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스물네 번째 이야기] ‘충청대망론’ 성공을 위한 조건

지난 달 1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초청 충남도 정책설명회 참석자 기념촬영 모습. 충남도 제공
지난 달 1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초청 충남도 정책설명회 참석자 기념촬영 모습. 충남도 제공

지난 2월, 양승조 충남지사와 국회에서 만나 차담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넌지시 ‘대권(大權)’ 얘기를 꺼냈다. 양 지사는 “4선 의원과 당 최고위원, 사무총장, 광역단체장을 했는데,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제가 아닌 누구라도 고민하고 준비하고 나설 여건이 되지 아니겠느냐”고 했다. 차기 ‘충청대망론’ 주자를 자처하진 않았지만, 부정도 하지 않은 셈이다.

양 지사는 지난 11일 충청권 기자들과 간담회에서도 ‘재선 출마냐, 대권 도전이냐’는 질문에 ‘확답’은 하지 않았다. 다만 “몸을 풀고 있다”는 말로 향후 대권 도전에 의지를 드러냈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질 때만 기다리는 건 소극적이다. 언제 감나무를 흔들 건지, 올라갈 건지는 시기 문제다. 감이 익어야 나무에 올라가던지 흔들던지 할 거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충청도에는 대망을 꿈꾸던 ‘잠룡들’이 여럿 있었다. JP(故 김종필 전 총리)를 필두로, 이회창‧이인제‧정운찬‧반기문‧이완구‧안희정까지. 이들 모두 용(龍)이 되진 못했다. 일부는 이런 저런 스캔들로 낙마했지만, 궁극적으로 ‘충청도’란 지정학적 요인과 지역구도가 작용했다.

대통령 직선제에서 승패의 관건은 표(票)에 있다. 인구가 많은 지역 출신이 이길 확률이 높다. 충청도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대전과 충남‧북, 세종을 합쳐 550만 명이다. ‘보수의 본산’이라는 대구시는 243만명이고, 경북 인구는 266만명이다. 두 곳 인구를 합치면 510만명에 달한다. 충청도 표를 다 모아도 TK 한군데와 별 차이 없다. 보수정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충청도 잠룡이 뜨기 어려운 근본적인 구도다.

진보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충청 인구가 호남을 앞질렀다고 하나, ‘영남 vs 호남’구도에서 진보 진영 주도권은 호남이 쥐고 있다. 21대 총선 이후 정치지형과 환경이 변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대전‧세종을 석권했다. 충청 출신들이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을 차지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선 중진급을 대거 배출했다. 충청도에 기회가 왔다. 역설적으로 도백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양 지사 스스로도 대권 도전의 전제로 “충남도민들의 지지”를 강조했다. 도백 출신 잠룡들이 성공하지 못한 배경에는 도정을 야망 실현의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대망에 집중한 탓에 도정은 소홀했다. 따라서 양 지사에게 지금은 대권보다 도정을 우선해야 하는 시간이다.

행정에 있어 부족분은 정치권과 협치로 보완하고, 발전적인 방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시민단체와 언론, 학계 역시 다방면에 걸쳐 의제를 발굴하는 공동의 작업에도 나서야 한다. 충청권 4개 광역단체까지 권역을 넓혀 ‘민‧관‧정 상설협의체’ 운영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시민사회를 움직이고 충청인들에게 ‘일하는 도정’과 ‘차세대 리더’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혁신도시다. 내포 혁신도시 지정을 위한 근거법은 마련했지만, 최종 확정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내포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유치 성패에 양 지사의 차기 정치 행보가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직은 감 떨어지는 얘기를 할 때가 아니란 얘기다.

양 지사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10위권을 맴돌고 있다. 차기 유력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양 지사는 지난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진행자로부터 뼈 있는 소리를 들었다. “도지사님의 가장 큰 문제는, 지사님이 지나가도 도민들이 도지사인 줄 모른다.” 대권보다 도정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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