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정활동 마감 소회 밝혀..“의사 경험 살려 국가발전 기여”

21대 국회 임기가 30일부터 시작됐다. 4‧15총선 당선인들은 국회의원 4년 임기를 시작했지만, 낙선과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은 야인으로 돌아갔다.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70‧충남 천안병)도 ‘자연인’ 신분이 됐다. 

의사 출신인 그는 자신이 가진 전문성과 의정활동 경험을 살려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특히 “평범한 지역 의대 교수가 ‘국회’라는 정치광장에서 귀한 경험을 한 건 행운이었다”며 “그런 기회를 준 동지들과 천안시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앞서 윤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만 68세에 초선 배지를 달았다. 2년여 짧은 기간이었지만 윤 전 의원은 누구보다 부지런했다. 

재보선 당선 의원 중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했고, 총94회 토론회와 간담회를 열어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임기 중 본회의는 100% 출석했다. 총 4115억원의 천안병 지역 예산을 가져왔고, ‘임세원법’, ‘국민건강증진법’ 등 법안을 대표 발의해 국내 보건의료 수준을 높였다.  

재선 출마를 선언했다 돌연 불출마로 돌아서 그 배경을 놓고 의견도 분분했지만, 그는 담담했다. “시대의 전환기에서 제 욕심보다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남 거제 출신인 윤 전 의원은 1982년 7월 순천향대 천안병원 개원부터 신경외과 교수로 천안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40여 년 전 천안 땅을 밟은 건 제 운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앞으로의 길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처럼 최선을 다해 천안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의사와 국회의원에 이어 다음 거취가 주목되는 윤 전 의원을 임기 마지막 날(29일) 천안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윤일규 전 의원과 일문일답]

윤일규 국회의원.
윤일규 국회의원.

20대 국회 임기를 마무리했다. 소감부터 말씀해 달라. 

평범한 지역 의대 교수가 조그만 지식인으로서 양심상 사회운동에 참여한 연장의 끝에 ‘국회’라는 정치광장에서 귀한 경험을 한 건 행운이다. 그런 기회를 준 동료와 동지도 감사하지만, 천안시민께 고맙다. 저에게 (국회의원)경험으로 끝나라는 게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천안시민으로서 대한민국 역사적 발전을 향해 가라는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다. 40여 년 전 이 땅을 밟은 이유 중 하나가 제 운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천안 땅을 지키겠다.

의정활동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국회 단상에 올라가 의원 선서도 했고, 5분 발언도 했다. 그것이 제일 기쁘고 기억에 남는다. 의료 현장의 문제점을 현장에 있던 사람의 눈으로 환자와 의료인을 보호하고 의료 환경을 만들었다는 건 영광이고 자부심이다. 특히 보건복지 위원들과 함께 법안을 통과시켜 전국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 지역 돌봄 사업은 긍정적이다. 이는 인류사회 가족제도의 새로운 전환을 갖는다.

그동안 우리는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둥지가 가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형태로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늙어 병들면 가정에서 일생을 마쳤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시대다. 이 법안은 그동안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해온 가족관계와 같은 휴머니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숙제이고, 앞으로 문재인 정권이 역사적으로 남길 업적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일에 제가 참여하고 지역에서 안착시키고자 했던 사실만으로도 다행스럽고 긍지가 있다. 

 

21대 국회 불출마 선언은 뜻밖이었다. 결단의 배경이 궁금하다

제 욕심보다 시대의 전환기에서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오는 절망에 기회를 주고 싶었다. 젊은이들의 앞날을 개선하려면 정치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이루어지면서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국회에 남은 일은 위임해서 할 수 있지만, 제가 부딪쳐야 할 일은 어떤 길일지 모르더라도 (오롯이)제 경험으로 해야 한다.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준비가 될 수 있다.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정문 의원에 특별히 당부나 주문한 부분이 있나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이면서 정치가였던 ‘존 스튜어트 밀’의 일생을 되돌아보고 싶다. 그는 정치인은 정당의 요구에 부응하지 말아야 하고, 지역의 요구에 부응하지 말고, 돈을 써서 선거운동에 연연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저는 이정문 의원에게 저는 그걸 요구하고 싶다. 

재선에 관심을 두고, 지역사업에 연연하며, 당의 지침을 따르는 길이 현실적일지 모르지만, 새로운 정치를 만들려면 존 스튜어트 밀의 주장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그런 길을 가는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 

천안이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라면, 천안에 갇혀있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를 고민하고 정치를 했으면 한다. 천안은 정치적으로 항상 모범이고, 모범 정치인을 배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정문 의원이 지역사업에 연연하지 않고, 당론에 연연하지 않으며, 사회적 정의를 위해 소신껏 정치를 했으면 한다.

 

의사 출신으로 병원으로 돌아가는 건가. 향후 계획을 알려 달라

의사는 돌아가고 말고의 것이 아니다. 의사는 의사로 살아갈 뿐이다. 원격진료 식으로 환자로부터 전화가 오면 필요한 답변을 할 것이다. 의사로서 살고 있고, 죽을 때까지 의사일 것이다. 다만 의학적 지식이나 사회성이나 국회의원 경험이 필요한 조직이 요구하면 제가 가서 종합적으로 사회변화와 개혁을 할 것이다. 어떤 역할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의료제도 개혁일 것이다.

의료자문을 하면서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망할 수도 있고, 세속적으로 공공기관 공직으로도 갈 수 있다. 의료 현장에 가는 것도, 누구보다 치료와 학문적 지식은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는다. 다만 당장 어딜 가겠다고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일을 겪고 있다

치료가 감당을 못할 땐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줄여야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양으로 줄여야 한다. 그것이 ‘완화(mitigation)’다. 지금은 컨테인먼트 ‘봉쇄(containment)’다. 행정력은 한계가 있다. 피로도가 생긴다. 나중에 나태해져 일을 제대로 못한다. 환자 80%는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20%의 사람을 치료하는 쪽으로 가면 된다. 

사회적 면역이 50% 넘어야 한다. 예방접종(백신)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1년 내지 1년 반이 지나야 한다. 7~8월만 10명 이하 수준으로 가면 진폭이 내려가는데, 이후에 다시 올라가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리가 언제부터 감기로 학교도 안보내고, 일도 안한 적 있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 바로 희생자를 줄이는 것이다. 80%는 앓고 지나는 것이다. 80%가 방어막이다. 그 사람들이 위험한 노인들의 방어막이 되어야 한다. 치료에서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사망자를 최소화하려면 사망자 앞 라인, 노인을 중심으로 한 기저질환자, 요양원이나 양로원 등 취약시설 방어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치료 가능한 역량 있는 병원을 확보하고 유지하느냐다. 모든 사람을 다 검사하지만, 어느 정도에서는 ‘꼭 치료할 환자’만 해야 한다. 경제를 위협할 정도의 격리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젊은이들은 경제적 활동과 사회적 활동, 지금도 거리두기를 하면서 사회활동이 가능하다. 폐쇄 공간 접촉은 피하면서 사회활동을 하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환자를 감금하는 시스템도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면 위중한 환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모두가 봉쇄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사회적으로 로딩이 많이 걸린다. 

의료시스템도 책임감 있는 공공의료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가뜩이나 지방의료원이 취약한 지자체 상황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도립’이 아닌 ‘국립’으로 해야 한다. 공공의료하기 위해 불가피한 적자를 서로 책임을 져야 한다. 생명을 지키는 국토와 방위는 돈으로 계산하면서. 그 의료 방어선은 왜 돈으로 계산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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