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탑동시네마 기획 전시장에서 오는 21일부터 2021년 8월 29일까지

마스크를 한 인물이 있는 포스터

아라리오뮤지엄은 씨 킴(CI KIM, b.1951)의 개인전 ‘I Have a Dream’를 오는 21일부터 2021년 8월 29일까지 제주 탑동시네마 5층 기획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한 대형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 매체적 한계를 넘나드는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씨킴은 지난 20년 동안 이질적인 재료들의 조합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해 왔다.

그는 쉽게 혼합될 수 없어 보이는 물성들, 예컨대 토마토, 블루베리, 철 가루, 나무, 시멘트, 브론즈, 쓰다 남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 바다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 곧 버려질 신문이나 잡지 등이 서로 충돌, 중첩, 상쇄시키며, 그로 인해 일어나는 긴장감, 에너지, 그리고 우연성에 주목한다.

최근에는 커피와 들기름을 재료로 사용하는 등 일상에 더욱 근접한 재료를 실험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씨 킴은 종종 이러한 자신의 예술 행위를 셰프가 여러 가지 식재료를 혼합하여 맛있는 요리를 완성하거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서로 다른 악기의 소리를 조율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데 비유한다.

그의 작업은 색, 선, 형태, 질감 등 시각적 음표들이 자신의 지휘체계에 따라 한데 어우러져 나타나는 조화로운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음과 질서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화음이란 클래식처럼 부드러운 음색일 수도 있고 헤비메탈 같은 격렬한 사운드이기도 하다. 이전 전시에서 선보인 근작들이 전자에 주목했다면, 커피의 묵직한 농도와 거친 표면이 돋보이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후자처럼 강렬하고 무거운 볼륨에 가깝다.

씨 킴 작업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오래된 것들, 버려진 것들, 차마 버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재사용인데, 작가는 이 개념을 ‘생명과 영혼’이라는 단어로 말하곤 한다. 이 개념은 버려진 건물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살려내는 자신의 사업에서부터 쓰다 남은 일회용 숟가락과 잡지 한 페이지 조차 작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작업 세계까지 그의 삶 전반을 아우른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아라리오뮤지엄을 휴관하게 되었을 때 제작한 휴관 사인물을 그린 드로잉(2020)과 15년 전 제작한 마스크를 착용한 포스터(2005)를 포함해 버려진 마네킹에 시멘트를 입혀 만든 조각들, 작업실 근처 바닷가에 떠밀려내려 온 마모된 부표와 그것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그대로 살려 브론즈로 떠낸 동일한 형태의 조각, 작업실의 바닥에 깔려 작업의 흔적이 남은 카페트 작품들까지 모두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가고 버려지는 것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손길이 담겨있다.

전시 제목 ‘I have a Dream’은 미국의 흑인 해방 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동명의 제목으로 했던 연설에서 가져왔다.

디트로이트의 모타운 레코드에서 1963년 발매한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을 담은 앨범을 마틴 루터 킹, 배우 레나 혼, 음악가 빌리 테일러가 들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 전시장 입구에 걸려있다.

씨 킴은 이 앨범의 자켓을 I have a Dream 이라는 문장으로 치환하고, 가장 왼쪽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평생 생명과 영혼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왔다는 그는 언제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인류를 향한 위대한 꿈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면서 꾸는 꿈이든, 꿈이란 누구에게나 인생을 걸 만큼 소중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라리오뮤지엄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한 일상의 작은 흔적들이 조명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씨 킴 (CI KIM, b.1951)은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MdBK 라이프치히, 예술의 전당,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와 탑동시네마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천안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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