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창 명예교수가 펴낸 시집.

동양철학을 업으로 해온 송인창(宋寅昌) 대전대 명예교수가 철학책이 아닌 시집을 냈다. 대전대학교는 송 명예교수가 최근 자신의 두 번째 시집 ‘너무 늦게 왔다’(심상)를 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시집의 작자명은 ‘송한범’이다. ‘한’은 한밭의 한(크다는 뜻)이고, ‘범’은 호랑이의 우리말이라고 한다.

시집은 한 철학자의 ‘사랑 노래’다. 시집 제목으로 삼은 ‘너무 늦게 왔다’는 너무 늦게 시작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한편으론 딱딱한 동양철학의 경서(經書)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궁구하면서 한편으론 이른바 ‘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려 용을 썼던 저자에게 일흔 줄에 다시 찾아온 사랑의 이야기다.

때론 ‘사랑의 시’는 ‘완벽한 철학’이나 ‘분노의 운동’보다 훨씬 아름답고 강렬하다. 저자가 시의 이런 힘과 매력을 일찍이 몰랐던 건 아니다. 그는 1976년 시인 박목월이 주관하던 시전문지 『심상(心象)』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러나 한국철학회회장까지 지내고 철학교수로 퇴임했으니 철학으로 먹고 산 셈이다. 

시집에는 그가 시(詩)와 철학의 경계에서 고민한 흔적도 자주 보인다. 그는 지금도 이런 경계선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나, 그를 짓누르는 것은 주변과 세상에 대한 부채의식이다. 그에게 세상사에 대한 ‘우환의식’이 철학의 출발점이라면 부채의식은 시의 출발점일 수 있다. ‘남 위한 밥상 한번 차려보지 못하고’ ‘언제 타인의 손 한 번 뜨겁게 잡아준 적 있던가’ 하는 미안함이 그를 시인으로 만들고 있다. 

시집은 이제라도 열심히 ‘사랑하자’는 다짐의 목소리로 들린다. 저자에게 ‘사랑의 막차’가 너무 늦게 왔지만 밥과 잠을 줄여서 한 치라도 더 다가설 것이라고 그는 다짐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칠십과 이십의 나이를 혼동하는 반거충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사무사(思毋邪) 즉 시는 절해의 고도와 같지만 마지막 날까지 그는 더 가다가려 한다. 

충남대 철학과를 나와 대전대 교수를 지낸 그는 대전둔산 국화아파트에서 한범동양인문학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지역주민을 위한 ‘아파트인문학콘서트(아인콘)’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근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열지 못하고 있다.

권정우 평론가(충북대 교수)는 “'선비의 시가 시인의 시'로 놀랍게 변모했다”며 “그의 이전 시에 보이던 열정은 더 깊어졌으면서도 시인의 마음과 말하기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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