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출범, 대표이사 5명 중 중도사퇴 4명
낙하산 논란, 각종 구설, 리더십 부재 ‘반복’
문화기관 독립성 보장, 문화행정가 영입 ‘필요’

대전문화재단이 입주한 대전 예술가의 집 전경. 자료사진.
대전문화재단이 입주한 대전 예술가의 집 전경. 자료사진.

지역 문화계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대전문화재단이 대표이사의 연이은 구설과 사퇴로 홍역을 앓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조직을 이끄는 대표이사의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화계 파벌 문제와 낙하산 인사 등 고질적 관행을 극복할 근본적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동천 대전문화재단 대표가 지난 27일 돌연 대전시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2018년 9월 취임한 박 대표가 임기를 절반이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아티언스 관람객 부풀리기 의혹,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 등 여러 구설 때문에 징계를 앞둔 상황에서 돌연 사의표명을 한 것.    

문화재단 대표의 중도사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당시 박상언 대표는 연임 후 임기를 9개월 남겨 놓은 상황에서 사퇴했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 취임 이후 사퇴압박을 받았다는 것이 문화계 정설이다. 문화행정가로서 능력은 흠잡을 데가 별로 없었지만, 스스로 정치적 외풍을 자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는 퇴임식에서 “문화재단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전문성이 존중돼야 한다”며 “관료 행정에 억눌려서는 안된다”는 쓴 소리를 남겼다.  

이후 취임한 문화재단 대표들도 모두 임기를 채우기 못하고 중도 낙마했다. 박상언 대표 뒤를 이어 2015년 3월 취임한 박찬인 대표는 폭행사건 등 구설에 휘말리고 예술가의 집 명칭변경 설문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산 뒤, 무언의 퇴진 압박을 받아 사퇴했다.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한 2016년 6월의 일이다. 

3개월 뒤 바통을 이어받은 이춘아 대표도 취임 1년여 만에 재단운영 미숙 등을 이유로 문화계가 사퇴압박을 하면서 불명예스럽게 조직을 떠났다. 이 대표는 당시 “문화계 갈등을 원치 않는다”며 스스로 용퇴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대전문화재단은 지난 2009년 출범 이후 5명의 수장이 조직을 이끌었지만, 이 중 4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는 수난을 겪었다. 조직을 이끈 대표에게는 불명예를, 문화재단 구성원에게는 사기저하를 안겨준 흑역사였던 셈이다. 

지역 문화계는 근본적인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문화기관을 좌지우지하면서 여러 마찰이 빚어졌다면, 최근엔 전문성을 강조하다보니 리더십과 자질, 지역문화계와 소통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단이 다르다보니 해법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지역 문화계 한 인사는 “대표가 이런저런 실수를 하고, 언론에 부각되다보니 리더십이 근본적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문화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행정이 일을 좌지우지하다보니, 기관 내부에 인맥과 파벌이 형성되고 대립을 거듭하면서 불거진 일이 대부분이다. 기관의 독립성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계 출신인 조성칠 대전시의원(중구1, 민주)은 ‘문화행정가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문화재단 대표는 재단의 존재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분이 맡아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행정을 잘 알고 문화감수성까지 겸비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일각에서 지역출신 인사가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왕이면 지역을 잘 아는 분이 문화재단을 이끄는 것이 좋겠지만, 출신지역으로 리더십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라며 “그 동안 지역인사가 맡아보기도 하고, 외부인사가 맡아보기도 했지만 모두 나름의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나. 결국 능력의 문제이지 출신지역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대전문화재단은 한해 약 200억 원의 예산을 활용해 대전예술가의 집 등 6개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각종 문화예술 지원, 정책개발, 교육 지원을 하는 등 지역 문화·예술계 인큐베이터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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