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여성계 “여성을 돌봄의 대상으로 보는 퇴행” 비판
여성계출신 담당관·시의원 “총괄·기획 보완책 마련 중”

대전시가 여성가족국 신설을 골자로 한 하반기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하자, 지역 여성계가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여성계는 현 성인지정책담당관을 폐지하고 여성가족국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성인지정책 퇴행’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전시는 여성가족국 신설이라는 형식은 유지하되, 여성계 우려를 반영한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대전시가 지난 12일 입법 예고한 ‘대전광역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현 공동체지원국을 시민공동체국으로 전환하고, 여성가족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기획조정실 및 자치분권국 일부 사무를 조정하고 중앙협력본부의 사무소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정원 총수는 3922명에서 4004명으로 82명 증원된다. 신설되는 여성가족국은 기존 성인지정책담당관이 맡았던 ▲여성 및 성인지정책에 관한 사항 외에도 ▲청년정책에 관한 사항 ▲교육협력 및 평생교육에 관한 사항 ▲청소년에 관한 사항 ▲아동복지 및 영유아복지 증진에 관한 사항 ▲가족복지 증진에 관한 사항 등의 행정사무를 맡게 된다.

대전시는 조직개편 이유를 “시민참여와 지원 업무를 일원화하고 여성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등 지역현안에 대한 행정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행정기구 및 정원을 조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 여성계는 이 같은 대전시 조직개편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대전여성단체연합 등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2019년 성인지정책담당관 신설은 성평등 추진기반을 정비하고 정책조정기구로서 모든 정책에 젠더관점을 통합하고 조정 총괄 기능의 필요에 따른 조치였다”며 “이런 필요가 불과 1년 2개월 만에 갑자기 사라지지라도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역 여성계는 총괄기능이 필요한 성인지정책이 사업부서의 하부단위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들이 성명서를 통해 “여성을 복지와 돌봄의 주체로 한정하는 성역할과 성차별을 묵인하는 성인지 정책 패러다임 이전의 여성정책으로 퇴행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밝힌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현 성인지정책담당관 신설 당시에도 지역 여성계는 시장 직속의 독립된 총괄기구 신설을 요구했지만, 결국 행정의 총괄기능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 하부단위에 성인지정책담당관을 두는 것으로 조정된 바 있다. 지역 여성계가 이번 여성가족국 신설을 ‘퇴행’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지역 여성계 출신 채계순 시의원(비례, 민주) 역시 이번 대전시 조직개편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대전시 일자리정책, 과학 산업정책 등 모든 정책에 녹아들어야 할 성인지관점이 집행부서에 편입돼 총괄기능을 잃어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채 의원은 “시장과 고위 간부들을 수 차례 만나 여성계의 우려를 전달했고, 곧 간담회도 개최하기로 했다”며 “여성가족국이 신설되더라도 총괄·기획 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의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여성계 출신으로 대전시 첫 성인지정책담당관을 역임하고 있는 김경희 담당관도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했다. 김 담당관은 “행정조직 내부의 총괄기능과 사업부서 기능을 나눠 생각해 볼 때, 여성가족국 신설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며 “여성계의 우려를 반영해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 담당관은 “시민운동가의 눈으로 바라봤던 행정과 행정조직 안에 들어와서 바라보는 행정은 사뭇 다르다”며 “지역 여성계와 행정의 갈등구조가 아니라, 서로 협의하는 시민거버넌스 관점에서 최상은 아니더라도 좋은 대안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대전시 내부에서는 양성평등위원회 실질화 방안, 행정조직 안에서 성인지정책이 총괄·기획 기능을 계속 유지하고 의무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 전문가 인력보강, 이 같은 보완책을 제도화할 수 있는 조례개정 방안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협의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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