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친족에 의한 강간 등 혐의 친부 징역 2년 6월 선고
존속상해치사 혐의 50대 친딸은 무죄...항소심에서 또 다툴듯

대전지법에서 최근 친족간 성범죄 사건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대전지법에서 최근 친족간 성범죄 사건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최근 성범죄 사건에 대한 처벌수위가 강화되면서 엄벌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법원에서 친족간 성범죄 사건에 대해 엇갈린 판단이 나왔다.

첫번째 사건은 10살짜리 친딸을 수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몹쓸 친부 얘기다. A씨(56)씨가 친딸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시작한 건 딸이 10살이던 2004년 여름부터다. 거실에서 자고 있던 딸을 추행한 것.

10살 친딸 수시로 성추행 한 혐의 친부 유죄...징역 2년 6월 실형 선고

이렇게 시작된 A씨의 범행은 수시로 이어졌고 수위도 올라갔다. 너무도 어렸던 탓에 피해자인 딸은 큰 충격을 받게 되고 그 즈음 엄마도 알게된다. 딸과 같은 충격을 받은 엄마는 곧바로 딸에게 관련 기관을 찾아가 상담을 받도록 했다. 이후 엄마는 A씨와 이혼소송을 진행하게 됐고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비 뿐 아니라 형사사건으로 고소하지 않는 대신 5억원을 별도로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딸의 주장을 부인했다. 즉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까지 같은 진술을 했다. 나중에서야 범행을 일부 시인했을 뿐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딸이 오래전 기억이지만 뚜렷하게 진술하고 있는 점, 특히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유죄로 판단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용찬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월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 등을 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부로서 피해자를 올바르게 양육할 책임이 있음에도 수년간 반복해 피해자를 추행했다"며 "피고인은 나이 어린 피해자가 제대로 자신을 방어하거나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없었던 점을 이용해 왜곡된 성적 충동을 해소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이어 "건전한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할 시기에 있었던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상당한 기간 동안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딸에게 2억원과 피해자의 심리치료를 위한 비용을 지급한 점 등을 감안해 양형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사건은 90대 친부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며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친딸 얘기다. 검찰이 밝힌 대략적인 사건 개요를 보면 B씨(51)씨는 피해자(93)의 딸로서 피해자인 아버지가 고령이고 고혈압 및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 병간호 등을 위해 옆집에 살았다.

93세 노부 사망케 한 50대 딸...성폭행하려 해 정당방위 주장 받아들여 무죄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5월 1일 오후 2시 40분께 B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버지와 엄마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집안에 있던 여러가지 물건으로 아버지를 마구 폭행해 오후 5시 44분께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적용된 혐의는 존속상해치사이며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B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술에 취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뒤 남편에게 편지를 보내면서부터 새로운 주장을 하게 된다. 바로 아버지가 자신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하려고 해서 그에 대한 방어행위 차원에서 폭력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즉 B씨가 아버지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술에 취한 아버지가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것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방위일 뿐 아버지가 사망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B씨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대전지법 제12형사부 이창경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법정에서의 진술이 다른 점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B씨의 새로운 주장 즉, 아버지가 자신을 성폭행 혹은 성추행하려고 했다는 진술이 진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도 어떤 진술이 진실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피고인이 이미 사망한 부친의 명예, 모친이 받을 충격 그리고 자신의 수치심 때문에 그동안 진실을 밝히지 않고 그로 인한 책임을 감수하기로 했다는 주장이 전혀 수긍할 수 없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

특히 피해자인 아버지가 사건 발생 이전에도 술에 취하면 피해망상이나 치매증상을 보였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감안해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한 나머지 인지력과 판단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피고인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려고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B씨가 아버지 사망 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의사에게 했던 진술이 재판부의 판단에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당시 B씨는 병원에서 "장례식에서 가족들이나 엄마가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내가 부모로서 이 상황이라면 자식을 이해하려고 할 텐데. 식구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게 더 억울하다" "저는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자녀" "그전에는 죄책감이 심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만취 시 피해망상이 있었고 나도 맞은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위로가 됐다"는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대로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을 성폭행 혹은 성추행하려고 한 것이 사실이라면 당시 피고인이 그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행사한 유형력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으로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피해자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집안에 있는 여러 물건들을 집어 던지거나 몸싸움 과정에서 피고인을 향해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은 충분히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유무죄라는 결과를 엇갈렸지만 A씨와 B씨는 각자의 사건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인생의 오점을 남겼다. 친딸에게 몸쓸 짓을 한 A씨나 비록 정당방위라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지만 아버지를 사망케 한 B씨도 평생토록 마음속에 무거운 돌덩이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A씨와 검찰 측 항소로 이들 모두 항소심 법정에서 다시한번 유무죄 판단을 받아봐야 하지만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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