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제1형사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벌금형..수재 등 혐의도 유죄인정

직원들에게 상품권을 상납받은 것도 모자라 특정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 후원을 내도록 지시한 대전지역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수재)과 공갈 등의 혐의로 기소된 대전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A(75)씨에게 징역 1년 6월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및 벌금 30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2년 3월께 전 직원이 참석한 직원회의에서 "니들 어차피 10만원씩 내면 연말정산 때 환급받으니까 10만원씩 국회의원 후보자한테 후원해라"고 지시했다. 이 말에 새마을금고 직원들은 A씨의 지시를 어길 경우 보복적인 조치를 두려워해 울며 겨자먹기로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했다. 직원들이 낸 후원금은 10만원씩 총 금액만 700만원에 달한다. 

또 A씨는 지난 2016년 6월 9일 새마을금고 명의의 토지를 비싸게 매입하면서 매도인으로부터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1300만원 가량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직원 17명으로부터 직급별 할당액을 책정해 매년 두차례씩 총 970만원 가량의 상품권과 현금을 받아 챙긴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2006년부터 명절 선물의 종류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금액이 적으면 "내 말 안 들으면 진급 따위는 없다. 그런 식으로 하면 언젠가 짤린다"며 협박을 일삼아 왔고, 이런 A씨의 행태에 두려움을 느낀 직원들은 직급별로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명절 선물을 상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A씨는 자신에게 명절 선물할 때 봉투 안에 누가 주는 것인지 알기 위해 명함이나 이름을 적은 쪽지를 넣도록 지시한 뒤 일일이 메모했으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적극적이고 노골적으로 선물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갔고 결국 2017년 8월 새마을금고 중앙회에서 감사를 실시하며 명절선물 상납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비슷한 시기 강압적인 명절 선물 상납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도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A씨는 1심 법원 공판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정치후원금 기부를 권장했을 뿐 직원들의 의사를 억압해 기부하도록 알선한 적은 없다"며 "직원들이 관례적인 명절 선물로 상품권이나 현금을 주었을 뿐 협박해 갈취한 것이 아니다"고 혐의 사실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A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은 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서 소속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정치자금 기부를 알선했다"면서 "자신의 지시․감독을 받는 직원들의 정치자금 기부에 관한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정치문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피고인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피할 도리가 없다"고 유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수재 혐의 등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소위 갑질로 인해 지속적인 고통을 겪어왔던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이 일부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회유하거나 종용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령인데다 지난 5월 암이 재발된 점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하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형이 확정될 경우 구속 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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