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기 만료 앞 둔 아산시의회 김영애 의장

아산시의회 김영애 의장. 아산시의회 최초 여성의장, 최연소 의장, 최초 여성 3선 의원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의장을 맡고서 못 만났던 동네 어르신들과 경로당에서 밥도 먹고, 얘기도 들으려고 해요. 그 밥이 정말 맛있거든요.”

늘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으며 ‘돌봄 의정’을 강조했던 아산시의회 김영애 의장. 2년여 의장직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디트뉴스>와 만난 그는 홀가분한 표정을 보였다. 

김 의장은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아산시의회 최초 여성 의장, 3선 여성의원, 최연소 의장 등 그가 보유한 세 가지 최초 기록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23년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정치판에 뛰어든 그가 이런 기록을 갖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데 대화를 나눌수록 그의 정치적 성공은 필연이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강훈식 국회의원과의 만남에서 우연찮게 시작했지만, 누구 못지않게 준비된 일꾼이다. 시의원이 되면서 작성한 60개의 버킷리스트 조례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담담한 톤과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평정심으로 존재감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한결같은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2년 동안의 의장직에 대한 소회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이 묻어난다. 실제로 자신의 의장직 점수를 ‘A’로 평가했다. 의징직을 내려놓은 뒤의 행보에는 들뜬 모습까지 보인다. 평의원으로 돌아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지역민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 

또 2년 뒤 지방선거에는 시의원뿐 아니라 도의원이나 시장 등 더 큰 도전의 기회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떤 도전을 하든, 그의 뒤에는 아산시 정치사의 ‘최초’라는 타이틀이 따라오게 돼있다. 

그만큼 아산지역 정가는 여성 정치인에게 여전히 척박하다. 역으로 ‘최초’로 기록될 기회가 열려 있다는 뜻도 된다. 김 의장의 시선은 그곳을 향해 있었다.

“23년 어린이집 경영을 하고 강훈식 의원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는데, 지금까지 후회하거나 돌아가고 싶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김 의장은 “개인의 노력으로 여러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정치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고 말한다. 

지역 정치인으로서 상당한 고지에 올랐음에도 김 의장은 아직 목말라 보인다. 그가 ‘트리플 크라운’ 이후 어떤 ‘최초’ 타이틀을 거머쥘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늘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김영애 의장. 의장직을 내려놓는 시점에서도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 보다는 평의원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다음은 김영애 의장과의 1문 1답]

- 8대 시의회 상반기가 끝나고 있다. 아산시의회 최초 여성의장으로서 2년여 동안의 소회를 밝힌다면?
 “정말 다사다난이 실감나는 기간이었다.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는 것이 서운하면서도 나름 보람을 느낀다.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늘 현장에서 소통하며 지냈다.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는 별명까지 붙은 데다 첫 여성이라는 타이틀에 주목받다보니 책임감과 부담이 컸다. 여성의 섬세함과 따뜻함으로 의원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의정활동을 펼쳐왔다고 생각한다. 제8대 시의회는 여성의원이 38%를 차지하고 있고, 의장 또한 여성이어서 앞으로 남성중심의 정치문화를 개선하고 성숙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의장으로서 보낸 시간을 점수로 환산한다면?
 “개인적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A'를 주고 싶다. 나보다 약하고 소외된 분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푸는 ‘돌봄 정치’에 가장 많이 주력했다. 틈나는 대로 그런 분들과 간담회도 많이 가졌고 어려운 상황을 집행부와 연결해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역대 의장 중 우리를 찾아준 적이 없었다’는 말을 들으며 고맙다고 하실 때 그분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힘든 점은 없었는가.
 “꼭 여성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성향과 개성이 강한 의원들을 융합하는 게 어려웠다. 과거 어린이집을 운영할 때 심리상담을 공부한 적이 있는데, 이를 의원들을 대할 때 활용하니 효과가 있었다. 술도 종종 마셨다. 즐기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꽤 마실 수 있다.(웃음) 기관단체장 모임에서도 처음엔 혼자 여성이라 불편해 하다 이제는 너무 편하다고, 연임하면 안 되냐고 말하기도 한다.
 아직 정치를 하면서 힘들거나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개인의 노력으로 여러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보람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정계에 입문한 계기와 정치철학은?
 “정치에 첫 발을 내딛게 된 건 한 사람과의 만남 때문이다. 2008년 총선을 앞둔 어느 날 30대 정치인 강훈식 민주당 후보와의 만났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평소 교육과 복지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정치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없던 저에게 또 다른 길을 안내해준 계기였다.
 21세기 여성정치연합 회원으로 가입해 제대로 정치공부를 해 보고 싶어 서울로 공부하러 다녔고 ‘부당한 것들로부터 지배당하지 않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좋은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에 설득돼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 그래서 지난 10여 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잘못된 제도는 개선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역의 작은 정책에 힘써 왔다. 그 만남이 없었더라면 지금 정치인의 길을 걷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이집과 정치의 연관성이 높아보이진 않는다. 평소 그런 기질을 보였었는지.
 “어린 시절 웅변대회에서 장관상을 받기도 했고, 웅변학원 강사도 했다. 그 경험으로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발표력을 키워줬다. 이 경험이 효과적인 전달능력을 키운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 일을 할 때도 ‘빨리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생각해 일찍 경영에 나섰다. 아산시에서 두 번째로 인가를 낸 어린이집이었고 최초로 단독 전용건물로 지었다. 계단도 성장속도에 맞춰 단계별로 조성하는 등 소신 있게 만들었다. 그때 아이들이 자라서 군대도 갔다 오고, 선거 때 제 사무실 청소도 해줬다. 
 사실 어렸을 때 고아원 원장이 되고 싶어 어떻게 하면 근무할 수 있는지 전화로 물어보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지금의 정치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남은 평의원 활동 중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의장직을 마치면 무엇을 해야겠다는 계획을 나름대로 세우고 있다. 의장으로서 아산시 전체를 아울러야 했는데, 역으로 지역민들에게는 그만큼 신경쓰지 못했다. 지역에 돌아와 세세하게 챙기고 싶다. 지역구 의원일 때는 경로당도 자주 방문하고 같이 밥도 해먹었다. 의장이 되고서 못했는데 이런 행보를 다시 하려 한다. 요즘도 어르신들이 가끔 ‘왜 안오냐’고 연락하시곤 한다.
 또 정치를 시작하면서 꼭 만들고 싶은 조례안 60개를 선정한 게 있다. 하나하나 추진된 걸 지워보니 의장 전 8년 동안 33건 정도를 만들었고 의장이 된 뒤로는 발의가 자유롭지 못해 다른 의원들에게 나눠주고 부탁해 거의 다 제정됐다. 5~6개 남았는데 이것도 마무리 짓고 싶다.”

-그중 기억에 남는 조례 3가지를 뽑아 달라.
 “3가지만 꼽는다면 첫째로 전국 지자체 최초로 ▲아산시 산림교육 및 유아 숲 체험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다. 시민이 산림교육 및 유아 숲 교육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산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하고 아이들의 다양한 숲속 체험프로그램 개발의 근거다 됐다.
 두 번째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참여 확대 조례 발의로 아산시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을 도모함으로써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참여를 통한 자아실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세 번째 ▲아산시 치매 관리·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다음 지방선거에 시의원이 아닌 다른 정치에 도전할 의지가 있는지.
 “이젠 혼자만의 생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아니다. 주변을 살피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시의원은 그만하고 정말 좋은 후배들이 나타난다면 물려주고 싶다. 물론 상황에 따라 한 번 더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의 길을 선택하려 한다. 그 안에는 도의회, 시장, 국회도 있다. 충분히 열어놓고 수용할 의사가 있다. 지인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서 움직이려 한다.”

-자신의 의정활동을 5글자로 표현한다면?
“‘소통의 중심’으로 정의하겠다. 그동안 양당의 입장, 초선의원 비율이 높아 서로 많은 대화와 소통, 아산시민과의 허물없고 충실한 대화 등으로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키워드를 소통의 중심으로 두겠다. 의원 간의 소통, 집행부와의 소통, 아산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민과 민원을 함께 청취하며 역할분담을 통하여 해결하고 앞장서는 아산시의회라 생각한다.”

-후반기 의장단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린다.
 “제8대 아산시의회는 초선의원도 많아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재선, 3선 의원 못지않은 많은 역할들을 하며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셨다고 생각한다. 다만 반복과 갈등이 심했다. 노력은 많이 했지만 성향이 다양한 의원들이 많다 보니 원치 않은 사례가 발생했다. 굉장히 아쉽다. 그럼에도 7대 의회 때처럼 당내 분열이 발생하는 상황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후반기 의회는 상호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집행부 견제·감시 역할과 동시에 협력자의 관계를 잘 구축하고 당색을 떠나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해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의정활동을 펼쳐주시길 당부 드린다. 저 역시 그런 의회를 열어가는데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끝으로 아산시민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제8대 전반기 아산시의회가 힘차게 출발한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저를 포함한 의원 모두 시민의 말에 항상 귀를 열고 주어진 책무를 다하며 창의적인 혁신의회, 협력하는 균형의회, 소통하는 열린 의회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남은 2년 동안 불편함이 없는지 항상 살피고 민의를 수렴해 정책으로 연결하는 의결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 항상 발전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신뢰와 사랑을 받는 아산시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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