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가 되면 으레 대통령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풍조가 생겼다.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가 되면 대권후보 반열에 오르는 관행은 오래됐으나 여타의 시도지사까지 대통령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풍조는 안희정 전 지사 이후에 생긴 일이다. 안 지사가 한때 유력 후보 물망에 오르면서 지난 대선 때는 5~6명의 시도지사가 대권후보로 거론됐다. 시도지사 출신에게 대권은 여전히 먼 길이지만 이젠 ‘보통 시도지사들’에게도 도전의 대상이 되었다. ‘대권 꿈’이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만의 전유물로 볼 수는 없게 됐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기자들이 대권 도전에 대해 물어보면 “군인이 장군까지 했으면 참모총장 하고 싶지 않겠느냐”며 의욕을 보인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당신 같은 사람이 나서라는 여론이 형성돼야 한다”는 부연도 잊지 않는 걸 보면 대권은 아무나 나설 수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는 건 소극적이다”는 말에서 보듯 그는 적극적인 편이다. 얼마 전 ‘위기 속 대한민국, 미래를 말하다’라는 책을 낸 것도 ‘큰 꿈’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양승조의 대권 꿈 1차관문은 도공무원들

양 지사는 지난번의 안 지사에 비해 현실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있다.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 계파를 가지고 있었지만 양 지사는 이런 세력이 거의 없다. 국회의원 4선 경력을 가지고 있으나 정치세력으로 보면 맨땅을 일궈야 할 처지다. 도지사는 원희룡 제주지사처럼 ‘기본소득’에 대한 공개적 입장 표명 같은 정치적 행보가 가능하지만 양 지사는 아직 그런 모습도 눈에 띠지 않는다. 

스스로 세(勢)를 키우기 어렵다면 도정(道政)에 뛰어난 실력을 보여 도민들에게 인정받는 길밖에 없다. 많은 도민들이 “양 지사, 정말 잘한다! 대통령 해도 잘할 것 같다”는 말들이 연이어 나와야 된다. 그러면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대권후보 물망에 오를 수 있다. 도민에게 이런 반응이 나오려면 충남도 공무원들 입에서부터 그런 반응이 나와야 된다. 양 지사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도공무원들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이들이 양 지사를 겪으면서 나오는 자연스런 반응이 자격을 갖췄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1차 관문이라고 볼 수 있다. 

나 홀로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야 한다. 도지사가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함께 일하는 공무원들이 먼저 알아주고 도민들이 밀어줘야 가능한 일이다. 충남지사는 대권을 꿈꿀 수 있는 자리지만,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면 허물이 되기 십상이다. ‘대통령’은 모든 정치인들의 꿈이다. 시도지사까지 올랐다면 욕심을 낼 만 하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신중하고 치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시도지사의 ‘대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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