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가리와 금빛쏘가리, 2020-05, 송선헌
쏘가리와 금빛쏘가리, 2020-05, 송선헌

1. 쏘는 가리, 쏘가리 너는

너는 맛잉어, 궁궐의 궐어(鱖魚), 천자가 먹어 천자어(天子魚), 돼지고기 맛의 수돈(水豚), 금빛 비늘의 금린어(錦鱗魚, 황쏘가리?)로 불렸다.

너는 멋으로 눈을, 꾼들의 손맛을 그리고 미각을 홀리는 아마존의 피라루쿠 같은 존재, 민물고기의 제왕이다.

너는 농어목으로 특유의 호피 무늬가 신령스럽다.

너는 빠른 유속, 바위가 많은 여울, 큰 강이나 호수에 산다.

너는 치어 방류 사업으로 개체수가 회복되었다.

전라-경상을 제외한 5~6월엔 금어 불법 안내 플래카드가 대청댐에 걸린다.

너는 육식성으로 18cm 보다 큰 것만 잡아야 한다.

빠가사리(동자개)나 퉁가리처럼 너의 지느러미 가시는 위협용이며 독샘은 없다.

너의 아가리에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박혀있다.

너는 민물고기지만 농어목답게 가시가 적어 먹기 편하다.

너는 단양 특산품이지만 국산 위장 중국산 소동이 있었다.

너는 22년간의 노력 끝에 양식에 성공(2018, 산청)했다.

, 특히 공주 금강의 너는 진상(進上)품이었다.

너는 크게(>50cm) 자라 손맛이 좋지만 만나기 힘들다.

너는 야행성으로 밤에만 전문으로 잡는 야밤 낚시꾼들이 있다.

너는 복사꽃 피는 철에 가장 맛이 난다.

너는 찔레꽃 피는 철에 가장 많이 잡힌다.

너의 아파트는 송이밭처럼 자식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단다.

우리나라 민물에서 최고의 멋쟁이는 금빛 황쏘가리다.

황쏘가리는 천연기념물 제190호로 잡는 것은 위법행위다.

한강 수계의 황쏘가리만 불법, 그 외의 어로(漁撈)는 적법하다는 판결(2013)이 나왔다.

대청호의 황쏘가리는 천연기념물이 아니다.

관상용으로 판매하는 황쏘가리도 있다.

황쏘가리는 알비노(Albino, 색소결핍)가 아니라 루시스틱(Leucistic, 색소변이)의 돌연변이 종이다.

금강 유원지 건너편엔 황쏘가리란 도리뱅뱅이 매운탕집도 있다.

 

2. 너의 환생

그림, 장승업의 쏘가리와 그릇에 하늘을 나는 너는 압권이다.

자기(瓷器)에서 너는 철화분청사기(鐵畵粉靑沙器)의 주인으로 신기(神氣)의 계룡산 학봉리에서 생산되었다.

현재 이 가마터엔 파편만 뒹굴고 대()는 상신리 도예촌이 이어가 계룡산 분청사기 축제를 연다.

강진의 상감청자, 광주의 청호백자와 달리 서민적인 계룡산 분청을 스타로 만든 건 산화철로 그린 너, 쏘가리다.

너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상징이었다.

너는 궐어(鱖魚)로 발음이 같은 궁궐의 궐()처럼 과거에 합격해 궁궐에 들어가 출세하는 것을 기원해 그렸다.

계룡산 철화분청에는 단순하고 거친 사내 냄새가 가득하고 질박, 역동, 추상, 해학의 조형미가 넘친다.

국립중앙박물관 분청사기실은 수족관으로 그 중 분청사기철화어문병(粉靑沙器鐵畵魚文甁)이 으뜸이다.

 

3. 너에게

5월 안티마을 입구엔 날궂이 하듯

꾼들이 즐비하다.

무심한 듯 목이 긴 두루미가

나는 선비요라며 여유롭게 걷는다.

어떤 아버지가

물속에 고기를 플라스틱 고기로 유인한다.

그러자 중지 길이만한 밀어를 잡아본

나의 낚시 경력이 상영되었다. 무성으로

불살생의 부탄에선 먹고 싶은 고기를

옆 나라 인도에서 수입한다는 문자를 남겼다.


송선헌(宋瑄憲) 약력

송선헌 원장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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