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최원호 감독대행 분위기 쇄신 필요, 선수들의 각성 동반 중요

한화이글스가 2020 시즌 초반 총체적인 부진을 겪으며 단일 시즌 구단 최다인 14연패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한화이글스가 2020 시즌 초반 총체적인 부진을 겪으며 단일 시즌 구단 최다인 14연패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2020시즌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 한 달을 지나 팀당 30경기에 다다랐다. 각 구단이 20%를 넘는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시즌 초반을 넘어 이제는 중반으로 들어가면서 치열한 순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산술적으로 10개 구단의 팀들이 서로 한 번의 시리즈를 경험해 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내달렸던 NC다이노스는 점점 더 공, 수의 밸런스가 맞아 들어가면서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한화이글스는 무려 14연패에 빠지면서 최하위로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상위권으로 예상되었던 두산, LG, 키움이 예상대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기아, 롯데, 삼성이 5위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KT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SK가 힘겹게 5위권을 사정권에 두고 추격 중이다. 

아직까지는 우려했던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 등의 변수가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경기를 소화하고 있지만 6월로 접어들면서 언제 어떻게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기에 각 구단들은 상당히 예민한 분위기 속에서 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리그의 시작이 늦었던 만큼 선수들의 몸 상태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각 팀마다 부상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각 팀의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 이탈로 인한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 주전들의 체력과 컨디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이번 시즌의 가장 큰 중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화이글스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하지만 이제 30경기를 치렀다. 즉, 114경기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14연패에 빠지면서 단일 시즌 구단 최다 연패를 갈아치웠고 연패 기간 동안 경기력 자체가 최악이었기 때문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야구는 계속되어야 하고 무관중 경기지만 많은 팬들이 응원하고 있음을 구단과 선수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한편, 한화이글스는 7일 NC와의 경기가 끝나고 한용덕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받아들이고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잔여 경기 감독 대행으로 선임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어떤 방식으로든 분위기 쇄신 반드시 필요한 시점

한용덕 감독은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첫 시즌의 성공을 뒤로 하고 두 번째 시즌은 처절한 실패를 맛봤고 세 번째 시즌에는 다시 반등을 예고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역전패의 악몽이 꼬리를 물었고 팀의 주축 선수들은 계속 부진했으며 그나마 상승세의 선수들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분위기는 한없이 처졌고 팀은 연패의 늪에 빠졌다.

리더십에는 정답이 없다. 리더의 성향, 선수들의 성향, 팀 분위기 또는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리더십도 달라질 필요성이 있다. 즉, 리더의 유연한 리더십이 중요한 성공의 잣대로 여겨지는 시대이다. 하지만 한용덕 리더십은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팀의 연패 뿐 아니라 팀 내에서 감독의 위치가 크게 흔들렸다. 구단과 보이지 않는 기싸움도 연출되었다. 한화이글스는 최근 감독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연이은 불협화음을 보여주곤 했다. 현재 상황도 그렇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다. 결국 좋지 않은 분위기로 귀결될 것이다. 

이미 한용덕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었고 그게 누구의 잘못임을 떠나 더 이상 지휘봉을 잡고 있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고 114경기가 남은 시즌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단의 경질이든, 감독의 자진 사퇴든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한화이글스의 사령탑은 바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결국 한용덕 감독은 7일 NC와의 경기를 끝내고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예상대로 한용덕 감독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이글스의 레전드 지도자들의 설 자리는 분명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한화이글스의 분위기 쇄신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이 치러지고 있는 시점에서 시스템을 한순간에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과연 구단이 어떤 방식으로 현 시국을 타개할지 의문이지만 어설픈 쇄신은 안 하니만 못할 것이다.

최원호 퓨처스 감독은 지도자 경력은 일천하지만 해박한 야구 이론과 해설위원 등을 거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여기에 데이터를 중시하는 야구인 중에 한 명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과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부에서 영입한 최원호 감독 대행이 이글스의 분위기 쇄신을 이끌고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선수들의 각성과 책임감 있는 플레이가 동반되어야 팬들도 공감

한용덕 감독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고 흔들리는 한화이글스. 구단 최다 연패를 갈아치웠다. 과연 지도자들에게만 책임을 넘기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감독과 코치는 떠나도 선수는 남는다. 한화이글스가 최근 암흑기를 겪는 동안 선수들은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계속 그라운드에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감독과 코치도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계속 그라운드에 있을 수는 없었다.

“경기는 선수가 한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책임은 감독이 진다. 아니 감독만 진다. 무엇인가 앞, 뒤가 맞지 않는 말이지 않는가! 당연히 선수들은 팀 성적이 떨어지고 개인 기록이 저조하면 연봉 협상에서 좋지 않은 고과로 인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 감독을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지만 경기를 운영하는 것은 감독이다. 감독의 책임이 그만큼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책임감을 갖고 경기를 해야 한다.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는 선수들 스스로가 각성도 해야 한다. 악착 같이 경기에 임하고 끈기 있게 이기기 위한 플레이를 서슴치 않고 해야 한다. 누가 봐도 열심히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화이글스의 선수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연패에 빠진 한화이글스, 하지만 경기력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모습의 플레이들이 연이어 나오고 프로 선수들이 하는 플레이가 맞나 싶을 정도의 안일한 플레이도 많이 연출되고 있다. 많은 팬들의 원성을 사고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유이다.

경기에 출전하고 기회를 주는 것은 감독의 권한이다. 감독이 그 권한으로 선수에게 기회를 주었으면 선수는 그 기회에 보답해야 한다. 즉, 경기에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화이글스는 감독이 그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선수들은 그 기회를 전혀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바로 총체적 난국인 것이다.

과연, 구단이 어떤 쇄신안을 들고 나올지 쉽사리 예상하기 힘들다. 우선, 말도 안 되는 코치진의 등록 말소 이후, 1군에 새로운 코치들이 등록되었다. 이것으로 분위기 쇄신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러기에는 지금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다. 감독과 코치들은 선수단 운영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은 각성하고 책임감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과연 최원호 퓨처스 감독의 감독 대행 선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봐야 한다.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팬들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팬들은 한화이글스를 사랑하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한화이글스 구단과 지도자 그리고 선수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불변의 명제이다. 

어렵게 개막을 맞이한 2020시즌. 팬들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많은 훈련과 노력으로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 승리를 따내고 가을야구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