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시즌 첫 대결...2대 2 무승부
황, 전술 패착 책임 "제로톱 패착"..박, "선수들에게 85점 주고싶다"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왼쪽)과 박동혁 아산FC 감독(오른쪽).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왼쪽)과 박동혁 아산FC 감독(오른쪽).

17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는 의미있는 축구 경기가 진행됐다. 대전을 연고로 한 대전하나시티즌(이하 대전)과 충남 아산을 연고로 한 아산FC(이하 아산)간 2020 시즌 첫 대결이 있었던 것.

이 두 팀은 올해 새로운 팀으로 새출발했다는 점에서 경기 전부터 이목을 모았다. 대전은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던 대전시티즌을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하면서 새롭게 재창단됐고, 아산은 경찰청에서 운영하다 올해부터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팀이다.

또 지역적으로 대전과 충남지역을 연고로 하는 이웃사촌이라는 점에서 양팀간 경기는 승패를 떠나 여러모로 관심을 모았다. 다만, 기업구단으로 전환되면서 좋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대전과 달리 아산은 재정적인 여건으로 인해 국가대표급 선수 수혈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역대 전적에서 4승 3무 5패로 밀렸던 대전 우세를 점치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이런 예상을 증명하듯 대전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사실상 원톱없이 공격수들이 돌아가면서 공격했다. 아산은 4-5-1로 맞서면서 상대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실제 경기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전반 시작과 함께 양팀의 공방은 이어졌다. 대전은 원톱인 바이오의 부상으로 인해 공격수가 없는 제로톱으로 아산을 몰아부쳤다. 반면, 아산은 대체로 수비적인 경기를 진행하면서 역습을 노렸고 전반 초반 그 결실을 맺었다.

아산은 전반 14분 대전 수비수들의 혼란을 틈타 무야키치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대전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나마 전반 45분 안드레가 PK를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었지만 대전의 경기력은 예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후반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아산은 대전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공격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후반 25분 아산 장순혁이 코너킥을 헤딩으로 밀어넣으며 다시 앞서갔다. 대전 수비수들과 김동준 골키퍼도 손쓸 수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홈 개막전 승리를 노렸던 대전 선수들은 동점골을 넣으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마음만 급해다보니 잦은 실수가 많았다. 그나마 후반 36분 안드레가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동점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대전 선수들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결국 2020 시즌 이웃사촌간 대결은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사이좋게 승점 1점씩을 나눠 갖는데 만족해야 했다.

17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충남 아산FC와의 경기 모습.
17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충남 아산FC와의 경기 모습.

이날 대전은 한수위의 평가를 받은 모습과 많이 달랐다. 슈팅 16대 9, 유효슛 9대 4라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번번이 찬스를 무산시켰다. 66%대 34%라는 점유율 차이에도 불구하고 승리에 대한 주변의 기대감 탓인지 선수들은 평상시 모습보다 잔실수를 연발했고 무려 21개의 파울을 기록했다. 경고도 5장이나 받았으며, 속도감없는 경기는 지루할 정도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치러졌으니 망정이지 팬들이 운동장을 찾았다면 환호보다 실망만을 느낄 법한 경기력이었다.

대전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황선홍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가진 회견 자리에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황 감독은 "바이오가 갑자기 부상당하면서 원톱 자원이 마땅치 않았고 그러다보니 선수들도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며 "원톱을 두지 않은 것이 패착이고,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서 상대팀에 끌려갔다.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이어 "원톱 자원이 없기 때문에 제로톱을 썼고 주도권을 갖고 있었지만 공격적으로 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상대가 의도했던 대로 끌려가다보니 승리를 못했고 선수들의 실망도 크다. 속도감 있는 축구를 위해 보완해서 다음 경기는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아산 박동혁 감독은 경기력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충남 더비라는 역사적인 경기를 치렀고 이겼으면 축복이고 행운이었겠지만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했다"면서 "선수들이 준비했던 부분과 하고자 마음, 그리고 투지 넘치는 모습이 좋았다"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게 평가했다.

또 "동계시즌부터 준비했던 좋은 내용이 많이 나왔고 전략적으로 웅크려서 카운터어택을 많이 시도했다. 선수들의 퍼포먼스와 상대를 위협하는 장면은 만족스럽다"며 "어린친구들이 많다보니 경험을 쌓는게 중요하고 첫 승을 해야 선수들이 마음에 안정감을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2020 시즌 첫 대결에서 많은 숙제만을 남기고 끝났다. 대전과 충남이라는 이웃간 축구 자존심 대결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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