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스스로 처리되지 않는 감정이 고스란히 타인의 몫이 되었을 때, 그 타인이 가족이 되거나 자녀의 양육에 치명적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감정의 대물림’이라고 한다. 감정의 대물림에서 자녀는 부모 행동을 그대로 흡수하며 배우게 된다. 이러한 것을 ‘동일시’라고 한다. 잔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는 돌아서서 누군가에게 똑같은 잔소리를 쏟아낸다. 또한 폭력을 경험한 아이는 돌아서서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즉 ‘공격자와 동일시’라는 개념이다.

부모가 내면 깊숙이 감정을 억압해 놓고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감정들, 외부로 표현된 적이 없는 감정이 은밀하게 자녀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그렇게 전달된 감정을 자녀가 쏟아내듯 부모에게 반항을 했을 때, 부모 자신의 짜증스런 감정이 아니라 오롯이 자녀의 감정으로 인식해 버린다. 이것을 ‘투사’라 한다. 즉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쑥스러움을 많거나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사회적인 제약 등의 이유로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투영해 상대방이 마치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투사는 의식의 영역에서 이뤄지기보다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이뤄진다. 의식의 세계에서는 내가 감당할 수 없기에 무의식이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현상에서 생존의 문제는 스스로 강인해지거나 성실하게 무조건 열심히 살았던 부모 세대가 자녀들에게는 꼭 그렇게까지 생존을 지키고자 하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무의식 흐름에서는 부모가 삭혀야만 했던 감정들이 부정적 감정들로 이미 내면에 내재화 되어 있다. 마치 자신의 감정으로 착각하게 된다. 실상은 부모의 감정이 떠밀려 와서 자녀의 내면에 자리 잡게 된 것들의 현상이다.

우울도 유전이 될 만큼 부모의 감정은 자녀들에게 지대한 영향이 크다. 우울이란 감정 속에서 스스로 왜곡하여 간직한 수치심과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 등이 있다. 그러한 것들까지 자녀에게 떠넘기게 되는 격이다. 자녀의 행동이 부모 마음에 흡족하지 않을 때, 부부간의 부정의 갈등이 쌓일 때 ‘당신 닮아서 그래’라고 마음에 상처주기를 하고 만다. ‘닮아서’의 유전적 생존을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그러한 감정까지도 물려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는 그런 부모를 이상화하면서 자기를 비난하는 시선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것이 자신을 책망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무시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삶에서 상당한 큰 불안으로 자리하게 된다.

삼켰던 음식을 소화해서 배설해야 하는데 배설할 것을 배설하지 못하면 질병이 생기게 된다. 배설할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밖으로 방출해야 한다. 즉 배설물과 함께 새로운 것을 받아드릴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 몸도 그러하듯이, 우리의 마음도 그렇다. 스스로를 힘들게 하거나 해롭고, 괴롭히는 불편한 감정들을 잘 배출해야 한다. 처음 배출하는 사람들은 낯설고 민망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세련된 방법으로도 배출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배출되지 못한 감정들은 스스로 통제하고 소유하려고 할 때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투사하고 자신과 동일시해 버린다. 그렇게 쌓인 감정들이 결국 부모를 원망하게 되거나,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을 갖게 된다.

‘너는 엄마(아빠)를 꼭 빼다 박았구나.성격도 어쩌면 이렇게 똑같니?’ 이런 말을 자신이 들었거나 주변에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것을 바로 ‘투사적 동일시’라고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표현되지 않는 언어와 감정 그리고 무언의 행동들이 그대로 자녀에게 전해지는 현상이다. 우리는 부모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감정에 자연스레 전염이 된다. 그것을 ‘감정의 전염’이라 한다. 그러한 감정이 둔감하든 민감하든 상관없이 우리는 항상 외부환경에 노출되며 살아가고 있다. 흔히 체험할 수 있는 것으로는 가족이 슬픈 일이 생기면 다같이 슬퍼하거나,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 생기면 그대로 불행감이 번진다. 이러한 전염은 일상 속에서 다양한 형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감정의 전염을 피해가는 방법이나 감정의 대물림을 받지 않는 방법은 매순간 자기 마음이나 행동을 돌아보는 것이다. 스스로 성찰하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도 많을뿐더러 대물림의 현상을 막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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