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김정섭 공주시장. 자료사진
김정섭 공주시장. 자료사진

김정섭 공주시장에 대해 주민소환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공주시장 주민소환운동본부는 18일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자 증명교부 신청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선관위가 소환 청구를 인정하면 소환투표를 위한 서명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 그간 국내 자치단체 사례를 보면 주민소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공주시장은 충분한 해명과 대안 제시로 공주의 분열과 정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

주민소환운동본부가 밝힌 소환 이유는 백제문화제 격년제 독단 결정을 비롯, 공주보 철거 여부에 대한 시민 의견 묵살, 공예품 전시관 리모델링 혈세 낭비 공주의료원 철거 관련 시민 의견 무시, 문화예술인회관 리모델링 낭비 등 5가지다. 공주시민으로선 아쉽게 여길 만한 것들이다. 

주민소환운동 촉발한 백제문화제 격년제 개최

특히 백제문화제 격년 개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백제문화유적을 보다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시민들이 많다. 지금은 공주와 부여 양쪽 지역에서 매년 백제문화제를 따로 열고 있으나 앞으로는 홀수 해에는 공주에서, 짝수 해에는 부여에서 열리는 격년 개최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공주시민들은 격년제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고 공주시의회에서도 반대 입장이었다. 충남도-공주시-부여군의 격년제 합의는 지난 2월 이뤄졌다. 부여군에서 제안하고 공주시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공주 시민들에겐 공주가 부여에게 졌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더구나 공주시장의 독단적 결정이어서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공주시민들은 자존심이 상했을 법하고 이것이 주민소환운동까지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런 문제로 주민소환까지 가야 하는가 하는 점에선 의문이다. 격년제 방식에 대해 많은 공주시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 해도 공주와 부여를 포함한 백제문화제 행사 전체의 효율성에서 보면 ‘절대적 불가’ 사항은 아닐 수 있다. 과거에도 이런 방식으로 해온 적이 있다. 격년제는 공주 입장에선 100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백제문화제 행사를 그 이하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격년제는 공주시가 이런 손해를 감수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백제문화제를 더 키우려면 공주와 부여가 손을 맞잡는 게 유리할 수 있고, 공주가 눈앞의 이익보다는 더 멀리 볼 필요도 있다. 공주시장이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격년제에 합의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공주시의 일방적인 양보는 아니었을 것이다. 공주시장은 2021년 행사는 10년 만에 ‘대백제전’으로 치르기로 했다는 점을 격년제 수용 명분으로 들고 있는데 이게 전부라면 공주시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주와 부여 동시 개최는 양쪽이 경쟁을 하면서 콘텐츠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격년제는 그런 점에서는 불리하다. 이런 요소들을 전부 감안하더라도 격년제가 공주시에 불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공주시장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은 공주에 불리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부여와 함께 가는 것이 낫다는 점을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주민들에게 해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소환운동의 진짜 이유는 ‘소통 부족’

주민소환 추진에 대해 공주시장은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먼저다. 공주시장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공주시장은 어제 기자회견에 “일각에서 알아서 하지 시민 의견을 너무 많이 듣는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겐 두 부류의 시민이 있다. 하나는 내 뜻을 이해해주고 따라 주는 사람들이고, 또 한쪽은 내 뜻과는 반대여서 쓴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다. 시장이 언급한 일각은 전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 반대쪽 ‘일각’은 얘기가 다를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에게도 반대파가 없을 수 없고, 아무리 시원찮은 지도자에게도 찬성파가 있기 마련이다. 지도자로서의 실력은 찬성파가 아니라 반대파를 대하는 능력에 달렸다. 반대파를 대하는 솜씨가 소통의 실력이다. 시장이 반대파를 적(敵)으로 보면 그 반대파도 시장을 적으로 보면서 시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반대파 의견을 반드시 들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소통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백제문화제의 격년제 개최 문제가 주민소환운동까지 불러왔지만, 그 근원적 이유는 시장의 미흡한 소통 능력에 있어 보인다. 비리나 부패 사건도 아닌데 시장 퇴출 운동까지 벌어지는 것 자체가 ‘불통(不通)의 증상’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하게 마련된 행정적 소통시스템이 시장의 소통능력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시장은 소통 시스템을 소통 능력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주민소환운동에 대해 공주시장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상대를 적으로 보고 설득을 포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설득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전자는 ‘시민과 싸우는 것’이고, 후자는 ‘반대파도 끌어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끌어안는 게 시장의 용기이지 시민과 끝까지 싸우는 게 용기는 아니다. 꼭 싸워야만 공주시와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게 단 하나라도 있다면 말릴 수 없다. 시장이 보여야 할 ‘진정한 용기’가 어느 쪽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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