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14연패 '한용덕만 책임질 일인가'
한화이글스 14연패 '한용덕만 책임질 일인가'
  • 지상현 기자
  • 승인 2020.06.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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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휘봉 잡은 이래 가을야구 성공했다가 침체기
베테랑 선수들 제 역할 못해...정민철 단장도 지원군 역할 미흡

한용덕 한화이글스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감독직에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한용덕 한화이글스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감독직에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사진은 2018년 한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한화이글스가 7일 경기까지 14연패를 기록하며 구단 창단 이래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쓰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 2018년부터 선수단을 이끌던 한용덕 감독은 임기를 채 마치지 못하고 자진해서 물러나는 형식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뼛속까지 이글스맨인 한 감독 입장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채 명예스럽지 못하게 팀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 사실 2018 시즌을 앞두고 한 감독이 부임할 때만해도 한화 팬들은 한껏 고조됐었다. 한 감독이 누군가. 1988년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한 뒤 15시즌 동안 120승을 거둔 이글스 레전드 중 레전드다.

두산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착실히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는 한 감독을 한화가 스카웃했다. 한 감독 뿐이 아니라 함께 뛰었던 장종훈과 송진우 코치도 함께였다. 지난해에는 정민철 단장도 합류하면서 바야흐로 한화는 레전드들이 또 다른 레전드를 꿈꾸는 구단으로 거듭 나는 분위기였다.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한 감독은 부임 첫해 가을야구에 성공했다. 2010년대 들어 극심한 침체기를 겪던 한화에 단비같은 시즌이었다. 2018 시즌 성공을 발판으로 2019년에도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뒤늦게 시즌을 시작한 2020 시즌은 2019 시즌에 비할바가 못됐다. 시즌 첫 시리즈에서 워윅 서폴드가 완투완봉승을 거두며 힘차게 위닝시리즈를 거둘때만 해도 올해는 대형 사고를 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5월 5일 어린이날 개막 이후 한화는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았고 아쉬운 역전패도 점점 늘어났다. 서폴드 홀로 분전하던 선발진은 경기가 거듭될 수록 역부족임이 드러났고 불펜진은 필승조가 사라졌다. 철옹성같던 마무리는 점점 허약해져 갔다.

투수진들을 뒷받침해야하는 타선은 더욱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줬다. 베테랑 김태균과 송광민, 이성열, 그리고 호잉은 예전의 활기찬 타력은 온데간데 없었다. 특히 구단 최고 연봉자 중 한명인 김태균은 타격 부진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가 콜업되는 등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비슷했다.

문제는 이런 선수들이 연패를 기록하는 기간 동안 분발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13연패를 기록한 지난 2013 시즌 초반 연패가 계속되자 한화 정현석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삭발했다. 삭발에 이어 눈썹까지 밀었다. 정현석의 모습은 당시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그 때문인지 한화 연패는 '13'에서 끝났다. 물론 야구는 의지와 각오만으로 성적이 좋아지는 종목은 아니지만 당시 정현석의 삭발은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였다.

7년이 지난 현재 한화에서는 제2의 정현석이 보이지 않는다. 김태균이나 이용규, 이성렬, 송광민 등 소위 베테랑 선수들은 자신들의 경기력이 부진해 팬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언행에 차이점이 없다. 경기가 끝난 뒤 나머지 운동을 하는 선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오히려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듯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웃고 장난치듯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물론,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상대에게 기가 눌리는 순간 승패가 뒤집히는 스포츠란 얘기다. 때문에 경기 도중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선보이면 서로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힘을 북돋는다. 실수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한다. 다만 팀이 연패 중이고 사기가 떨어져 있을 때는 고참 선수들이 고참으로서 역할을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시즌 단장으로 영입된 정민철 단장의 모습도 아쉬운 건 매 한가지다. 한화 레전드로서 팀을 위해 합류한 정 단장은 한 감독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이끌 주인공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동안 어떤 뒷받침을 했는지 의문만 든다. 단장으로서 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한 감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활동을 했을까.

결론적으로 한화의 14연패가 오로지 한 감독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한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소통을 중시해 왔던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구단 내부에서도 한 감독의 중도 퇴진이 못내 아쉬운 눈치다.

한 감독은 7일 NC와의 경기가 끝나고 14연패가 확정된 뒤 정 단장에게 찾아가 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의사를 밝힌 뒤 쓸쓸히 정든 경기장을 떠났다.

한화는 한 감독의 후임 감독이 올때까지 선수들은 이끌 사령탑으로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이어서 1군 타격코치로 등록된 정경배 코치는 수석코치를 겸하고, 정현석 코치가 타격 보조 코치를, 1군 투수코치는 송진우 코치가, 불펜코치는 박정진 코치가 각각 맡아 팀 정비에 들어갔다.

한 감독이 떠난 자리는 빠르게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지는 모습이지만 정작 책임을 통감해야 할 사람들은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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