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직무이행명령 촉구’ 기자회견…마을 주민 “외부인 개입, 그만”

3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청양 강정리 석면·폐기물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석면·폐기물 사태를 둘러싼 주민들의 요구가 엇갈리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체의 위법성을 입증할 때 까지는 한 목소리였지만, 행정처분 방식에서 혼선을 빚는 모습이다.

3일 시민사회단체와 강정리 주민들로 구성된 '청양 강정리 석면·폐기물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충남도청 앞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판결이 60여 일이 지나도록 충남도와 청양군 모두 공식 사과나 입장표명 없이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앞서 2017년 도는 직무이행명령을 통해 강정리의 석면·폐기물 처리업체 ㈜보민환경에 대한 건설폐기물법 위반에 따른 조치와 순환골재로 복구한 산지의 원상복구 등을 이행하라고 청양군에 통보했다.

하지만 청양군은 이를 거부하고 대법원에 직무이행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올해 3월 27일 대법원은 군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대책위는 도와 청양군에 신속한 행정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도 같은 맥락이었다.

대책위는 “이번 사안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석화 전 청양군수 재임 시기에 시작됐다. 양승조 지사와 김돈곤 군수가 떳떳하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면서 “도는 직무이행명령을 위반한 청양군수를 고발하고 법에 따라 행정대집행 하거나 행정·재정산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했다.

청양군 영업정지·과태료 처분…업체, 행정소송 예고

청양군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정조치를 취했지만 불리한 법정싸움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군은 전날(2일) 영업정지 1개월, 과태료 700만 원을 ㈜보민환경에 통보했다. 건설폐기물법상 보관 허용기준을 초과해 폐기물(순환골재)을 적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불분명하다. 환경부는 지난 5월 ‘순환골재는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가공한 상태’라며 허용보관량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군에 통보했다. 실제 법령에는 순환골재와 순환토사는 허용보관량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 같은 환경부의 판단을 적용한다면 도와 청양군의 행정집행은 월권이 된다. ㈜보민환경 역시 이에 근거해 군과 행정소송을 벌일 예정이다. 군 내부에서는 법리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대책위와 도에 떠밀려 행정처분을 내렸다는 볼멘소리도 감지된다.

게다가 강정리 주민들은 산지복구 방식에 대해 대책위와 대조된 태도를 보인다. 대책위는 매립된 순환골재를 모두 채취하고 재복토할 것을 요구하지만, 주민들은 현 상태에서 양질의 흙을 덮고 나무를 심는 방식을 원하고 있다. 대대적인 채굴이 이뤄질 경우 발생할 석면 먼지와 비산, 공사차량으로 인한 교통마비 때문이다. 

강정리 주민과 갈라선 대책위, ‘대표성’ 논란

지난 2018년 충남도청에서 대책위의
지난 2018년 7월,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위의 개입 중단을 요구하는 강정리 주민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대책위에 대한 대표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며 대책위의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대책위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상 끝까지 영업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날 대책위 관계자는 반대 주민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주민들이 먼저 시민단체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고, 함께 싸워왔다. 그런데 이장이 바뀌면서 일부 주민들이 군과 업체 측에 회유된 것 같다”며 “대책위에도 주민들이 아직 참여하고 있다. 본래의 명분과 취지는 대책위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정리 A이장은 “주민 80%가 넘게 산지복구를 위한 순환골재 채취에 반대했다. 그런데 몇몇 주민들이 참여한 대책위가 계속 문제를 제기한다. 동네 주민의 건강권과 복지가 최우선 아니냐”며 “이장을 맡은 4년간 대책위와 일체의 협의도 없었다. 그렇게 산을 파헤치고 덤프트럭이 다니는 걸 원한다면, 한번 여기서 살아보라고 하고 싶다”고 따졌다.

군 관계자는 “산지복구와 관련된 주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명회를 계획 중이다. 다만 농번기라 일정 잡기가 어렵다. 회의가 열리면 의견을 모아 방법을 확정 지을 예정”이라며 “주민들은 대체로 복토 방식으로 산지를 복구하고 ㈜보민환경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원하는 것 같다. 대책위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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