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 대표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작품 ‘이방인’에서의 ‘이방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소외를 느끼는 이방인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방인’은 감정에 솔직한 사람, 겉과 속이 같은 사람,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다. 즉 ‘다정한 무관심’이란 표현이 적절한 듯하다. ‘다정한 무관심’은 타인에게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황을 파악하지 않는 채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변명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다정한 무관심’의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은  자신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판단하고 평가한다. 그 판단과 평가가 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그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을 때도 ‘자신과 무관한 사람’으로 무덤덤한 자세를 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박하려고도 반항하려고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바로 ‘다정한 무관심’인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현대인들은 ‘이방인’이 아닐까 한다. 단지 단체나 직장, 가족, 모임 안에서 이따금 소외감을 느끼는 것으로 이방인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겉으로 들어나는 외형적인 모습일 뿐이다. 더 깊이 ‘왜 나는 소외감을 스스로 느껴야만 했는가?’를 탐색해 보면 무관심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한다. 우리는 내가 또는 당신이 소외시키거나 스스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한다. 소외감을 느끼는 가운데 ‘이방인’을 경험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라.

‘나는 그들에게 솔직한 사람인가?’, ‘나는 그들에게 겉과 속이 같은가?’, ‘나는 불편한 현장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의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인가?’, ‘하나의 입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자신의 말만 하고 타인의 말을 얼마나 들으려고 했는가?’등 모든 물음의 주체가 ‘그들(타인)’이 아닌 바로 ‘나’다. 타인에게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자신에게 ‘소외감’, ‘이방인’이 아닌 적절한 감정을 얻어낼 수 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타인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타인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더라도 그것은 자신을 알린다는 차원에서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우리는 말로 표현하는 것과 마음으로 표현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조차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데 하물며 타인이 얼마나 자신을 알아줄 거라 생각하는가? 단지 진실 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인간관계 안에서 ‘이방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언이나 충고하지 말기, 판단하지 말기, 섣부르거나 앞선 공감 하지 않기, 상대방의 이야기를 함부로 해석하지 말기, 힘든 상황에서 억지로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 이야기 강요하지 않기, 어떠한 말이라도 무시하지 않기, 상대방의 이미지를 넘겨짚지 말기 등을 염려해 두어야 한다.

특히 ‘이방인’ 즉 ‘다정한 무관심’의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피해야 하는 문구이다.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다 알아요.’, ‘신은 강담하기 어려운 시련은 주지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은 더 힘든 일을 겪고 있어요.’, ‘신도 다 뜻이 있을 거예요.’, ‘그냥 잊어버리세요. 별 일 아니에요.’ 등이다. 반대로 진정한 관계를 원한다면 상대방이 느끼는 반응에 집중하기,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려주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현재 일상생활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를 함께 탐색해 주기, 스트레스 상황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차차 나아짐을 알려주기, 자신의 불안, 염려를 최대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기, 자기 나름대로 해결책을 갖고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용기 북돋아주기, 나름의 노력이 있다면 인정하고 충분히 격려하기 등이다.

한 가지 스스로에게 과업을 준다면 ‘지금 현재 나는 어떤 마음과 언어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탐색해 보는 시간도 가져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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