는 공기 정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세먼지 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실내용 이끼담장은 상품화되지 않았다. A씨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실내용은 환경이나 조건에서 실외용과 다르고 기술의 난이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이끼 배양기술이 관건인데 A씨가 실험에 성공하자 목재회사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도심 공간에 설치된 '이끼 벽'. 출처 : Green City Solutions
도심 공간에 설치된 '이끼 벽'. 2평 남짓의 이끼가 주는 공기정화 효가가 나무 275 그루와 맘먹는다고 한다. 사진 출처 : Green City Solutions

B씨는 서구 가수원동에서 1년 내내 야채를 키워낼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팜(smart farm)’을 실험중이다. 컨테이너 안에 ‘인공 밭’을 만들어 고가의 작물을 재배하는 작은 ‘식물공장’이다. 컨테이너 내부의 온도 습도는 물론 식물에게 공급하는 양분도 맘대로 조절할 수 있어서 어떤 종류의 식물도 ‘제작’해 낼 수 있다. 신장이 좋지 않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칼륨 없는 채소’도 생산할 수 있다. 지금은 실험용으로 고추냉이를 키우고 있다. 와사비를 만드는 고추냉이는 기온이 낮고 물이 많은 청정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해서 강원도 산간 지역 일부에서만 재배된다. 이 때문에 없어서 못 파는 귀한 채소로, 진짜 와사비는 호텔에만 들어간다고 한다. 

스마트팜은 이런 작물들을 누구나 재배할 수 있는 도시농업이다. 주택 옥상이나 도심의 자투리 땅처럼 컨테이너를 놓을 공간만 있으면 누구든 ‘도시 농부’가 될 수 있다. B씨는 스마트팜을 일반 시민들에게 분양하는 게 목표다. 도시재생 사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구청의 도시재생사업 계획에도 B씨의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농법은 이미 대중화 단계로 들어가고 있으나 생산과 유통의 기술 수준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B씨는 재배와 판매 과정까지 인공지능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4세대 스마트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전시, 4차산업의 싹 키워내야

‘담장 이끼’이나 ‘콘테이너 와사비’는 대전에서 싹트고 있는 4차산업의 식물들이다. 활짝 꽃을 피워 열매를 거둘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볼 일이지만 도전 자체가 박수 받을 일이다. 이런 도전과 노력이 없다면 4차산업시대 대전의 미래를 어디에서 찾겠는가?

과학도시 대전에선 이런 도전자들이 여느 도시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와야 맞다. 대덕연구단지에는 ‘새통사(새로운 통찰을 생각하는 사람들)’ ‘대덕몽’(대전과 과학을 이어보자는 연구원 커뮤니티)’ ‘대전혁신 2050(아이디어와 기술 구현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처럼 연구원과 전문가들이 아이디어와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이나 단체를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

4차산업혁명에 앞장서고자 하는 기업인이 아쉬워하는 대목은 행정기관의 무관심과 소극성이다. ‘과학도시’라는 이름과는 달리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와 친하지 않다. 소 닭 보듯 한 지 오래다. 지금도 변치 않고 있다. 기업인들은 “대전시가 과학을 모르고 관심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문산과 둔산센트럴파크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중요한 문제다. 여러 공무원들이 여기에 매달리고 대전시장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문제는 대전의 미래가 걸린 과학과 연구단지 문제에는 그 반에 반도 고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젠 바뀔 때가 됐다. 대전시는 군데군데서 움트는 4차산업의 싹을 잘 키워내야 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